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암 사망자 10명 중 2명은 폐암으로 사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 원인은 무엇이고, 폐암 사망률을 줄이기 위해서는 어떠한 노력이 필요할까.
발생순위서 위암 앞지른 폐암...원인과 대응은
최근 발간된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암 발생 순위에 큰 변화가 있었다. 수십 년 동안 한국인의 암으로 자리매김했던 ‘위암’이 폐암에 자리를 내준 것. 2019년 기준 암 발생 순위 1위는 갑상선암(12%)이고, 폐암이 2위(11.8%), 위암이 3위(11.6%)로 나타났다. 2018년에는 위암(12%)이 발생자 수 1위였다. 갑상선암과 달리 폐암은 남녀 공히 암 사망률 1위다. 암 사망자 가운데 20% 이상이 폐암으로 사망한다.

폐암이 증가한 이유
폐암은 고령에 잘 생기는 암이다. 절반 가까이가 70대 이상에서 발생한다. 인구 고령화가 폐암 증가에 기인한 것으로 추정된다. 폐암은 또한 조기 발견이 잘 안 되는 암이다. 대한폐암학회의 폐암 실태조사 결과 폐암 환자의 45%는 4기에 진단을 받았다. 늦게 발견하다 보니 수술은 37.6%의 환자만 받았다. 대부분의 암은 결국 수술을 해야 완치를 기대할 수 있는데, 환자의 절반이 4기에 발견돼 수술을 받지 못하면서 폐암 사망률이 높은 상황이다.

조기 발견이 늘어난 것도 폐암 증가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2019년 국가암검진에 폐암 검진이 추가되면서 55세 이상 인구 중 30년 이상 매일 담배 한 갑 이상을 피운 ‘고위험군’에게 우선적으로 매년 저선량 컴퓨터단층촬영(CT)을 권하고 있다. 저선량 CT는 기존 CT의 방사선량을 6분의 1로 최소화했다. 방사선 노출을 최소화해 방사선으로 인한 부작용을 줄여 스크리닝 검사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폐암은 평균 5~15%만이 무증상일 때 폐암 진단을 받을 정도로 조기 발견이 쉽지 않았는데, 국가암검진의 효과로 환자 수가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폐암 주 원인은 흡연
폐암을 유발하는 가장 큰 요인은 흡연이다. 폐암의 약 70%는 흡연에 의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흡연은 폐암의 발생 위험을 13배 증가시키며, 장기간의 간접흡연은 1.5배 증가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흡연의 양과 기간도 폐암에 걸릴 확률과 관련이 있다. 매일 한 갑의 담배를 40년간 피워 온 사람이라면 담배를 전혀 피우지 않은 사람에 비해 폐암에 걸릴 확률이 20배에 달한다는 연구가 있다.

최근 나온 궐련형 전자담배, 액상형 전자담배의 경우도 해로운 것은 마찬가지다. 아직 장기간의 연구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학계에서는 일반 담배나 전자담배나 똑같이 유해하다고 간주하고 있다. 전자담배는 니코틴 액체를 기화시켜서 흡입하는데, 문제는 전자담배는 니코틴 이외 물질이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달콤한 향 같은 물질이 아직 어떤 유해성이 추가적으로 있을지 확인되지 않았다.

일부에서는 담배에 타르 성분이 없어 조금은 덜 해로울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아직 밝혀진 것은 없다. 폐암 예방을 위해서는 전자담배도 궐련담배와 같이 유해하다고 보고 금연을 해야 한다.

흡연 외에 폐암에 영향을 주는 요인은 석면, 유리, 규산, 니켈, 라돈, 미세먼지 등이 있다. 이러한 물질에 자주 노출되는 환경에 있거나 직업을 가졌을 경우 호흡기 보호 장비를 착용하고,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는 게 좋다.

30%는 비흡연 폐암
폐암 환자의 30%는 흡연을 하지 않았는데도 폐암이 발생한다. 이를 비흡연 폐암이라고 하는데, 비흡연 폐암은 여성에게 많으며 주요 원인을 ‘요리 매연’으로 꼽고 있다. 어류, 육류 등 모든 단백질 식품은 탈 때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 같은 발암물질이 발생하고, 식용유가 탈 때 역시 벤조피렌 같은 발암 가능 물질이 발생한다. 이들 발암물질이 섞인 연기나 그을음이 폐에 장기간 침투하면서 폐암을 일으키는 것이다.

