빅스토리

빅스토리/ 암호화폐 투자의 정석

비트코인 가격이 가장 높았던 날은 2021년 3월 13일이었고 그날 가격은 6만1683달러였다. 이 가격이 곧 제로 수준으로 폭락할 거란 비관론자들의 예상도 있고 낙관론자들은 10만 달러를 넘을 거라고 예상하기도 한다. 그리고 필자의 주변 사람들은 어느 게 맞느냐고 자주 물어본다. 그들은 과연 비트코인이 7000만 원 넘는 가격으로 거래될 가치가 있는지도 물어본다. 그렇지만 미래는 아무도 모른다.
2009년 1월 3일 비트코인이 처음 채굴됐다. 사토시 나카모토(Satoshi Nakamoto)가 비트코인을 만들었다는데 정작 그가 누구인지 아무도 모른다. 소문이 무성하지만 그만 알 것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사람들은 비트코인의 가격에 민감하다. 그렇지만 가격이 오르고 내리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비트코인이 이룬 기술적 개가다.
비트코인은 디지털 데이터의 일종이다. 디지털 데이터의 가장 큰 약점은 CTRL-C, CTRL-V로 완벽히 똑같이 무한히 복제된다는 점이다. 그런데 비트코인은 전혀 그렇지 않다. 비트코인은 디지털 화폐인데 불법복제가 불가능하다는 것이 기술적으로 완벽하게 입증됐다. 화폐 역사에서 비트코인은 가장 혁신적인 발명품이다. 그래서 사토시 나카모토야말로 인류 역사를 바꾼 가장 위대한 사람 가운데 하나로 기억될 것이다.
비트코인은 화폐로서 손색이 없다. 다만 비트코인은 평균 10분에 한 번씩 블록이 생성되므로 즉각 결제가 이루어져야 하는 편의점에서 쓰기 어렵다. 그래서 애당초 결제수단으로 사용하기에 적합하지 않다. 게다가 비트코인 가격이 올라가면 덩달아 전송수수료도 올라가서 ‘가치교환의 수단’으로서의 기능이 사라지고 ‘가치저장의 수단’으로서의 역할만 남는다. 즉, 어쩔 수 없이 비트코인은 화폐보다 자산으로 자리매김하게 돼 있었다.
아무튼, 비트코인은 이미 중요한 자산으로 자리 잡았다. 그 와중에 비트코인의 시가총액이 1조 달러를 넘었다. 어떤 자료에서는 금의 시가총액이 10조 달러라고 한다. 지금까지 채굴된 금의 양이 19만 톤이다. 금 1톤의 가격이 약 5500만 달러라서 이 둘을 곱하면 대략 1조 달러에 달한다. 이게 실제 시장에서의 금의 가치 총량이라고 한다면 비트코인의 위상이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졌다.
게다가 법적으로도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는 지난해부터 가상자산으로 규정됐다.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에서 암호화폐를 가상자산으로 부르기로 했기에 2020년 개정된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일명 특금법은 암호화폐를 가상자산에 편입시켰으며, 이에 비트코인은 자산으로서의 법적 지위를 확보했다.
물론 사람마다 비트코인을 대하는 태도에는 큰 차이가 있다. 비트코인을 자산으로 여기는 투자자도 있지만, 소장품으로 여기는 수집가들도 있다. 전자는 가격이 내려가면 대부분 시장을 떠나지만, 후자는 가격과 무관하게 시장을 지킨다. 당분간 비트코인 가격이 형편없이 내려갈 것 같지 않다. 비트코인은 암호화폐를 세상에 널리 알린 세례 요한(John the Baptist) 같은 존재다.
비트코인의 적정한 가격이 얼마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적정한 가격을 모를 때 그 가격을 알기 위해 쓰는 제도적 장치가 경매다. 그 가운데 이중경매(double auction) 방식을 통해 비트코인 가격이 결정되므로 그 가격은 수시로 변하며, 매 순간 시장 상황을 가장 잘 반영한 가격이 정해진다. 그 가격을 두고 거품이라고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빅스토리] 암호화폐를 알아야 미래 금융이 보인다
디지털 월스트리트의 중심이 된 한국
2021년 4월 9일 코인힐스(Coinhills)의 자료를 보면 암호화폐 시장에서 달러 비중이 80.71%, 한국 원화가 7.51%, 일본 원화가 4.22%, 유로가 3.74%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 다시 등장한 김치 프리미엄의 영향도 반영된 법정화폐 점유율이다. 한국인들이 얼마나 열정적으로 코인을 사고파는지 알 수 있는 수치다.
