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이터, 똑똑한 금융 비서가 온다
개인정보를 원하는 곳에 한데 모아 사용할 수 있는 마이데이터 서비스가 본격화한다.
이미 금융 부문에서는 시범 서비스가 시작됐고, 공공 분야에서도 개정법이 시행됨에 따라 행정정보를 활용한 마이데이터 서비스가 출현한다. 마이데이터는 소비자가 자신의 신용정보나 금융상품을 자유자재로 관리할 수 있는 생태계가 도래했음을 의미한다.

은행이나 보험사, 카드사 등에 흩어져 있는 금융정보를 제한 없이 접근이 가능해지고, 금융사는 이 데이터를 융합해 특화된 정보관리나 자산관리, 신용관리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다.
금융뿐 아니라 각종 정부 단위 사업과 유통, 통신, 가전, 부품·소재에 이르는 전후방 산업 모두에 이제 데이터를 자유롭게 융합하고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 사회로 진입하게 된다.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 전송 환경을 소비자가 능동적으로 선택하고, 자기 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5대 금융지주사, 마이데이터에 사활 걸어
마이데이터 서비스에 가장 먼저 진입한 곳은 은행이다. 국내 지주사는 은행 계열사와 함께 주요 계열사를 초연결해 차별화한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선보이기 위해 사활을 건다. 가장 적극적으로 나선 곳은 KB금융그룹이다.

KB금융그룹은 주요 계열사 중심으로 내년 1분기 중에 ‘KB 마이데이터 유니버스’를 선보인다. 각 계열사의 강점을 살린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하되 외부 플랫폼과 제휴, 연결성과 확장성을 극대화한다. KB국민은행, KB국민카드, KB캐피탈이 2021년 말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공개한다. 2022년 1분기 중에는 KB증권과 KB손해보험도 합류한다.

마이데이터 제공 플랫폼은 최근 리뉴얼한 KB스타뱅킹이다. 또 KB부동산, KB차차차, 헬스케어 등 비금융 플랫폼과 연계해 체계적인 마이데이터를 구현했다. KB증권은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기존 별도의 전용 애플리케이션으로 제공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이를 통해 투자자문, 투자일임 등 자산관리 서비스를 마이데이터와 융합하는 시도에 나선다.

KB손해보험도 2022년 1분기를 목표로 손해보험 업계 최초로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선보인다. 개인자산관리(PFM), 오픈 인슈어런스, 헬스케어 서비스 등을 준비 중이다.

다른 지주사도 2022년 핵심 경영 선결과제로 마이데이터 부흥을 꼽는다. 신한은행 머니버스, 하나은행 하나 합, 우리은행 우리마이데이터, NH농협은행 NH마이데이터 브랜드로 유관 시장에 뛰어든다.
마이데이터, 똑똑한 금융 비서가 온다
금융사별, 마이데이터 차별화 포인트는
마이데이터는 오픈뱅킹처럼 흩어진 금융 자산을 한데 모아 보는 것을 넘어 이를 분석·활용해 개인화한 맞춤 서비스를 제공한다. 사용자 금융 자산 현황을 조회해 예금보다 투자 상품 비중을 늘리도록 조언하거나 신용카드 사용 정보를 바탕으로 소비패턴을 분석해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리는 대안을 제시한다. 시중은행이 제공하는 마이데이터 서비스는 비슷하게 보이지만, 차별화 포인트가 있다.

우선 신한은행 ‘머니버스’는 개인 금융생활 비서라는 콘셉트를 도입했다. 캘린더 기능이 눈에 띈다. 카드결제일과 금액 대비 현재 잔액이 얼마 부족한지 알림 기능을 탑재했고, 미납액 등을 실시간 알려준다. 아파트 청약, 공모주 청약 일정 등을 설정해 한번에 확인할 수 있다.

세금이나 카드납부일은 물론 자신의 자산관리를 하나의 앱에 구현해 마이데이터 금융비서를 표방했다. 보다 통합된 기능을 제공하기 위해 타사 금융상품도 추천하는 등 전통 금융 울타리도 제거했다.

