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출절벽이 이어지면서 부동산 시장 리스크를 다시 한 번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위기가 올수록 시장 점검을 더욱 철저히 하고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야 한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최근 부동산 시장을 둘러싼 리스크에 대해 전문가들의 코멘트를 중심으로 정리해본다.


“퍼펙트 스톰”
“회색 코뿔소”

최근 경제 각료들이 연일 시장에 사상 최대로 늘어난 가계 빚과 자산 가격 급락 가능성에 대한 경고 신호를 보내고 있다. 동시에 금리 인상과 강력한 대출 규제를 예고하면서 부동산 투자 시장은 급속도로 냉각되는 분위기다.

가계부채는 1805조9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3% 증가했고, 기업부채는 올해 상반기 말 기준 2219조6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3% 늘었다.

최근 국내 은행의 대출이 증가하면서 대출 증가세가 실물경제 상황과 괴리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부실화 가능성이 제기된다. 국내 은행이 수익성이나 건전성 모두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음에도 잠재 리스크가 크다는 지적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내 은행의 대출은 증가세가 매우 높고 실물경제와의 괴리가 있어서 작은 시장 충격에도 부실화할 가능성이 있다”며 “수치상 건전성은 좋지만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에 대한 대출만기 연장 및 원리금 상환유예 프로그램이 진행 중이고, 이자보상비율 100% 미만 한계기업의 비중이 높아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big story]부동산 투자, 전문가들이 꼽은 리스크 6
다음은 전문가들이 꼽은 대표적인 부동산 리스크 여섯 가지 내용이다.

① 가계의 원리금 상환 부담 증가
다중 채무를 보유한 취약차주들의 원금 상환 부담이 크게 증가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6월 말 기준으로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소득계층, 저신용자인 차주가 가계대출 잔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은행 3.4%, 비은행 7.9%에 이른다. 취약차주는 변동금리대출 비중이 76%로 우량차주(71.4%)보다 높고 차주 신용 위험을 반영한 가산금리가 더 높아 이자 부담은 확대됐다. 기준금리 25bp(0.25%포인트) 인상 시 가계의 이자 부담 규모는 2조9000억 원이 증가했다.

② 금리 인상과 유동성 축소
11월 기준금리 추가 인상이 유력하지만 단기간 내 부동산 가격이 하락 반전하는 모습이 나타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시장에 풀린 유동성 규모가 줄면서 부동산 가격 상승을 제약하는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최근 현금 유동성 비율(M1:M2 비율)은 38%에 달한다. 저금리 기조와 함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황에 따른 유동성 공급으로 사상 최대의 유동성 비율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과거 20년 평균 29%에 달하고 있어 부동산 시장의 가격 급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11월 기준금리의 추가 인상이 유력한 가운데 현재의 풍부한 유동성이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③전월세 가격 상승 및 수급불안
전세대출 제약으로 세입자들이 다른 집으로 이사하는 대신 기존 전세 계약을 갱신하고 있어 수도권 지역의 전세난이 가중되고 있다. 대출을 통해 전세보증금 마련이 어려운 가계는 월세로 전환할 가능성이 커지며 월세 지출 부담은 증가세를 보였다. 지난해 8월부터 시행된 주택임대차 계약갱신권으로 전세가격의 상승세가 일부 억제됐지만, 이에 따른 매물 회전률의 감소와 월세 비중 증가 및 공급의 부족이 맞물려 전세가격은 지속적인 상승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또한 내년 하반기에 전세계약갱신권 시행 2년 차 시점이 도래하게 됨에 따라 전세가격 상승 폭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④ 하우스 푸어 및 렌트 푸어 우려
하우스 푸어(무리한 대출로 구입한 집값이 하락하자 소득의 대부분을 주택담보대출 이자 비용으로 지출하게 돼 삶의 질이 낮아진 사람들을 지칭)와 비싼 전월세 비용으로 여유롭지 못한 렌트 푸어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하우스 푸어와 렌트 푸어는 부동산 상승기 이후 조정, 하락기가 올 때마다 늘 반복되는 이슈다. 금리가 오를수록 이자 부담은 커져서 원리금 상환이 어려워지면 가계의 가처분소득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우리나라 경기에도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가계부채 감축이 중요한 이슈가 되면서 시중은행들은 대출금리를 올리고 있으며, 지속적으로 이자 부담은 가중될 전망이다.

⑤ 자산가격 하락 따른 거래 위축
금융 불균형을 빠르게 해소하기 위한 목적으로 기준금리가 급격히 인상될 경우, 주택·주식가격이 하락하고 내수경기가 위축될 우려가 있다. 긴축모드와 금리 인상, 대출 규제 여파로 투자를 위한 잠재 매수자와 매도자 간 균형이 깨지면서 거래 부진으로 인한 시장 위축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⑥ 소비심리 위축
금융의 역할이 대출을 통해 현재 부족한 소득을 보전, 소비생활 및 수요의 기간 대체를 할 수 있게 되는데, 이러한 행동을 통제하면서 자원 배분의 왜곡이 발생한다. 이는 전반적인 소비심리를 위축시킬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소비심리가 위축되며 돈의 경색이 나타나면 경제 동력의 상실로 나타날 수 있다. 이는 경제성장률 둔화, 성장 동력 부재, 물가 상승 등 경제 전반의 리스크로 확대될 수 있다.

글 이미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