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가 변하고, 사회 구성과 구성원의 지위도 바뀌면서 ‘상속법’ 개정에 대한 목소리도 높다. 그중 배우자의 상속분에 대한 개정 논의 요구는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왜일까.
왜 '배우자 기여분' 인정에 인색할까
배우자가 사망했을 때 상속재산은 어떻게 결정될까요. 통상 사망한 사람(피상속인)이 유언으로 상속인들 사이에 유산을 어떻게 나눌지 정해주지 않고 사망했다면, 상속인들은 서로 협의해서 상속재산을 나누어 가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상속인들 사이에 분할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결국 가정법원에서 결정하게 됩니다. 이때 기준이 되는 분할 비율은 법에 정해져 있는데(법정상속분), 원칙적으로 상속인들 사이에서 균등하지만, 사망한 사람의 배우자는 다른 공동상속인들보다 50%를 가산하게 돼 있습니다.

예를 들어 상속인으로 배우자와 자녀 1명이 있는 경우 법정상속분은 배우자 5분의 3, 자녀 5분의 2가 되고, 배우자와 자녀 5명이 있으면 배우자 13분의 3, 자녀들 각각 13분의 2가 되죠. 그렇다면 과연 이와 같이 정해진 배우자의 상속분은 적정한 것일까요. 사실 오래전 호주(戶主)제도가 있었을 때에는 호주상속을 하는지, 결혼한 여자가 친정의 호적에 남아 있는지 등에 따라 차별하기도 했고, 아내가 남편의 재산을 상속받을 때와 남편이 아내의 재산을 상속받을 때의 상속분에 차이가 있기도 했습니다. 상속인이 남편인지 아내인지, 피상속인의 자녀들과 함께 상속하는지, 부모와 함께 상속하는지와 무관하게 지금과 같은 법정상속분이 정해진 것은 1991년부터입니다. 그로부터 벌써 30년이 지났습니다. 그 사이 사회현실과 가치관이 변하고, 상속제도도 바뀌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배우자의 상속분에 대해서 재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핵가족화에 따라 가족의 구성이나 형태, 가치관, 가족 사이의 유대관계가 바뀌었다는 것이 주된 이유입니다. 고령화가 급격히 진행되면서 이미 경제적으로 독립한 자녀의 보호보다 사회생활을 더 이상 할 수 없는 노령의 생존 배우자에 대한 보호와 배려가 더 필요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피상속인이 오랜 기간 병을 앓고 있어서 간호하고 돌보아줄 사람이 필요한데, 5명의 자녀들은 하나같이 미리 재산을 받아간 후로 아픈 피상속인을 외면했고, 오로지 배우자만이 끝까지 옆을 지킨 경우를 예로 들어보죠.

배우자 자신도 나이 들어 성한 곳이 없지만 아픈 피상속인을 위해서 온 정성을 다해 간호한 경우, 법정상속분으로만 따지면 배우자는 상속재산의 13분의 3을 받게 됩니다. 그런데 배우자가 아파서 고생하는 피상속인을 뒤로하고 매정하게 이혼을 해버렸다면 어떨까요. 이혼할 때 부부 사이의 재산 분할은 여러 사정이 고려하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말하기 어렵지만, 혼인 기간이 길면 길수록 분할 비율은 50대50으로 수렴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결국 피상속인이 임종할 때까지 애쓴 배우자는 매정하게 이혼한 경우와 비교해 절반도 되지 않는 재산을 받게 됩니다.

더구나 자녀들이 더 많을수록 자녀들이 피상속인을 부양하지 않고 패륜적인 행동을 했을수록 배우자와 자녀들 사이의 실질적인 불공평이 생길 가능성은 더 커집니다. 그러면 지금의 법제도하에서는 이러한 불합리를 해결할 방법이 없는 것일까요. 상속인들에게 상속재산을 공평하게 나누기 위해 법정상속분을 조정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배우자 상속분 개정되려면 그중 하나는 피상속인의 생전에 받은 것이 많은 상속인의 경우 법정상속분보다 적게 받게 하는 것입니다(특별수익). 다른 하나는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하거나 상속재산의 유지 또는 증가에 특별히 기여한 상속인은 법정상속분보다 더 받게 하는 것입니다(기여분). 배우자의 ‘특별수익’에 대해서 법원은 의미 있는 판결을 한 적이 있습니다.

