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 세계적으로 자산가들 사이에서 패밀리오피스가 큰 관심을 받으면서 대형 금융사는 물론 로펌들이 경쟁적으로 관련 서비스를 구축하고 나섰다. 글로벌 회계·컨설팅 법인 EY한영 역시 자사만의 오랜 경험과 독보적인 서비스를 내걸고 ‘한국판 패밀리오피스’에 힘을 실을 계획이다.
EY한영, ‘한국판 패밀리오피스’ 힘 싣는다
미국에서 거부(巨富)들이 집안의 자산을 운용하기 위해 자산운용사를 설립한 것에서 출발한 ‘패밀리오피스’가 한국에서도 주류 서비스로 자리 잡고 있다. 패밀리오피스는 19세기 유럽의 로스차일드 가문이 집사에게 체계적으로 자산을 관리하도록 한 것에서 시작됐으며, 미국 석유왕으로 유명한 록펠러가 처음으로 이 용어를 사용했다.

미국 및 유럽 중심의 패밀리오피스는 자산운용사, 헤지펀드, 자선재단 등의 형태를 가지며, 특히 자산관리뿐만 아니라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현시킬 수 있는 사회공헌 활동 및 가문의 뜻과 전통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단순히 자산관리만 하는 프라이빗뱅킹(PB)과 구별된다.

또한 패밀리오피스의 목적은 상속이 거듭되더라도 경영권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해 장수기업을 만들고 자산이 여러 세대에 보존될 수 있도록 관리하는 것인 만큼 신탁의 역할도 크다. EY에서 발행한 ‘글로벌 패밀리오피스’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는 약 1만여 개의 패밀리오피스가 있으며, 운용자금이 1조2000억 달러(약 1350조 원)에 달한다고 한다.

이러한 패밀리오피스 운용자금은 사모펀드캐피털 및 벤처캐피털의 운용자금을 합한 액수보다 큰 규모다. 이렇듯 패밀리오피스가 세계 투자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상당할 뿐만 아니라 고용 및 성장 기회를 창출하는 엔진이므로 서방국과 싱가포르를 포함한 특정 아시아 국가에서는 패밀리오피스의 장기적 존립과 확대를 지원하는 정책을 앞 다퉈 펼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기업 승계를 고민하는 중견·중소기업 오너뿐 아니라 증시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슈퍼리치 개인 등을 고객으로 유치하기 위해 투자 상담 이외에도 외부 전문가 등과 제휴해 컨설팅을 제공해주는 형태로 패밀리오피스가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대개 한국판 패밀리오피스는 주로 투자·세무·법률 컨설팅에만 초점을 맞추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미국, 유럽의 소위 ‘정통 패밀리오피스’와는 달리 개념과 목적, 그리고 발전 방향에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동시에 한국 패밀리오피스의 경우 이제 본격적으로 1·2세대의 첫 번째 부의 이전을 앞두고 있어, 재산 승계, 후계 계획과 같은 패밀리오피스 서비스에 대한 수요 급증에 주목할 필요가 있지만, 국내에선 여러 관련 규제가 여전히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금융위원회는 이미 ‘자본시장법’에 귀속돼 있는 신탁업 규제를 완화해 한국판 패밀리오피스를 키우려는 시도를 했으나 아직까지 눈에 띄는 변화는 보이지 않는다.

이에 EY한영은 이 같은 자산가들의 고민을 해결해줄 ‘한국판 패밀리오피스’에 힘을 보탤 방침이다. 자사만의 패밀리오피스 서비스를 통해 기업 경영권 승계나 사업 매각을 동반한 자산 승계 컨설팅 등에 대한 조언을 제공한다.

EY한영 관계자는 “패밀리오피스의 기능이 단기적인 투자 컨설팅에 그치는 것이 아닌 장기적인 관점에서 자산을 보존하기 위해 다방면에서의 전략과 운영 철학을 세우는 것이 성공적인 패밀리오피스 운영을 위한 지름길”이라며 “국내 기업들이 ‘명문 장수기업’으로 명맥을 잇고, 경제적·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모범기업이 존경받는 문화를 확산하도록 ‘한국판 패밀리오피스’를 체계적으로 운용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김수정 기자 hoh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