NH농협은행 ‘NH마이데이터’는 신한은행과 비슷한 기능의 금융플래너 기능을 전면에 내세웠다.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저축과 소비 진단, 지급결제 부족액 등을 미리 알려주고 충전해준다. 신용·체크카드, 현금, 페이 등 소비 현황을 그래프로 한눈에 보여주고 소비 계획을 미리 세울 수 있는 연말정산 컨설팅 서비스도 차별화 포인트다.

KB국민은행 ‘확장성’·
하나은행 ‘재미’가 강점

KB국민은행 ‘KB마이데이터’ 서비스의 강점은 다양한 확장성이다. 저축은행 등 여러 계열사를 통합해 강력한 통합 서비스를 제공한다. 나와 비슷한 연령대의 다른 사용자 자산과 투자 상품을 볼 수 있는 ‘머니크루’ 서비스도 이색적이다. 주식투자 종목뿐만 아니라 펀드 상품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마이데이터와 연계한 전용 상품 ‘마이(My)저금통’ 서비스는 목표 챌린지에 참여하고 이를 저축과 연계했다. 타 은행과 달리 부동산을 설정하면 시세 변화를 알려주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현재 보유자금 대비 얼마가 더 필요한지 보여주고 대출이나 저축 기능을 소개한다. 현재 KB부동산 마이데이터와 연계해 내 집 마련 시뮬레이션을 이용할 수 있다.

하나은행은 ‘하나 합’이라는 마이데이터 브랜드를 선보이고 체계적인 자산관리를 표방했다. 하나 ‘나만의 맞춤Talk톡’은 나에게 필요한 금융서비스나 조언을 중심으로 보여준다. 매달 나가는 고정비, 보험금 청구, 외식비 등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다. 특히 외환 분야의 강점을 살려 환테크 서비스를 전면에 내세웠다. 환테크 챌린지 서비스는 해외 여행, 해외 주식 투자 등 해외 관련 버킷리스트를 설정하고 목표를 이룰 수 있도록 외화 자산 적립을 도와준다.

하나금융그룹 핀테크 계열사 핀크의 ‘리얼리’ 서비스도 하나원큐 앱과 연동한다. 금융고수가 매수한 종목 등 투자 현황을 비롯해 소비 규모, 예·적금 등 금융 생활을 한데 볼 수 있는 금융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다.

우리은행 ‘우리마이데이터’는 금융 자산을 통합 조회하고 이를 기반으로 금융생활 계획을 세우는 기능을 충실하게 구현했다. 여덟 가지 상황에 맞게 자산 변화를 예측해주는 ‘미래의 나’ 서비스는 다양한 시나리오에 따른 예측 결과를 제공한다. 휴직, 결혼, 출산, 자동차, 조기 은퇴 등 이루고 싶은 계획을 달성하는 여덟 가지 상황에 맞춰 자산을 예측해보고 조언을 얻을 수 있다. 우리은행은 재테크 고수 순위를 익명 랭킹으로 선보이는 ‘고수의 랭킹’ 서비스도 선보일 예정이다.
마이데이터, 똑똑한 금융 비서가 온다
마이데이터 금융 전 영역으로 확대
물론 마이데이터 시범 서비스가 시작됐지만 개선해야 할 점도 많다. 최근 대형 은행에서는 타인의 정보가 노출되는 사고가 발생했고, 데이터 과부하 등 서비스 제공에 있어서 해결해야 할 점도 드러났다. 그럼에도 소비자를 데이터 진영으로 끌어들여 새로운 수익을 모색하려는 시도는 은행권을 뛰어넘어 전 금융권으로 확산일로다.

보험 업계는 교보생명과 KB손해보험이본허가를 받았다. 교보생명은 1월, KB손해보험은 3월에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카드 업계도 적극적이다. 신한카드와 KB국민카드, 현대카드, 하나카드, 비씨카드가 마이데이터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다. 신한플레이, KB페이, 페이북 등 각 카드사 간편결제 플랫폼(앱카드)을 기반으로 이용자 록인(lock-in)에 나섰다. 우리카드와 롯데카드도 조만간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현대캐피탈의 경우 자동차금융에 특화해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키움증권, 하나금융투자가 시범 서비스에 돌입했다.

글 길재식 전자신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