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과 대출 규제가 맞물리며 부동산 투자는 시계 제로 국면을 맞고 있다. 현재 시장 분위기는 주택가격이 고점을 찍고 하락세로 접어들 것인지, 상승세가 이어질지 가늠이 쉽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아직 눈에 보이지 않는 잠재적인 리스크를 감안하면 쉽게 결정하기 어려운 시장임은 분명해 보인다.
[big story]“부동산 시장 시계 제로...잠재 리스크 대비해야”
전문가들은 시장에 과도하게 풀린 유동성이 부동산 가격 상승을 유도했다고 진단했다. 금리 인상과 대출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현시점에서 보이지 않는 잠재된 리스크를 고려한 투자 판단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향후 안갯속 부동산 시장에 대한 정확한 맥을 짚기 위해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학과 교수, 이병윤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3인의 지상좌담을 통해 현 시장에 대해 진단해본다.

최근 금리 인상과 대출절벽으로 부동산 시장이 영향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현재 부동산 시장을 어떻게 진단하시나요.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학과 교수(이하 김 교수) 현재 부동산 시장의 수급 상황이 매우 악화돼 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유동성이 과도하게 풀린 데다 주택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황과 맞물리면서 시장의 균형이 깨졌기 때문입니다. 결국 수요만 높아지면서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습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박 전문위원) 과거 통계를 살펴보면 부동산 시장은 내부보다는 외부 영향에 따른 쇼크에 영향을 많이 받는 편입니다. 당장 글로벌 거시경제나 경기 상황이 현 국내 부동산 시장을 크게 위축시킬 정도의 이슈는 없지만 장기적 상승 피로감과 대출 규제, 금리 인상에 따른 여파를 주목해야 합니다.

이병윤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선임연구위원) 부동산 가격이 지난 2014년부터 상승세를 보였는데 가격 상승에 비해 소득이 늘지 않는 불균형 상태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빚을 내서 높은 가격의 자산을 사들인 것이 가계 빚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습니다. 가계대출 증가 속도가 상당히 빨라졌다는 점에서 향후 부동산 시장 리스크로 번질 우려가 있습니다. 그동안 부동산 가격이 상승세를 보인 이유는 무엇인가요.

박 전문위원 그간 부동산 가격이 오른 가장 큰 배경에는 광의통화(M2)의 증가 때문입니다.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진정시키기 위해 유동성을 늘린 것도 통화량 증가의 원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현재 광의통화는 8월 말 기준 3480조 원에 달하는데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이후 42%가 늘었습니다.
[big story]“부동산 시장 시계 제로...잠재 리스크 대비해야”
통화량이 급증한 것이 결국 주택가격 상승의 원인으로 보고 있습니다. 부동산 가격은 펀더멘털을 그대로 반영하지 않고 모바일 스트레이커처럼 빨리 움직인다는 측면에서 심리적인 요인이 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원인으로 작용했습니다.

또한 주택가격 상승 원인은 가구수가 많이 증가한 원인도 있습니다. 앞으로 2040년까지 이혼, 싱글, 비혼 등 다양한 가구들이 늘어나며 가구수 증가로 이어질 전망입니다. 수도권에서의 인구수는 2032년까지 증가세를 보인다는 점에서 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변수 요인이 될 것입니다.

김 교수 부동산 가격 상승의 출발점이 된 것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과도하게 풀린 유동성이 크게 작용했기 때문입니다. 주택 공급이 충분하지 않은 것도 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투기수요를 억제하기 위해 시행한 정책이 수요 집중에 따른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습니다.

예컨대 도심에서 주택 공급을 확대하려면 지방정부로부터 도시 계획이나 공급 허가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기반시설의 용량, 환경 문제 때문에 허가를 받는 데 있어서 시간이 필요한 경우가 있습니다. 이 때문에 중앙정부에서 생각한 만큼 속도가 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앞으로 우려되는 리스크는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이 선임연구위원 우선 가계대출의 증가 속도가 상당히 빠르 다는 것이 우려됩니다. 지난해 2분기부터 분기별로 보면 가계부채 증가율은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2분기 가계부채 증가율이 5.3%였는데 1년 만에 10.3%까지 상승했습니다. 현재 대출 규제를 전방위적으로 하고 있는데도 증가 속도가 빠르다는 것은 가계 빚 통제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소득과 대출 간의 괴리율이 커지는 것도 우려 요인입니다. 과거에는 은행대출 증가율과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대체로 비슷하게 움직였습니다. 소득이 늘면 대출이 증가하는 형태였지만 2018년부터 점점 괴리가 나타났습니다.
[big story]“부동산 시장 시계 제로...잠재 리스크 대비해야”
명목 GDP 성장률은 떨어지는데 은행대출 증가율이 가속화하면서 괴리율이 커졌습니다. 실제 지난해 GDP 성장률이 크게 떨어지면서 은행 원화 대출 증가율은 11.7%에 달했습니다. 괴리율이 커지면 작은 시장 충격에도 부실화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우려가 됩니다.

