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최태원호, '뚝심 리더십' 위기서 빛났다

최태원 SK 회장의 ‘뚝심경영’은 재계에 정평이 나 있다. 일례로 SK의 하이닉스·도시바 반도체 인수가 그렇다. 당시 모든 임원들이 하이닉스 인수를 반대했고, 도시바 반도체 인수 역시 주변의 우려와 반대가 심했다. 하지만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밀고 나가는 최 회장의 뚝심이 현재의 SK를 말해주고 있다. 이 같은 '뚝심 리더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위기에서 더 빛을 발하고 있다.

최태원 회장, ‘딥 체인지’로 위기 돌파
최태원 SK 회장은 빠르게 변하는 경영 환경과 위기를 돌파하고 생존하는 방법으로 ‘딥 체인지(deep change: 근본적 혁신)’를 강조하고 있다. 이에 맞춰 SK는 ‘파이낸셜 스토리’ 등 다양한 실천 방법으로 관계사 사업모델을 혁신하고, 이를 통해 회사의 성장과 이해관계자 행복을 지속적으로 추구하고 있다.
최 회장이 강조하고 있는 ‘파이낸셜 스토리’는 고객, 투자자, 시장 등 파이낸셜 소사이어티(financial society)를 대상으로 SK 각 회사의 성장 전략과 미래 비전을 제시해 총체적 가치(total value)를 높여 나가자는 경영 전략이다.
최 회장은 지난 6월 경기 이천 SKMS연구소에서 열린 ‘2021 확대경영회의’에 참석, 딥 체인지의 모든 방법론들을 유기적으로 담아낸 ‘좋은 파이낸셜 스토리’를 완성해 모든 이해관계자들로부터 공감과 신뢰를 얻어야 성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확대경영회의는 최 회장을 비롯해 각 주요 관계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참석해 그룹의 성장 방안 등을 토론하고 모색하는 자리다.
그는 “우리 그룹은 그동안 수소, 배터리, RE(Renewable Energy)100 등 환경 분야를 선도해 왔고, 비즈니스 모델 혁신, 사회적 가치, 더블 보텀라인(DBL), 공유 인프라,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등 여러 딥 체인지 방법론으로 많은 성과를 이뤘다”면서 “이제는 이 같은 방법론들을 한 그릇에 담아 이해관계자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소통하고 실천해 나간다면 결국 신뢰를 얻어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밝혔다.
SK 최태원호, '뚝심 리더십' 위기서 빛났다
포스트 코로나 대비해 그룹 역량 결집 나서
기업들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앞두고 산업별 메가 트렌드 변화 및 글로벌 환경 변화 등 감내하기 어려운 도전과제에 직면한 상황이다. 최 회장은 조직 구성원, 투자자, 이사회, 사회 구성원 등 내외부 모든 이해관계자들의 신뢰와 믿음을 이끌어낼 수 있는 파이낸셜 스토리 완성의 주체가 될 것을 주문했다.
이어 그는 개별 회사 차원의 파이낸셜 스토리뿐 아니라 그룹 차원의 파이낸셜 스토리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최 회장은 “반도체, 수소 등을 그룹 차원의 파이낸셜 스토리로 만들었을 때 시장에서 호응을 얻을 수 있었다”면서 그룹 전체 차원에서 ‘넷제로’ 조기 추진을 주문했다.
최 회장은 “향후 탄소 가격이 생각보다 더 빠르게 올라갈 것을 감안하면 넷제로는 하느냐 안 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경쟁력의 문제”라면서 “남들보다 더 빨리 움직이면 우리의 전략적 선택의 폭이 커져 결국에는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SK CEO들은 이날 글로벌 화두인 기후 위기 극복을 위해 그룹의 역량을 결집, 글로벌 탄소중립 목표 시점인 2050년보다 앞서 온실가스 순배출 제로(0)를 달성하자는 넷제로 추진을 공동 결의했다.
이번 넷제로 공동 결의는 SK그룹사들이 2050년 이전(2050-α)까지 이산화탄소(CO2) 등 7대 온실가스를 직접 감축할 수 있도록 적극 투자하고, 재생에너지 사용을 확대해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SK머티리얼즈가 넷제로 달성 목표를 2030년으로 잡은 것을 필두로, 각 사별로 조기달성 목표를 수립했으며, 최소 10년 단위로 중간 목표를 설정해 그 결과를 매년 투명하게 공개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2020년 그룹의 탄소배출량을 기준으로 2030년까지 약 35%, 2040년까지 약 85%를 감축, 기후 대응 리더십을 구축해 나갈 방침이다.
SK 최태원호, '뚝심 리더십' 위기서 빛났다

SK, 지속 가능한 생태계 위한 대표 기업으로 성장
SK는 지난 8월 말 개최한 ‘이천포럼 2021’에서도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위한, SK의 딥 체인지 실천’을 주제로 정하고 딥 체인지 실천력 강화를 위한 고민을 이어갔다.
이천포럼은 지난 2017년 최 회장이 “급변하는 경영 환경 속에서 기업이 서든 데스(sudden death) 하지 않으려면 기술 혁신과 사회·경제적 요구를 이해하고 미래를 대비하는 통찰력을 키우는 토론장이 필요하다”고 제안해 시작됐다.
5회째를 맞은 올해 포럼은 △ESG △환경 △소셜 △제도와 공정 △일과 행복 △거버넌스 △파이낸셜 스토리 △테크놀로지 등 주제별 강연 및 기조 발제, 패널 토론 등으로 꾸며졌다. ESG 등 이천포럼의 기존 핵심 의제 외에 ‘딥 체인지’를 위한 SK의 실질적 변화에 도움이 되고, 시대적 관심이 높은 ‘공정’과 사회적 다양성 등을 다루는 ‘소셜’ 등 새 의제들을 발굴해 포함시켰다.
최 회장은 이천포럼 마무리 발언에서 “올 이천포럼은 SK를 둘러싼 세상의 변화를 이해하고 딥 체인지의 실천적 방법들을 모색하는 자리였다”고 평가하고, “앞으로 상시적인 토론의 장(場)을 열어 끊임 없이 변화하는 SK를 만들자”고 당부했다.
그는 이어 “이번 포럼에서 ESG 흐름과 공정, 성적 소수자(LGBT) 이슈까지 탐구하고 SK 경영에 대한 쓴소리도 듣는 등 의미 있는 시간을 만들었다”면서 “넷제로와 파이낸셜 스토리 등 논의를 통해 많은 아이디어를 얻은 것도 수확”이라고 말했다.
이번 포럼에서는 글로벌 석학들이 펼친 온라인 강연 및 토론, ‘소셜’ 등 새로 선보인 세션 등이 큰 관심을 끌었다.
정유진 기자 jinjin@hankyung.com 사진 SK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