최근 비트코인 가격이 외국에서 6000만 원대에 거래되는 데 비해 한국에서만 유독 7000만 원을 넘어 외국보다 1000만 원 이상 높은 가격에 거래되면서 김치 프리미엄이란 용어가 다시 등장했다. 다른 코인들도 마찬가지로 한국에서 시세가 높이 형성되고 있다. 사고자 하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현저히 부족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2021년 4월 10일 코인마켓캡(Coinmarletcap)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거래소 업비트가 전 세계 암호화폐 거래량의 14.13%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의 상위 10개 거래소의 거래량이 19.14%를 차지한다. 전 세계 거래량의 약 20%가 한국의 거래소에서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지금 거래소에서 부동의 1위를 달리는 게 바이낸스인데 24시간 거래 규모가 7041억 달러에 달해 55.94%를 차지한다. 그런데 2017년 말부터 2018년 초에는 한국의 업비트와 빗썸이 세계에서 1위와 2위를 달렸다.
2021년 4월 10일 기준으로 웹사이트 방문자 수를 알려주는 알렉사 순위에 따르면 바이낸스가 147위, 코인베이스가 656위, 크라켄이 1754위를 달린다. 업비트는 2661위, 빗썸이 3953위에 올랐다. 한국의 거래소가 인구수 대비 상당히 많은 수의 방문자들을 보유하고 있으며, 여러 측면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4월 14일 코인베이스가 나스닥에 상장되므로 다른 거래소들도 언제든 비슷한 기회를 잡을 것이다.
한국은 블룸버그통신이 매년 발표하는 혁신지수에서 6년 연속 1위를 달리다가 2020년에 처음으로 1위 자리를 독일에 내주고 2위로 잠시 내려갔다가 2021년에 다시 1위 자리를 차지했다.
한국 국민은 이 순위를 경시하지만 한국 국민이 창의적이고 나라가 혁신적인 것은 분명하다. 음식을 가위로 잘라 먹거나 방바닥 온돌을 이용해 난방하는 것 등 정말 기상천외한 문화를 지녔다.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난지원금을 모든 국민에게 나누어주었는데 편의점에서 물건을 사면 점원이 지원금 대상이 되는 품목과 아닌 품목을 가려서 계산할 뿐 아니라 재난지원금 잔액이 얼마인지 알려줄 정도로 한국은 플랫폼을 잘 갖추고 있다.
17세기의 네덜란드에 세계의 재화가 몰려들어 암스테르담이 금융의 중심지가 됐다. 18세기에 들어서면서 그 중심축이 런던으로 옮겨졌고 영국은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불렸다. 20세기에는 월스트리트가 세계금융센터의 역할을 했고, 기축통화는 파운드에서 달러로 바뀌었다. 20세기까지의 금융은 아날로그 금융이었고 21세기 금융은 디지털 금융이 될 것이다. 금융의 기본 틀은 크게 변하지 않겠지만 분산금융은 혁신적인 제도들을 바탕으로 금융의 주역들이 바뀌게 할 것이다.
21세기 디지털 금융의 핵심이 될 디지털 월스트리트가 어디에 자리를 잡을지 누구도 모른다. 암호화폐에 대한 적극적인 태도를 지닌 국민이, 게다가 창의적이기까지 하며, 첨단 금융 인프라를 잘 갖추고 있는 나라로서 한국이 디지털 월스트리트의 중심지가 되기에 손색이 없다. 아쉬운 것은 하늘이 문재인 정부에게 준 디지털 월스트리트라는 기회를 그게 선물인 줄 모르고 15년 전의 ‘바다이야기’ 사태쯤으로 오인해 걷어 차버린 거다. 그렇다고 지금도 늦은 것은 아니다.
[빅스토리] 암호화폐를 알아야 미래 금융이 보인다
미래의 골드만삭스들
해외에서 온 많은 수의 불법 노동자들은 한국의 은행 계좌가 없다. 급여를 본국의 가족에게 송금하고 싶지만 보낼 마땅한 방법이 없다. 그런데 노동자가 암호화폐 USDT(테더, 스테이블코인 중 하나)로 급여를 받아 본국으로 송금하면 문제가 간단해진다. USDT 하나의 가격은 대략 미화 1달러로 가치가 고정된 스테이블코인이다.
예를 들어 업비트 인도네시아 거래소에서 USDT 하나가 인도네시아 루피아로 환산하면 2021년 4월 12일 현재의 가격이 14,817 IDR(인도네시아 화폐 단위)다. 요점을 말하자면 업비트 인도네시아는 불법 노동자의 은행 역할을 하고 있다. 이 거래소는 금융업 라이선스가 없는 사실상의 은행이다.