남편과 사이에 딸들과 아들을 두고 43년 넘게 살아온 부인이, 남편 사망 7년 전에 함께 살고 있던 주택과 토지를 남편으로부터 증여받았습니다. 남편 사망 후 딸들은 그 주택과 토지가 부인의 특별수익에 해당하고 그 때문에 자신들이 상속할 것이 없게 됐으니, 어머니인 부인이 자신들의 몫(유류분)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대법원은 어떤 사전증여가 특별수익에 해당하는지는 피상속인의 생전 자산, 수입, 생활수준, 가정 상황, 공동상속인들 사이의 형평을 모두 참작해서 그 사전증여가 장차 상속인으로 될 사람에게 돌아갈 상속재산 중 그의 몫 일부를 미리 주는 것이라고 볼 수 있는지에 따라 결정되는데, 사전증여를 받은 상속인이 배우자로서 일생 동안 피상속인의 반려가 돼 그와 함께 가정공동체를 형성하고 이를 토대로 서로 헌신하며 가족의 경제적 기반인 재산을 획득·유지하고, 자녀들에게 양육과 지원을 계속해 왔다면 이러한 사전증여는 배우자의 기여나 노력에 대한 보상 또는 평가, 실질적 공동재산의 청산, 배우자 여생에 대한 부양의무 이행 등의 의미도 함께 담겨 있기 때문에 특별수익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반면에 법원은 배우자의 ‘기여분’을 인정하는 데에는 다소 인색합니다.

재혼한 남편과 20년 넘게 함께 살아온 배우자에 대해 남편의 전혼(前婚) 자녀들이 제기한 상속재산분할 소송에서 부인은 오랜 기간 투병생활을 해온 80대의 남편을 5년 넘게 성심껏 간호했으므로 기여분 30%를 인정해 달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대법원은 배우자가 같이 살면서 간호한 것만으로는 기여분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여러 사정을 고려해서 보통의 부양 정도를 넘는 ‘특별한 부양’을 해야 하는데, 이 사안에서는 부인이 남편을 부양할 만큼 건강하지 않았고, 부양비용을 남편의 수입으로 충당했으며, 부인이 남편으로부터 사전증여를 받은 것이 많았다는 이유로 기여분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더 큰 문제는 어떤 사전증여가 특별수익에 해당하는지, 어떤 경우에 기여분이 인정되는지에 관한 구체적이고 명확한 기준이 없다는 것입니다. 사실 필자가 가정법원에서 상속재산분할 사건을 처리하는 재판장으로 근무하던 시절부터 느껴온 것이기도 하지만, 특별수익이나 기여분의 인정 여부와 범위에 대해서는 법관의 재량이 상당히 폭넓게 작용합니다. 특히 사전증여가 오래전에 이루어진 경우 심증은 있을지언정 물증이 부족하기 쉽고, 가족 사이의 부양이나 재산적 기여를 인정할 객관적인 자료는 없는 것이 보통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처럼 지금의 상속제도 아래에서 재판 실무나 경향만으로 상속인들 사이의 실질적인 공평, 나아가 배우자의 보호나 배려를 충분히 기대하기는 어려운 형편입니다. 배우자의 상속분을 입법을 통해 강화하자는 의견도 있습니다. 실제로 2014년에는 상속재산의 2분의 1을 우선 배우자의 몫으로 떼어 두고(선취분), 그 나머지를 상속인들 사이에 분할하도록 민법 개정을 추진한 적이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2018년 ‘상속법’을 개정해 혼인 기간이 20년 이상이 된 부부의 한쪽이 사망한 경우, 사망한 배우자가 생존 배우자에게 살고 있던 부동산을 증여했다면 그 부동산은 생존 배우자의 특별수익 계산에서 제외하기로 했습니다. 독일도 생존 배우자가 상속재산의 최소한 2분의 1 이상을 상속하도록 법률로 정하고 있고, 미국 등 여러 국가에도 상속에서 배우자가 자녀들보다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게 하는 제도들이 마련돼 있습니다.

한편, 배우자의 상속분을 강화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의견도 있습니다. 배우자의 선취분과 같은 제도를 과도하게 법으로 강제하게 되면, 자녀에게 가업을 물려주고 싶어도 다른 상속인의 협조가 없으면 경영권 승계 자체가 불가능하고, 피상속인의 생각이나 재산처분권을 지나치게 제한할 수 있으며, 오히려 이중적인 조세 부담을 유발하고, 가족 사이에 쓸데없는 분란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상속재산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대한 피상속인의 생각을 충분히 존중하고 가족들 사이의 분쟁을 방지하면서도, 보다 긴밀해진 부부관계에서 생존 배우자를 보호하고, 급변하고 있는 사회의 여러 가치를 조화롭게 충족시킬 수 있는 상속제도의 마련에 지혜가 필요한 때입니다.

글 김성우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