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프리즘/

(전문)
메타버스(metaverse, 가상세계) 시대에 올라타기 위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먼저는 우리가 갖고 있던 전통적인 시각과 관념을 바꿔야 한다. 인간과 세계, 시간과 공간 등에 대해 기존 상식과 관념을 넘어서는 전략이 필요하다.

(본문)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신문명을 대표하는 단어로 ‘4차 산업혁명’을 사용했다. 2016년 세계경제포럼(WEF)에서 클라우스 슈바프가 세상을 바꿀 키워드로 제시한 지 겨우 5년이 흘렀을 뿐인데 벌써 구시대적 느낌이 든다. 이는 그만큼 우리 사회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라는 거대한 물결이 휩쓸고 있고, 이로 인해 우리의 경제, 산업, 문화, 교육 등 사회 전반에 걸쳐 이전에 상상하지 못했던 모습들이 현실에서 펼쳐지고 있다.
4차 산업혁명에서 언급됐던 핵심적 기술 변화 중에서 특히 주목을 받는 기술인 가상물리시스템(Cyber-Physical System, CPS)에서 출발한 것이 메타버스라고 할 수 있다. 이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을 통한 인터넷 기반의 온라인 중심 사회에서 포스트 인터넷 가상융합 사회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많은 전문가들은 메타버스가 특정 산업에 국한되지 않고, 최근 급속히 발전된 정보통신기술(ICT)과 환경 변화에 따라 기술 간, 영역 간, 산업 간 융합을 통해 전 산업과 사회 전반에 걸쳐 혁명적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메타버스, 어떤 미래를 가져올까
메타버스, 어떻게 등장했을까
메타버스는 약 30년 전인 1992년 미국 작가 닐 스티픈슨이 쓴 <스노 크래시(Snow Crash)>라는 소설에서 최초로 등장했다. 2007년 ASF(Acceleration Studies Foundation)는 메타버스를 증강(augmentation)과 모사(simulation)를 세로 축으로, 내적인 것(intimate)과 외적인 것(external)을 가로 축으로 해 네 가지 범주로 분류했다.
이용자의 현실 공간에 2차원 또는 3차원 가상의 이미지를 겹쳐 보이며 상호작용 하는 증강현실(AR)과, 사물과 사람에 대한 일상의 경험과 정보를 캡처하고 저장하고 공유하는 라이프로깅(lifelogging)과 실제 세계를 사실적으로 반영하되 디지털로 확장한 거울세계(mirror worlds)와 디지털 기술을 적용해 실제 현실을 모사하거나 또는 전혀 다른 대안적 세계를 구축한 가상세계(virtual worlds)로 나누어 설명한다.
현재는 이러한 유형별 기술들이 서로 융합·복합화되고 경계를 넘어 상호작용을 하며 발전하고 있다. 수년 전 유행했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기반 게임인 포켓몬고와 자동차의 헤드업디스플레이(HUD), BMW의 AR 스마트팩토리 등이 대표적인 증강현실 사례다.
일찍부터 메타버스의 사례로 일컬어지는 포트나이트, 마인크래프트, 로블록스, 세컨드라이프, 동물의 숲 같은 VR 게임과 최근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제페토 및 각종 시뮬레이션 플랫폼이 가상세계의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메타버스가 포스트 인터넷 시대를 열어갈 신산업의 게임체인저로 등장하면서 페이스북,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메이저 기업들이 시장을 주도하며 기술과 서비스, 시장 선점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게임 산업을 중심으로 형성된 시장이 비대면 환경으로의 급격한 변화와 5세대(5G) 이동통신 기술과 빅데이터 축적, 관련 디바이스의 성능 향상 및 컴퓨팅 파워의 발전 등 사회적·기술적 인프라의 변화로 인해 새로운 전환기를 맞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온택트라는 시대 상황적 요인과 함께 어린 시절부터 인터넷, 스마트기기 등 디지털 문화를 몸소 체득하고 자란 MZ(밀레니얼+Z) 세대를 중심으로 가상 공간에서의 삶의 활동 공간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오프라인에서만 가능했던 상상할 수 없었던 다양한 활동들이 이제는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지난 대선 당시 닌텐도 게임인 ‘모여봐요 동물의 숲’에서 아바타를 통해 선거 유세를 펼쳤다. 또 한화이글스는 메타버스를 활용해 출정식을 개최했다.
가상 부동산 거래 사이트인 어스(EARTH)2는 지구를 그대로 복제해 가상세계에서 지구의 부동산을 판매하며, 최근 직방은 부동산 거래의 모든 절차를 가상 공간에서 가능하게 하는 서비스를 개시했다. 이 밖에도 대학의 입학식 또는 축제 등도 가상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등 메타버스는 이미 우리의 생활에 깊숙이 파고들어 왔다.
더 나아가 이제는 이용자들이 직접 플랫폼에 참여해 콘텐츠를 생산하고, 거래하면서 새로운 경제구역을 생성하고 있다. 가상화폐와 블록체인 기술이 결합되고, 대체불가능 토큰(Non-Fungible token, NFT) 등을 통해 가상의 공간에서 실제 경제활동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아직은 엔터테인먼트 분야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나 머지않아 다양한 산업 분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글로벌 대기업들의 투자 강화와 기술 개발이 급속히 진행되고 있으며, 투자 자본도 메타버스에 관련된 산업에 크게 주목하고 있다.