삼성전자 같은 기업이 스마트폰에 지갑을 깔아 송금이 자유롭도록 지원하면 여러 장점이 생긴다. 예를 들어 인도네시아에서 삼성 스마트폰을 한 대라도 더 팔 수 있다. 인도네시아의 가족은 거래소에서 환전한 후 삼성전자의 가전제품을 살 가능성이 농후하다. 한국의 중동 근로자들이 보내준 송금으로 가족들이 제일 먼저 고가의 가전제품을 샀던 것처럼 문제는 인도네시아 가족들에게 스마트폰이 없을 때다. 그런데 통신사나 업비트 인도네시아와 제휴해서 삼성이 염가로 스마트폰을 팔면 문제가 간단히 해결된다.
2021년 3월 14일 하루 동안 한국의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거래된 금액이 16조6947억 원에 달했다. 그런데 3월 한 달간 하루 평균 코스피 거래금액이 16조469억 원이었다. 거래금액에서 암호화폐 거래소가 코스피를 추월했다. 그렇지만 거래소를 설립하는 데 자본이나 기술적 제약이 은행처럼 크지 않다. 한국에서 메이저 은행을 설립하려면 최소 1000억 원의 자본금이 필요하다. 그런데 암호화폐 거래소를 설립하는 데 자본금 요건 같은 것은 없다.
더 놀라운 것은 자본금도 없는 청년들이 뚝딱 수천억 원의 유동성 자금을 마련하고 은행 라이선스도 없으면서 대출 같은 사업을 벌이고 있다는 점이다. 수백 년 역사를 지닌 은행들과 경쟁하게 될 미래의 은행들이 시도 때도 없이 이런 식으로 도처에 세워지고 있다. 은행이 되려면 두 가지의 소중한 자산이 필요하다. 하나는 신용이고 다른 하나는 유동성이다. 이 두 가지를 확보하기 위해 은행들이 수백 년 공들였는데 미래의 분산금융기관은 순식간에 이 두 가지를 동시에 확보하는 마술을 매일 펼치고 있다.
신용을 확보하는 방법은 이렇다. 하룻밤 사이에 뚝딱 만들어진 은행을 고객이 믿지 못하지만, 그 분산금융기관이 제시하는 스마트 컨트랙트(상 또는 상의 지정된 일부분에 대한 방사 조도의 최댓값과 최솟값 간의 차와 최대 방사 조도의 비)라는 계약은 믿는다. 그 계약에 따라 고객이 보유한 암호화폐를 기관에 안심하고 맡길 수 있다. 기관도 고객을 믿을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그래서 고객의 신용이나 담보가 없어도 떼이지 않는 대출 방법을 분산금융기관들이 고안해냈다. 2020년에 출현한 일명 플래시론(flash loan: 자금을 대출한 후 10~15초 안에 대출금을 상환하는 상품)이라는 게 그것이다. 플래시론 스마트 컨트랙트를 쓰면 기술적으로 절대로 떼일 염려가 없다.
유동성을 확보하는 방법은 이렇다. 2020년에 유행하기 시작한 이자농사(yield farming)라는 게 그것이다. 비트코인 같은 것을 맡기고 분산금융 프로토콜이 생성한 토큰을 받으라 하면 고객들이 그렇게 한다. 이 토큰이 소위 말하는 코인에 대한 이자 아닌 이자다. 이 토큰 가격이 0이면 이자가 없는 것이고 토큰 가격이 높아지면 때로는 이자가 맡긴 코인 가격보다 더 커지기도 한다. 어차피 잠자고 있는 암호화폐를 맡겨 크든 작든 이자를 받으면 고객은 당연히 좋아한다.
무책임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이런 식으로 그냥 찍어낸 토큰 가격이 뛰면 분산금융 프로토콜에 잠자고 있던 암호화폐들이 확 몰리면서 유동성이 몰린다. 실제로 시간문제일 뿐이지 은행 하나를 만들 정도의 유동성이 2020년 순식간에 쌓였다. 예를 들어, 이자농사의 돌풍을 몰고온 컴파운드(Compound)의 예치자산가치(TVL)가 디파이펄스(defipulse)에 따르면 2021년 4월 12일 현재 100억 달러에 이르렀고, 이 프로토콜이 발행한 토큰인 컴프(COMP)의 가격이 447달러로 올랐다.
기존 상식으로 생각할 수 없는 일이 디지털 금융에서 매일 벌어지고 있다. 아날로그 금융의 시대는 가고 디지털 금융의 시대가 부상하고 있다. 아날로그 금융의 강자들이 디지털 금융의 강자로 변신할지 또는 신흥 디지털 금융 강자가 부상할지 누구도 모르는 일이다. 그 디지털 월스트리트가 한국에 세워질 수도 있다. 비트코인 가격이 거품이네, 아니네 하며 한가롭게 거품 타령을 하고 있을 여유가 없다. 디지털 금융 질서는 질풍노도처럼 몰려오고 있다.

김형중 고려대 암호화폐연구센터장·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