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는 현재 산업과 기술 분야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아이템이다. 9월호에서는 메타버스의 핵심 기술인 실감형 콘텐츠에 대해서 소개하고자 한다. 실감 콘텐츠는 다른 대상이 된 것 같은 느낌을 주거나 영상 속에 들어가 있는 것 같은 생생함을 주는 것을 일컫는다. 다시 말해 메타버스의 중요한 부분을 담당하는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혼합현실(MR), 홀로그램(hologram) 등이 대표적이다. 실감 콘텐츠는 몰입감(immersive), 상호작용(interactive), 지능화(intelligent) 등 3I를 통해 높은 현실감을 제공하고 경험의 영역을 확장하는 특징이 있다.

포스트 인터넷 시대, '실감콘텐츠' 뜬다











실감 콘텐츠, 융합 기술로 발전
실감 콘텐츠는 정보통신기술(ICT)을 기반으로 인간의 감각과 인지를 유발해 실제와 유사한 경험 및 감성을 확장하는 기술로 정의하며 오락, 문화, 방송, 교육, 국방, 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보고, 듣고, 만지고 공감할 수 있는 체험형 콘텐츠를 일컫는다.

기존 디지털 콘텐츠는 평면적이고 정적으로 완성된 형태라면 실감형 콘텐츠는 입체감과 풍부한 표현력을 바탕으로 사용자와 사용자 또는 사용자와 콘텐츠 간 상호작용을 통해 스토리를 완성해 가는 동적인 형태를 띠고 있다.

또한 홀로그램, MR, AR, VR 대화면 영상 등 다양한 미디어 기술을 기반으로 교육, 게임, 문화 등 운영 분야의 스토리와 서비스가 연결되면서 플랫폼 내에서 구현되는 융합형 기술로 발전해 가고 있다. 이렇듯 실감 콘텐츠가 주목받는 이유는 산업 전 분야로의 확장성에 있다. 제조, 건설, 교육, 국방, 의료, 문화를 비롯해 산업 전 분야에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포스트 인터넷 시대, '실감콘텐츠' 뜬다
이미 1990년대부터 연구가 시작됐지만 실감 콘텐츠가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은 2015년 전후로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같은 글로벌 전시회에서 주목받기 시작하면서부터다. 국내에서는 2016년 이후 가상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VR방이 기업과 개인 간 거래(B2C) 시장에서 확산하기 시작하고, 5세대(5G) 상용화에 맞춰 킬러 콘텐츠로 부상한 것이다. 즉, 5G의 상용화와 관련 디바이스 기술의 진보를 바탕으로, 그리고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황과 맞물려 실감 콘텐츠가 일상화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 것이다.

한국은 2019년 4월 초고속, 초저지연 데이터 전송을 가능케 하는 5G 상용화를 세계 최초로 실현함으로써 실감 콘텐츠의 장점인 몰입감과 현장감을 극대화하며 글로벌 주도권을 갖는 유리한 위치를 선점했다. 아울러 비대면 사회로의 급격한 환경 변화에 따라 실감 콘텐츠의 질적 고도화와 양적 팽창을 통해 과학기술(연구·개발), 공공서비스(국방, 재난·안전, 의료, 교육 등), 산업(제조, 농업, 도시, 미디어 등) 등 전 분야에서 디지털 변환을 촉진하고 있다.

메타버스 실감 콘텐츠, 가상 시장 확대
메타버스 등 가상 경제와 관련 산업의 급격한 확장에 따라 실감 콘텐츠 및 VR‧AR 디바이스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관련 분야의 2023년 기준 세계 시장 규모는 3641억 달러(약 411조원)로 전망되며 이는 2017년 289억 달러(약 32조6000억 원) 대비 12.6배로 연평균 52.6% 증가를 나타내고 있다. 국내의 경우 2019년 실감 콘텐츠의 생산액은 2조8000억 원으로 2017년 대비 2.3배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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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감 콘텐츠의 활용 사례를 살펴보면 국내에서는 VR 소부대 전술훈련용 시뮬레이션 기술을 개발해 적용하고, VR 백내장 수술훈련, 드론·자율주행차 가상훈련, 국립박물관의 가상체험관 운영 등이 있다. 해외 사례로는 미국 육군의 AR 헤드셋 작전 상황 활용 프로젝트, 환자별 VR 영상활용 수술 및 치료(미국), 미 항공우주국(NASA)의 VR 무중력 우주비행사 훈련, 영국 왕립미술관의 VR 전시관 등이 있다.

