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Biz]/ 빅데이터 프리즘


전문
2021년 6월 8일 현재 우리나라는 약 846만 명이 백신 1차 접종을 마쳤다. 일부 선진국에서도 백신 접종이 매우 빠르게 진척되고 있다. 아직 속단하기에는 이르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상황을 극복하고 이전 일상으로의 복귀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여전히 새로운 변종에 의한 재확산과 유사 감염병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의 지속적 발생과 근원적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기후변화 등 글로벌 위기로 인한 지속 가능에 대한 불확실성을 경고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
소대섭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데이터분석플랫폼센터장(공학박사)
빅데이터로 본 포스트 코로나 사회는
빅데이터, 탄소중립을 가리켰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사회적 관심도를 구글에서 데이터를 분석해본 결과 녹색성장, 기후변화 등 기본적인 동인을 바닥에 깔고 있으면서 시간이 흐름에 따라 ‘팬데믹’, ‘포스트 코로나’, ‘탄소중립’으로 이어져 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좀 더 시간을 확장하면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측한 ‘니콜라스 탈레브’가 2007년 제시한 ‘블랙 스완(black swan)’이라는 용어가 급격한 사회 변화을 표현한 바 있다. 블랙 스완은 테러, 파괴적인 혁신 기술 또는 자연재해와 같이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으로 나타나며 그 영향력이 매우 광범위하고 극단적이지만 사후적으로 원인과 결과가 설명이 가능한 것으로 정의되고 있다.
이와 비교해서 최근의 사회 변동 현상은 ‘그린 스완(green swan)’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그린 스완은 블랙 스완과는 다르게 발생 시기는 예측할 수 없지만 미래에 반드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현상으로서 복잡성이 매우 높고 그 영향과 위험이 블랙 스완보다 훨씬 크다. 기후변화와 코로나19 팬데믹이 그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이제 우리 사회는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하고 있다. 혹자는 코로나19 같은 전염병과 함께 일상의 삶을 살아가야 하는 ‘위드 코로나(with corona)’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추경예산 등 정부의 공적 자금을 긴급 수혈하는 방식의 재난지원금 지급 같은 즉흥적이고 단기적인 대응만으로는 한계에 도달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빠른 대처로 인한 원칙과 기준의 모호함 때문에 발생한 사회적 갈등도 큰 과제로 남았다. 따라서 이제는 호흡을 가다듬고 중장기적으로 이전의 초기 대응책과는 다른 과학적이고 중장기적인 방법으로 전략을 세울 필요가 높아지고 있다. 이는 코로나19 이전과는 전혀 다른 비가역적 시대를 준비해야 이유이기도 하다.
역사는 위기와 혼돈 속에서 변화하고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우리 역시 새로운 기회를 통해 세계적 위상을 확보하고 글로벌 선도 국가로 도약해야 함은 두말할 여지가 없다. 기업들은 세계 주요국의 그린 스완에 대응하는 정책 어젠다를 주목하며 변화하는 세계 경제와 무역 질서에 대비해야 한다.

코로나19 이후의 기업 경영 전략은
우선은 기업 경영 전략을 바꿔야 한다. 기존에는 생산성 극대화와 자동화를 통한 이익 추구에 초점을 맞춰 왔다면, 이제는 환경, 사회 및 지배구조(ESG)를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경영 전략을 추구해야 한다.
2020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ESG 투자 접근 방식을 여섯 가지 방식으로 분류·제시했다. 첫째, 특정 기업이나 정부의 활동이 기본적인 사회적 가치에 부합하지 않을 때 이를 투자 대상에서 배제하는 방식, 둘째, 국제규범 준수 기업을 포함하는 방식, 셋째, ESG 점수에 따라서 자산을 재배분하는 방식, 넷째, ESG 주제를 중심으로 해 특정 이슈에 초점을 두고 투자하는 방식, 다섯째, 재무적 수익뿐만 아니라 비재무적 성과를 중시하는 방식, 여섯째, 투자의 모든 중요한 과정에 ESG 요소를 완전히 통합하는 방식이다. 이는 글로벌 자산 운용과 투자에 가이드라인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2020년 초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최고경영자(CEO)인 래리 핑크는 기후위기에 대한 기업들의 대응과 책임감 및 투명한 정보 공개를 강조한 바 있다. 글로벌 시장 영역에서 투자의 방향과 기준을 예고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빅데이터로 본 포스트 코로나 사회는
선진 사회 진입 위해 풀어야 할 숙제는
사회·경제적 대변화로 인해 발생되는 전환 위험(transition risk)에 대한 경영 전략을 추구해야 한다. 기업 단위에서든, 산업 단위에서든, 국가적 차원에서든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전략과 포트폴리오 및 우선순위에 대한 사회적 함의 도출이 필요하다. 전환에 따른 새로운 약자의 발생, 빈부격차 확대, 사회 양극화 등은 ‘새로운 기회’의 획득과 선진 사회로의 진입을 위해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과학기술을 통한 혁신을 빼놓을 수 없다. 기업이든 국가든 경쟁력 확보의 원천은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 성과와 기술을 통한 혁신에서 출발한다고 할 수 있다. 참고 사례로,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는 지난 2월에 MIT 테크놀로지 리뷰(Technology Review)를 통해 mRNA 백신, GPT-3, 틱톡 추천 알고리즘, 리튬-메탈 배터리, 데이터 트러스트, 녹색수소, 디지털 접촉 추적, 초정밀 위치정보 기술, 원격의 시대, 다재다능한 인공지능(AI) 등 인간의 삶에 커다란 영향을 줄 수 있는 ‘2021년 10대 혁신 기술’을 발표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정부와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과학기술 연구·개발(R&D) 정책을 수립하고, 이에 대한 중점 추진 과제 및 이를 달성하기 위한 유망 기술을 제시하고 있다.
정부는 2020년 7월,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을 기점으로 코로나19 이후,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과학기술 정책 방향, 과학기술 미래 전략 2045, 탄소중립 기술 혁신 추진전략 등을 순차적으로 발표하며 과학기술 R&D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KISTEP·KISTI 등 미래 고성장 기술 영역 넓혀야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등 공공기관에서도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는 유망 기술, 딥러닝으로 예측한 미래 고성장 과학기술 영역 100선,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트렌드, 2021년 10대 바이오 미래 유망 기술, 언택트 시대의 10대 미래 유망 기술 등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한 유망 기술을 도출하고 이를 획득하기 위한 세부적인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현재 인류는 코로나19 감염병 팬데믹 위기의 최고점을 향하고 있다. 여러 우려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이후(포스트 코로나)에 일어날 변화에 대해 구체적이고, 과학적이고, 장기적인 답을 구해야 한다.
한국은 코로나19 시기를 지나면서 글로벌 위상의 격상, 과학기술력의 강화, 위기에 대한 체계적 대응 등을 통해 상당한 자신감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팬데믹이 됐든, 그린 스완이 됐든 위기를 향한 슬기로운 도전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얻을 수 있음을 확인한 것이다.
기업과 공공 및 일반 국민들이 세계적 변혁의 동향을 인식하고, 이에 적합한 시스템적 대응과 기술 혁신을 통한 성장 동력의 확보가 뒷받침된다면 ‘비 온 뒤에 땅이 더 단단해지는’ 미래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