지금까지 나온 연구들을 따지면 조리 시 연기로 인한 폐암 위험은 1.6~3.3배가 된다. 대한폐암학회가 2017년 전국 10개 대학병원에서 비흡연 여성 폐암 환자와 비환자군(대조군)을 대상으로 주방 환경 등에 대해 설문조사를 했다. 그 결과에서도 폐암 환자군이 대조군에 비해 요리를 할 때 주방 내 연기가 시야가 흐려질 정도로 심한 경우가 많았고, 요리 시 식용유를 4일 이상 사용한 경우도 더 많았다.
발생순위서 위암 앞지른 폐암...원인과 대응은
폐암 5대 증상
폐암 5대 증상은 기침, 가래, 객혈, 흉통, 호흡곤란이다. 폐암이 생긴 부위나 크기, 전이 여부 등에 따라 증상이 달리 나타난다. 폐의 꼭대기 부위에 암세포가 위치할 경우 어깨 통증이나 팔의 안쪽 부위(새끼손가락 방향)로 뻗치는 통증이 있을 수 있고, 기관지 폐포암인 경우에는 호흡곤란과 가래 증가로 폐렴으로 오인받기도 한다. 하지만 폐암 환자의 5~15%는 무증상일 때 폐암으로 진단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폐암 조기 발견을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흉부 엑스선(X-ray)을 찍는다. 흉부 엑스선은 2차원 영상이며, 정확도가 80%에 불과하다. 암 크기가 1cm 이상 돼야 음영으로 나타난다. 또 심장, 척추, 횡경막, 갈비뼈에 가려 잘 안 보일 수도 있다. 반면 CT는 3차원 영상이며, 다른 조직에 의해 가려지지 않는다. 선명도가 좋아 CT 1~2mm의 작은 암도 찾을 수 있다.

정확도가 97~98%로 높지만, 방사선 피폭이나 비용 부담이 있어 1차 검사로는 시행하지 않고, 2차적으로 폐암이 의심될 때 시행하며 조직검사나 수술을 해야 할 것 같으면 CT 검사를 시행한다.

2019년부터 국가암검진에 폐암 검진이 포함됐는데, 만 54~74세 매일 한 갑씩 30년(두 갑씩 15년)간 담배를 피운 폐암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매년 저선량 흉부 CT 검사를 해주고 있다. 다만 폐암은 고령에서 잘 생기는 암이다. 국가암검진 대상자가 아닌 75~80세 노인 중 개인적으로 흡연을 많이 하거나 가족력이 있는 사람은 개별적으로 1년에 한 번 저선량 흉부 CT 검사 받기를 권한다. 저선량 흉부 CT 검사 비용은 10만 원 정도다.

수술이 기본…전이성 폐암은 면역항암제
폐암의 치료는 수술이 기본이지만, 수술이 어려운 3기 이상의 전이성 폐암의 경우 최근 면역항암제가 표준 치료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암 치료의 글로벌 가이드라인으로 불리는 ‘NCCN 가이드라인’에서도 전이성 비소세포폐암의 표준 치료로 면역항암제를 권고하고 있다. 비소세포폐암은 폐암의 한 종류로, 폐암의 80~85%를 차지하고 있다.

실제 최근 세계폐암학회가 발표한 면역항암제 1차 치료의 장기 생존 치료 성적을 보면 4기 비편평비소세포폐암 환자가 1차 치료로 면역항암제 병용 치료 시 생존 기간이 기존 10.6개월에서 22개월로 2배 증가했고, 2년간 면역항암제 1차 치료를 완료한 환자의 80.4%가 4년간 생존했다.

조기 발견보다 더 중요한 것이 예방이다. 폐암 예방에 가장 좋은 방법은 금연이다. 담배를 아예 피우지 않는 것이 가장 좋지만, 흡연자는 지금부터라도 담배를 끊어야 한다. 오염된 공기, 미세먼지, 석면, 비소 등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폐암 유발 물질이 유입되지 않도록 외출이나 작업을 할 땐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좋다. 요리 매연은 피해야 한다. 조리 시 꼭 레인지후드 같은 환기 장치를 켜고 창문을 열어놓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또한 폐암을 조기에 발견하려면 40세 이후 매년 정기검진을 받고,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저선량 CT를 통해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금숙 헬스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