빚을 내서 투자했는데 자산 가격이 갑자기 떨어지는 것도 리스크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주택가격이 7~8년째 오르는 것은 저금리 영향과 정부 정책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김 교수 금융권이 당장 부실화되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내년 대선 이벤트로 인한 주택 정책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습니다.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면 부동산 정책의 변화가 예상됩니다. 주택 정책이 잘못된 부분은 개선이 필요하지만 급진적인 개편이나 새로운 방안은 오히려 혼란을 야기할 수 있습니다. 예컨대 현재 15억 원 이상의 주택에 대한 대출 금지를 정상적인 실수요에 한해서 한시적으로 풀어주는 등 기존 정책에서의 합리적인 조정안이 필요합니다.

박 전문위원 현재 부동산 시장은 지표상으로는 큰 문제는 없지만 타이밍과 올바른 투자 판단이 필요합니다. 사실상 어떤 선택을 해도 후회하는 계륵장이라고 봐야 합니다. 굳이 매수를 해야 한다면 직장생활이 15년 이상 남아 있고, 중저가의 주택 구매, 집값이 하락하더라도 소득을 통해 보전할 수 있어야 합니다. 다만 현재 유동성이 많다는 점에서 경계심을 늦추면 안 됩니다. 앞으로 공급 이슈나 금리 인상이 시장의 최대 변수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부동산 시장을 어떻게 전망하시나요.

박 전문위원 ‘무릎에서 사서 어깨에서 팔라’는 격언이 있는데 지금의 부동산 시장은 이른바 ‘기린 목’ 장세로 봐야 합니다. 기린의 목은 무릎에서 어깨 길이보다 더 길다는 점에서 이미 고점이라고 생각했지만 가격 상승이 지속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여전히 유동성이 많이 풀려 있기 때문에 주택가격 상승은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큰 폭의 상승은 당분간 어렵다고 예상합니다.

김 교수 부동산 가격은 최근 몇 년간 비정상적인 급등세를 보였습니다. 서울 기준으로 85㎡의 주택가격이 15억~ 20억 원을 형성하고 있는데 특정 지역이 아닌 서울 전역에 걸쳐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현재 소득 수준에 비해 주택가격이 과도하다는 점에서 우려가 됩니다.

그러나 이러한 가격 상승세가 지속되기 어렵다고 봅니다. 이에 대한 근거로 가구 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PIR) 지수가 올해 들어 크게 상승했는데 대출을 많이 받아서 집을 산 사람들 때문에 수치가 높아진 측면도 있어서 이런 상태가 오래 지속되기는 힘들다는 판단입니다.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 여파로 대출을 받아 집을 사는 수요가 위축되면 주택 가격도 하방 압력을 받을 것이고 가격 조정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앞으로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한 조언 부탁합니다.

이 선임연구위원 현재 부실채권비율이나 가계대출 연체율이 비교적 건전하지만 잠재된 부실이 언제 나타날지 알 수 없습니다. 자영업자에 대한 대출 만기연장, 원리금 상환유예는 아직 부실로 드러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러한 부실이 부동산 가격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점을 염두해야 합니다.

박 전문위원 현재 부동산 정책에서 주택 공급 시기가 많이 늦어지면서 집값 불안의 요인이 커졌다고 봅니다. 집단 패닉 바잉을 진정시키려면 공급에 대한 신호를 제대로 보내며 미래 수요를 이연시키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현재 시장은 4~5년 뒤에 집을 구매하는 사람들이 미리 주택을 매수하는 패닉 바잉이 시장의 불안을 촉발시켰습니다. 이러한 부작용을 고려해 부동산 정책을 시행하는 데 있어서 복합적인 시각에서 바라봐야 효과를 발휘할 수 있습니다.
[big story]“부동산 시장 시계 제로...잠재 리스크 대비해야”
김 교수 정부가 정확한 부동산 시장에 대한 현황 분석과 정확한 통계 분석이 기반이 돼서 정책을 펼쳐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특히 부동산 시장에 대한 규제나 정책이 자주 바뀌고 복잡해서 일반 국민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습니다. 중장기적으로 주택 시장 안정화를 위해서는 허점들을 재조정해야 하는데 정책의 디테일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정부가 핀셋 규제 형태로 단기적인 대책을 내놓기보다 다양한 경우의 수를 감안한 종합적인 규제를 만들어서 점진적인 정책으로 이끌어야 합니다.

글 이미경 기자 | 사진 김기남·이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