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렴해진 실손보험, 갈아타야 할까
최근 4세대 실손의료보험 상품으로 갈아타라는 권유가 늘었다. 저렴한 월 보험료로 유혹하는 신상품들의 유혹은 참아내기 힘들다. 하지만 보험료 부담은 낮아진 대신 보장이 줄어들 수도 있는 법. 꼼꼼한 셈법이 필요한 대목이다.

#1. 57세인 A씨는 최근 담당
설계사로부터 가격이 저렴한 신상품이 나왔다며 실손의료보험(이하 실손보험)으로 갈아타라는 권유를 받았다. 현재 가입한 상품의 월 보험료가 10만 원이 넘어 부담스러웠던 참이다. 다만 신상품의 보장이 더 좋지 않다는 얘기에 주저하고 있다.

#2. 31세 B씨는 설계사 권유로 실손보험 신상품으로 갈아탔다. 신상품이 보장 면에서 더 좋지 않다는 설명을 들었지만 어차피 병원 갈 일이 많지 않아 가격이 저렴한 것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지난 7월 1일 실손보험 신상품이 출시됐다. 새로운 실손보험은 환자(가입자)의 자기부담금이 기존 10%에서 30%로 높아졌다. 또 병원에 자주 갈 경우 대신 가격이 기존 상품(1세대 실손보험) 대비 최대 70% 이상 저렴하다. 즉, 보험료 부담이 낮아진 대신 보장이 줄어든 셈이다. 새로운 실손보험을 두고 갈아타는 게 유리한지 아닌지 갈팡질팡하는 소비자가 많다.

실손보험, 변경 내용은
실손보험은 가입 시기에 따라 보장 내용이 다르다. 통상 과거에 가입한 상품일수록 보장 내용이 좋고, 최근 가입한 상품일수록 보험료가 저렴하다. 실손보험은 2009년 10월 이전을 1세대 실손보험 혹은 구(舊)실손보험으로 부른다. 당시 실손보험은 정책성 상품이 아니었다. 이에 각 보험사마다 보장 내용이 조금씩 달랐다. 일반적으로 환자의 자기부담금이 전혀 없는 것이 특징이었다. 또 의사가 치료 목적으로 진단하면 보험금을 지급했다. 보험금 지급이 많고 자기부담금도 없어 손해율이 높다. 이에 실손보험 중 가장 보험료가 높다.

2009년 10월부터 2017년 3월까지 상품을 2세대 실손보험, 혹은 표준화 실손보험으로 일컫는다. 표준화 실손보험으로 부르는 것은 이때부터 정책성 상품으로 변경됐기 때문이다. 이에 모든 보험사의 실손보험 약관이 동일하다. 보장 내용이 같다는 의미다. 표준화 실손보험도 시기별로 조금씩 달라졌지만, 통상 환자의 자기부담금이 10%다. 병원비가 10만 원 나왔다면 그중에서 1만 원의 병원비를 환자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2017년 4월, 실손보험이 다시 개정된다. 이때 실손보험을 3세대 실손보험 또는 착한 실손보험으로 부른다. 보험금을 많이 청구하는 치료로 구분된 도수치료, 자기공명영상(MRI), 비급여주사제 등 일부를 특약으로 뺐다. 이 특약의 자기부담금을 30%로 높인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즉, 손해율을 높이는 주범으로 꼽히는 질환 치료에 대해 환자 부담을 높이겠다는 거다.

이처럼 실손보험은 환자 부담을 높이는 쪽으로 변경돼 왔다. 그럼에도 손해율이 지속적으로 높아졌다. 손해율은 보험사가 받은 보험료와 지급한 보험금의 비율이다. 손해율이 높으면 그만큼 보험사가 손해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올해 7월 4세대 실손보험으로 상품을 다시 한 번 개정했다. 4세대 실손보험은 가입자 개인별로 보험료를 차등화한다는 게 가장 큰 차이점이다. 병원에 많이 갈 경우 보험료가 최대 3배 할증된다. 가령 보험료가 10만 원인데 병원을 자주 가 보험금을 많이 청구하면 최대 40만 원(비급여 기준)까지 오른다. 또 자기부담금도 30%로 높아졌다. 보장은 가장 좋지 않다. 대신 보험료가 가장 저렴한 것이 장점이다.

보험료와 건강 상태 확인하고 갈아타야
보험료가 가장 비싼 1세대 실손보험이라고 해도 40대까지는 부담해야 하는 보험료가 높지 않다. 월 4만 원 내외에 그친다. 40대까지는 병원에 자주 가지 않고, 이에 손해율이 낮기 때문이다. 반면 50대부터는 보험료가 급격히 인상되기 시작한다. 60대는 실손보험료로 20만 원 이상을 내야 한다. 이에 실손보험을 갈아탈지 여부는 보험료와 건강 상태를 중심으로 판단하는 게 현명하다.

연령별로 정리하면 50대 이후는 가급적 현재 상품을 유지하는 게 현명하다. 4세대 실손보험으로 갈아타지 않아야 한다. 50대 이후부터 병원에 본격적으로 다니기 시작하며, 그만큼 보험금을 청구할 확률도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험료가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만약 보험료 부담으로 더 이상 실손보험을 유지하기가 어렵다고 판단한다면 4세대로 갈아타는 것이 현명할 수 있다. 보험료를 납입하지 못해 아플 때 아예 보장을 받지 못하는 게 더 곤란하기 때문이다.

30대 이하라면 4세대로 갈아타는 게 현명하다. 어차피 병원에 갈 일이 없어 보험금 청구할 가능성도 낮다. 이 경우 저렴한 보험금을 우선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물론 30대 이하라고 해도 건강이 좋지 않으면 현재 상품을 유지하는 게 좋다.

40대의 경우는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 40대부터 체력이 급격히 낮아지는 탓이다. 반면 보험료는 크게 부담스러운 수준이 아니다. 정말 건강에 자신이 있다면 보험료를 줄이는 것이 좋다. 그러나 체력이 낮아짐을 느낀다면 기존 실손보험을 유지하는 게 현명하다.

글 김승동 뉴스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