우리나라는 정부와 민간의 협업 활동이 눈에 띈다. 있다. ‘실감형 광화문 프로젝트’, ‘동대문 실감형 쇼핑몰’, 국립박물관과 미술관의 실감 콘텐츠 제작 및 체험관, 세계유산 및 유·무형 문화유산에 대한 통합 실감 콘텐츠 개발, 한양도성 600년 문화유산 3차원(3D) 데이터화 및 개방형 플랫폼 구축 등을 통해 민간 부문과 현장에서 실감 콘텐츠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성남시가 주최하는 온라인 가상 게임쇼인 ‘인디크래프트’ 같은 전시회도 상징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정부는 민간의 실감 콘텐츠 제작과 관련 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2019년 5월 서울 상암동 한국 VR‧AR콤플렉스에 아시아 최대 수준의 실감 콘텐츠 제작 인프라인 ‘K-실감스튜디오’를 설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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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실감 콘텐츠 신산업 미래 성장 동력으로 선정
정부는 2015년에 실감 콘텐츠를 신산업 미래 성장 동력으로 선정한 이후로, 관련 산업 육성과 기술 개발을 위한 정책을 통해 적극적이고 지속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2019년에는 ‘실감 콘텐츠 산업 육성 범정부 5개년 추진 계획’, ‘콘텐츠 산업 3대 혁신 전략’, ‘실감 콘텐츠 산업 활성화 전략’ 등을 통해 실감 콘텐츠 산업 발전을 범정부 차원의 구체적 실천 계획들을 제시했고, 최근 들어서는 ‘가상융합경제 발전 전략(2020년 12월)’을 통해 5G 기술과 결합하고, 유관 기술과 인프라를 기반으로 다양한 산업을 포괄하며 신시장을 창출하기 위한 ‘가상융합경제’ 개념으로 확장하고 있다.

지구 위기를 추동하는 잠재 에너지가 포화된 시점에 우리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을 겪게 됐고 백신과 치료제를 통한 과학적 해결책을 기대했던 당초 희망은 시간이 갈수록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있다.

이는 전염병이나 기후변화 등 특정 분야의 문제로 접근해서는 근본적 해결이 어렵다는 고민을 던지고 있다. 인류에게는 문제의 발원지를 찾아야 하는 과제가 주어졌다. 동시에 이미 벌어지고 있는 패러다임의 변화에 적응하고 사회적 손실을 최소화하며 지속적 발전을 위한 과학기술적 대안을 제시해야 하는 과제도 안게 됐다.

이에 대한 새로운 물결의 하나가 메타버스, 가상현실 세계이며, 이의 핵심적 내용물이 실감 콘텐츠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는 실감 콘텐츠에 대해 먼저 다가가야 하고,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산업을 육성하고 필요한 인프라와 인재를 확보해야 한다. 이미 가상융합경제는 시작됐고 선점을 위한 글로벌 경쟁도 가속화하고 있다. 실감 콘텐츠는 많은 산업 분야에서 활용되고 주목할 만한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교육·의료·국방·재난·안전 등 공공서비스 영역의 파급효과 기대
교육, 의료, 국방, 재난·안전 등 공공서비스 영역에서도 파급효과가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정부와 민간이 공공적 부분과 상업적 부분으로 역할을 분담하고 정책 추진 효과를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 현재 우리나라 민간 부문은 K-컬처, K-메타버스, K-방역 등 ICT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세계를 선도(퍼스트 무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함께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 또는 공공과 민간의 효율적 협업 체계를 구축하고, 지역균형 발전을 위한 특화 산업으로 실감 콘텐츠 투자 확대, 국토·교통·지리·재난 분야에서의 신규 콘텐츠 개발, 공공서비스의 실감 콘텐츠 적용 확대 등을 통해 사회적 파급효과가 큰 실감 콘텐츠 산업의 성공 사례를 도출해야 할 것이다. 또한 콘텐츠 개발과 연구·개발에 필요한 인력의 육성과 현장의 수요에 대한 신속한 배치를 위한 프로그램도 매우 중요한 과제다.

포스트 인터넷 시대로서 본격적인 실감 콘텐츠의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고 가상융합경제의 새로운 시장이 열리고 있는 이때, 우리나라는 준비된 기술력과 인프라를 바탕으로 해당 분야에서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주인공이 되길 바란다.

글 소대섭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데이터분석플랫폼센터장(공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