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에서는 ‘그랩(Grab)’으로 택시 호출이나 음식 배달, 금융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고 있다. 그 덕에 그랩은 6억6000만 명의 인구가 살고 있는 동남아 시장에서 슈퍼 애플리케이션으로 자리매김했다. 향후 디지털화로 인한 시장 확대와 슈퍼 앱 기반 경쟁력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동남아 슈퍼 앱 '그랩', 디지털 가속화로 성장 'UP'
그랩은 모빌리티, 딜리버리, 금융서비스를 위한 플랫폼으로 동남아 시장에서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아직 그랩을 활용한 서비스 침투율은 낮은 수준이지만 향후 디지털화 증가에 따른 시장 확대가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랩’ 폭발적 성장...디지털 가속화 영향
그랩은 2012년 말레이시아에서 택시 승차 공유 서비스로 시작해 현재는 음식 및 식료품 배달, 퀵서비스, 금융서비스 부문으로 확장세를 보이고 있다. 온라인 배달 12%, 모빌리티 3%, 계좌가 없는 성인 비중이 60%에 달하고 있어 시장 규모는 거대하고 침투율은 여전히 낮다.

특히 스마트폰 보급 확대와 낮은 연령대의 인구 비율이 높아서 디지털화에 최적화돼 있는 것도 장점 요인이다. 또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비대면 트렌드가 확산되며 디지털화를 가속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동남아의 스마트폰 보급률은 싱가포르 87%, 말레이시아 83%를 제외한 나머지 국가들이 70% 이하 수준으로 상당히 낮은 편이다. 다만 30대 이하 인구 비중은 49.4%로 중국(36.2%), 미국(38%)에 비해 매우 높아 디지털에 익숙한 세대가 많은 편이다.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트렌드 확산에 따른 디지털화 가속으로 2025년 스마트폰 보급률은 84%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동남아의 인터넷 사용자도 2015년 260만 명에서 2020년 400만 명까지 늘었다. 인터넷을 이용한 거래액도 2015년 320억 달러에서 2025년 3090억 달러로 폭발적인 증가가 예상된다. 전자상거래 거래액 가운데 음식과 식료품 배달의 경우 지속 점유율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동남아의 모빌리티 관련 지출액도 2016년 1300억 달러에서 2025년 2313억 달러로 성장이 예상된다. 그동안 인프라 투자가 부족하고 대중교통 시스템이 낙후돼 있을 뿐 아니라 전통 택시 산업도 대기시간 증가, 현금 위주의 결제, 고정 금액 등에 대한 문제가 존재해 향후 모빌리티의 성장성을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동남아 슈퍼 앱 '그랩', 디지털 가속화로 성장 'UP'
동남아 슈퍼 앱 '그랩', 디지털 가속화로 성장 'UP'
그랩, 통합 앱 시너지 효과 증대
그랩의 핵심 경쟁력은 모빌리티와 딜리버리, 금융서비스 등을 통합된 앱에서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앱 내에 구축된 환경을 통한 시너지가 발생되는데 총거래액 증가와 고객 록인(lock-in) 효과, 효율적 비용 관리, 연계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통합 앱에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추가적인 거래액 증가와 고객 유인 효과로 나타나고 있다. 하나의 서비스 이상을 사용하는 고객 비중이 2021년 55%까지 증가했고, 결제 금액은 3.6배 높은 수준을 보였다.

딜리버리 부문에서는 50% 점유율을 보이고 있고 모빌리티 부문에서는 72%를 차지한다. 그랩 푸드 사용자가 그랩카의 사용자로 이동하며 추가적인 마케팅 비용 감소 효과가 발생했고, 보험-배달, 보험-모빌리티 등의 연계를 통한 서비스가 만들어졌다.

실적 부문도 3분기 총상품판매액(GMV)은 전년 동기 대비 32%가 상승한 32억 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달성했다. 총거래액도 전년 동기 대비 41%가 증가한 6억1600만 달러를 기록했다. 다만 인센티브를 제외한 매출액은 1억5700만 달러로 코로나19로 인한 베트남의 록다운으로 전년 동기 대비 9%가 감소했다. 이는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인한 모빌리티 부문의 매출액 감소에 따른 것이다.

순손실도 9억88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크게 확대됐는데 이는 주식 기준 보상과 상환 가능 주식에 대한 미지급 이자, 투자사의 공정가치 변동에 따른 비현금 비용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다만 전체 거래액과 유저당 사용액이 크게 증가하며 슈퍼 앱 비즈니스 모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은 늘어난 손실에 비해 긍정적이다.

주가 밸류에이션 부분에서도 그랩은 우버나 리프트에 비해 고평가 돼 있다는 평가다. 그랩의 높은 성장성과 금융서비스 부문 확장에 대한 기대를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동남아 슈퍼 앱 '그랩', 디지털 가속화로 성장 'UP'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성장 주춤
그랩은 우버나 리프트처럼 매출액의 상당 부분이 모빌리티에서 발생한다. 현재 흑자를 유지하는 부문은 모빌리티가 유일하다. 그러나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동남아 곳곳에서는 모빌리티와 딜리버리 부문의 영업이 금지되면서 2021년 3분기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줬다.

2021년 9월에는 가이던스 조정 매출액 기준 21억~22억 달러로 하향 조정됐다. 신종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의 확산 우려로 남아공과 유럽 등에서의 유입을 금지시킨 동남아 국가들이 경제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랩은 동남아의 다양한 국가에서 여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국가별, 서비스별 경쟁자들이 지역 내 브랜드 파워와 단일 서비스 제공에 따른 높은 가격 경쟁력을 기반으로 그랩과 경쟁하고 있다.

2021년 5월 인도네시아의 모빌리티 플랫폼인 ‘고젝’과 인터넷 상거래 플랫폼인 ‘토코피디아’가 합병하며 추가적인 경쟁 심화가 예상된다. 경쟁 심화가 지속되면 그랩의 가격 및 수수료 역시 하락할 수밖에 없고,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글·정리 이미경 기자 | 자료 삼성증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