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를 강타한 K-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열기가 식을 줄을 모르고 있다. 또한 K-팝을 비롯한 K-드라마와 영화, 게임, 웹툰, 뷰티 등 한류의 물결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김치 등 K-푸드의 높아진 글로벌 위상도 눈길을 끌고 있다.

11월 22일은 김치의 날이다. 이 의미는 한(1) 가지 한(1) 가지 엄선된 좋은 재료를 사용해 22가지 효능을 내는 김치 관련 숫자를 뜻한다. 김치의 날을 맞아 10월 가을 문턱에 이하연 대한김치협회장을 만났다. 경기도 남양주에 위치한 그의 김치 연구소에 들어서자 70~80여 개의 장독대와 거푸집으로 쌓여 있는 김치 항아리가 눈에 들어왔다. 2003년부터 담그기 시작한 씨 간장과 된장은 한식의 좋은 재료가 된다고 이 회장은 말했다.
이 회장은 “대한김치협회장 취임 후 지난 2020년에 김치의 날을 제정하는 데 앞장섰다”며 “공약이기도 했고 업적으로 남기게 돼 뿌듯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저렴한 수입 김치와 가격 경쟁을 하지 않고 차별화 전략을 통해 김치의 고급화 등 품질을 혁신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K-푸드, 김치 빼놓고 얘기할 수 없죠"

최근 김치가 세계에서 인정받고 있는 가운데 11월 22일 김치의 날로 올해는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한국인의 식생활은 김치를 빼놓고 얘기할 수 없습니다. 특히 김치의 날은 김치가 우리 민족의 음식임을 국민 모두가 인정하고 기념하는 날이기 때문에 기쁩니다.
특히 김치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증상을 덜어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세계적으로 관심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올해 김치의 날은 더욱 감회가 새롭습니다. 외국에서 김치가 면역력을 높이는 건강식품이라는 인식이 커진 것이 영향을 미친 것 같아요.
또한 한류 열풍과 맞물려 해외에서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K 브랜드가 음식에도 적용됐고 이로 인해 한국 음식인 소위 ‘K-푸드’에 대한 관심이 커진 이면에는 김치의 역할이 컸다고 자부하고 있습니다.”

김치 유산균이 코로나19 면역력에 좋다는 얘기를 들었다.
“김치에는 항산화, 항균작용. 면역력 강화 등 우리 몸에 도움이 되는 좋은 영양소가 듬뿍 들어 있습니다. 이에 대해 최근 장부스케 프랑스 몽펠리대 교수도 발표한 바 있으며 하버드대 보건대학원에서도 김치의 효능과 우수성을 인정했어요. 김치 국물 1g당 유산균이 10억 마리가 들어 있죠.
여기에 코로나 시대에 글로벌 3대 면역력 강화 음식으로 한국의 김치와 함께 그리스의 요구르트, 일본의 낫또가 소개된 바 있습니다.”

김치의 특징은 무엇인가.
“김치는 1차 소금에 절여 씻은 다음 2차로 5대 양념(마늘, 생각, 파, 고춧가루, 젓갈)으로 버무려 발효 숙성한 과학적인 음식입니다. 또 김치는 최소 수백 년 전부터 우리 식탁에 오른 음식이었는데요. <중보산림경제>라는 책을 보면 1766년부터 우리나라 사람들이 고춧가 들어간 김치를 먹었다고 나옵니다. 그 전에는 백김치 형태의 하얀 김치 즉, 짠지 형식의 김치를 먹었던 것이죠.”

맛있는 김치를 먹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일정한 온도를 유지해야 합니다. 제가 직접 항아리 속을 실험 해봤더니 가장 맛있는 김치의 온도는 섭씨 4~8도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김치가 항아리에서 숙성됐기 때문에 맛있다고 말씀을 하시는 데 그게 아니라 땅 속의 온도가 알맞기 때문에 김치가 아삭하고 맛있습니다. 특히 김치를 얼렸다 녹여 먹는다면 맛없어지기 때문에 여러모로 온도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각 지역마다 김치 맛이 다르다.
“맞아요. 우리나라의 김치는 기후, 계절, 재료 등으로 맛이 다양해집니다. 각 지역의 생활환경과 식습관 등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변화되고 발전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김치는 지역별 특징이 뚜렷합니다. 그에 따라 향토 김치도 다양하지요. 서울 지역 김치의 특징은 김치를 만든 뒤 반드시 국물을 부었어요. 또한 여름의 열무김치 외에는 풀을 쓰지 않았습니다. 국물이 텁텁해지고 빨리 시어지기 때문입니다.
특히 사계절이 뚜렷한 한국에서는 계절마다 김치를 담가 먹는데 봄에는 나박김치, 여름에는 오이소박이나 열무김치, 가을에는 파김치, 겨울에는 섞박지를 주로 먹습니다. 계절마다 많이 나오는 채소 위주로 김치를 담그기 때문이죠.
또한 부패를 막기 위해 기후가 따뜻한 남쪽은 짜고 매운맛이 강하며 강원도, 함경남도 등 추운 지역으로 올라갈수록 맵지 않고 싱겁게 담가 먹습니다.”