메타버스, 어떤 미래를 가져올까
메타버스 시장, 2025년 2800억 달러 추정

시장조사 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는 메타버스 세계 시장이 2021년 460억 달러에서 2025년에는 28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메타버스의 근간을 이루는 확장현실(XR) 기술의 2030년 전 세계 시장 규모를 1조5000억 달러로 전망했으며, 이는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1.81%에 해당한다.
가트너의 하이프사이클(기술성장주기 곡선)에 따르면 가상현실(VR)은 기술이 안정화 단계에 있으며, AR은 시장에 적응해 성장기에 진입하기 직전이며, 혼합현실(MR)은 기술이 아직은 불안정해 소수 기업만이 투자를 이어가는 단계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이들 메타버스 관련 기술들은 기술 간 융합과 인프라의 고도화를 통해 통합적 시장을 형성하며, 2022년 이후에는 폭발적인 시장 확장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메타버스는 현재 인게임 아이템 판매 형태에서 마케팅 솔루션 제공을 거쳐 이커머스, 콘서트 등 현실세계와의 연계를 통해서 수익모델을 진화하고 있다. 구찌와 제페토 협업 사례에서와 같이 인게임 아이템 판매에 그치지 않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공유와 2차·3차 콘텐츠 창작 및 판매로 이어지는 브랜드 마케팅 플랫폼으로서 활용성을 높이고 있다.
나아가 메타버스 제작 플랫폼을 활용하는 개발자 생태계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존 리치텔로 유니티(Unity) 최고경영자(CEO)는 "50만 명 이상의 학생들이 유니티를 통해 3차원 입체세계를 구성해내는 작업을 공부하고 있고, 수년 안에 100만 명을 돌파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그는 "모바일 앱 개발자가 세계 1200만 명 정도 커진 것처럼 3차원 가상현실을 만드는 수많은 개발자 생태계가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대형 플랫폼 기업들은 누구나 쉽게 쓸 수 있는 개발 툴을 개발하고 저렴하게 제공할 것이다.
이용자들은 이를 활용해 직접 콘텐츠를 생산할 것이다. 또한 이용자가 공급자가 되고 공급자가 이용자가 돼 공동의 작업과 양면의 역할을 동시에 가능하게 하면서 그 진화의 속도가 폭발적으로 빨라질 것이다. 이는 기존의 공급자와 수요자, 온라인과 오프라인, 가상과 현실이 구분되는 산업구조가 완전히 바뀌어 앞으로는 이들의 경계가 허물어지며 새로운 세계가 열리는 완전히 다른 비즈니스 패러다임의 변화를 예시하고 있다.
이것이 우리가 산업과 사회와 기술적 발전 방향을 설계함에 있어서 메타버스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논거다.
메타버스, 어떤 미래를 가져올까
정부-민간 협력, 메타버스 산업 육성
우리나라는 정보기술(IT) 강국답게 메타버스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 5월 18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도로 현대자동차, 분당서울대병원, 네이버랩스, 맥스트, 버넥트, 라온텍,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카카오엔터, CJ ENM, 롯데월드 등이 참여하는 '메타버스 얼라이언스'를 출범했다. 정부와 민간이 협력하며, 각각의 역할을 맞게 메타버스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적극적인 의지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변화에 맞게 현재와 미래를 설계하는 것이 첫째 조건이며, 이는 세대를 포괄하는 가치를 공유하고, 사회와 산업의 선진화를 이루는 길이 될 것이다.
다음으로 기업 입장에서는 빠르게 재편되는 가상환경 산업구조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기업의 발전 전략을 수정해야 하며, 경쟁력에 대한 자가진단과 함께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 아울러 급속히 변화하는 수요와 수요자에 대해 적절한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이는 앞서 언급했듯이 MZ세대로 표현되는 수요층의 변화와 이들의 요구사항이 뭔지를 파악하고 그곳에 먼저 가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메타버스, 어떤 미래를 가져올까
메타버스 산업이 지금까지는 게임, 가상공연 등 콘텐츠 산업을 중심으로 발전해 왔으나, 앞으로는 전 산업으로 확장돼 크게 팽창할 것이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게임, 공연과 같은 콘텐츠뿐만 아니라 제조, 의료, 교육, 관광 등 폭넓은 산업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메타버스 활용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코로나19 팬데믹, 4차 산업혁명, 가상융합 경제 등 메타버스 변화를 추동하는 산업구조의 재편 과정에서 공공과 민간의 효율적 협업체계가 요구된다. 정부는 디지털 뉴딜 정책 등을 통해서 전폭적인 투자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우리 경제를 글로벌 선도형으로 자리매김하고자 하고 있다.
그러나 결국에는 민간의 산업 생태계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가 관건이며, 이 또한 경쟁과 협업이라는 조화를 통해 함께 상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메타버스의 위험 요소에 대한 법제도에 대해서도 조속한 정비가 필요하다.
크리에이터들이 생산하는 콘텐츠의 소유권 문제, 아바타를 이용한 성범죄 및 사기 등 불법행위, 아바타에 대한 인격권 부여에 관한 이슈 등이 해결돼야 할 과제다. 메타버스는 새롭게 형성되고 있는 시장인 만큼 시장 형성과 산업 발전 단계에 맞는 적절한 규제와 산업 진흥이라는 양면을 아우르는 정책 방향의 설정이 중요하다.

소대섭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데이터분석플랫폼센터장(공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