우리가 먹는 김치의 종류는 몇 가지인가.
“300여 가지로 알고 있습니다. 배추김치 종류, 별미 김치, 무김치 등 그 종류도 다양해요. 배추김치는 다 아실 테고 별미 김치로는 깻잎김치, 열무김치, 갓김치, 고들빼기 등이 있습니다. 무김치로는 총각김치, 동치미 등이 있고요.”
"K-푸드, 김치 빼놓고 얘기할 수 없죠"
명품 김치가 있다고 들었다.
“해물섞박지, 개성보쌈김치, 나주반지가 3대 명품 김치로 꼽힙니다. 해물섞박지는 전복, 소라, 굴, 무, 배추 등과 다양한 재료가 섞여 만들어진 김치입니다. 개성보쌈김치는 개성지역 배추에 소고기 양지와 국물을 넣고 갖은 양념을 한 후 배추를 보자기처럼 싸서 만든 것이죠. 개성 출신의 할머니께 직접 전수를 받았는데 정말 고급지고 깔끔한 김치입니다.
나주반지는 나주 및 전남 지역의 특산물이 들어간 김치로 낚지, 전복, 돼지고기 등의 재료를 무쳐 만들어낸 음식입니다.
이렇듯 값비싼 재료들로 이뤄진 우리 김치는 세계적인 ‘명품’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국내에 남아 있는 특색 있는 김치가 있다면 소개해달라.
“바닷가 지역에서는 주로 해산물이 들어간 김치를 만들어요. 신안의 낙지 김치, 강원도의 명태 김치와 오징어 김치, 부산의 갈치 김치, 서산의 게국지, 화천의 빙어 김치 등이 대표적이죠. 석류 김치, 비늘 김치(생선 비늘처럼 생긴 김치)도 특색 있는 음식입니다.”

추천하고 싶은 김치가 있다면 레시피와 함께 설명해달라.
“제가 추천하는 김치는 고들빼기예요. 먼저 고들빼기 밑동은 작은 칼로 살살 긁듯이 다듬어 흙을 털어내고 지저분한 불순물을 제거한 후 물에 소금을 풀어서 녹인 다음 고들빼기를 담그고 중간에 뒤집어 가며 3~5일 밤을 절입니다.
불린 찹쌀 1컵, 불린 쌀 1컵, 물 7컵을 함께 끓여 놓고 다시마 물을 준비해주세요. 쪽파는 4㎝ 길이로 썰고 고구마와 밤은 편으로 썹니다. 이는 고들빼기의 쓴맛을 중화시켜주기 때문이죠. 새우젓, 멸치생젓을 다져넣고 멸치액젓을 넣어 고춧가루가 불도록 10분 정도 둔 후 미리 준비해둔 양념에 절인 고들빼기를 넣고 버무리면 됩니다. 상온에 하루 익힌 후 냉장고에 넣어두고 한 달이 지난 다음 꺼내 먹으면 맛있어요.”

김치의 역사는 어떠한가.
“고추 유입 전과 후로 나뉘는데요. 삼국시대부터 소금에 절인 형태(순무, 오이, 부추,무) 김치를 먹다가 임진왜란 때 고추 유입으로 고추가 들어간 김치를 먹었다고 전해집니다. 오늘날 같은 형태의 포기김치(현재의 소금절임형)는 1890년경부터로 알려졌습니다. 세종대왕 때 오이에 자하젓을 넣고 담근 김치로 중국 사신을 접대한 기록도 있어요.”

세계적으로 K-김치가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만큼 한국의 국격이 높아졌고 특히 각자의 자리에서 한류 콘텐츠에 확산에 앞장서고 있는 모든 국민들의 노고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관심 있는 나라의 대표 음식을 먹고 싶어 하는 심리도 작용했다고 봅니다.
또한 2001년 세계 식품규격위원회에서 김치의 국제규격이 채택되고 2006년 세계 5개 건강식품으로 선정됐으며, 2013년 유네스코에 김장 문화가 등재되는 등 김치의 건강성과 문화의 우수성을 인정받은 점이 인기 비결이라고 생각합니다.”

곧 김장철이 온다. 맛있는 김치는 어떻게 담가야 하나. 서울 김치의 특징은.
“김치는 자연생채식입니다. 첨가물이 없이 좋은 재료로 6.5(배추) 대 3.5(양념)의 배합으로 담가서 숙성온도(섭씨 15도에서 36시간 숙성)를 지켜 보관하면 맛있는 김치를 먹을 수 있습니다. 특히 소금(천일염)과 젓갈을 잘 골라야 김치가 맛있어요.
새우젓과 황석어젓만을 사용하는 게 서울 김치의 대표적인 특징이에요. 새우젓은 배에서 바로 소금을 쳐야 상하지 않기 때문에 김장철이 되면 옛날 마포포구는 젓갈 장사들로 붐볐고 등짐봇짐 장수들이 서울 골목골목을 누비며 팔러 다녔던 적이 있어요.”

바람이 있다면 무엇인가.
“수입산 김치가 연간 30만 톤 규모로 들어오면서 70~80%의 식당에서 소비하고 있습니다. 맛있고 건강한 김치에 값을 지불할 수 있는 소비의식의 변화가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돼요. 김치는 예부터 내려오는 고급 음식이었고 그 전통을 이어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정유진 기자 jinjin@hankyung.com 사진 서범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