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관리, 금융교육에 답 있다②

나이와 전공을 불문하고 투자 열풍이 거세다. 주식 거래를 시작한 30대 이하의 청년 비중이 절반을 넘어섰지만 투자교육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투자 열풍 속 제대로 된 금융교육 시스템이 자리 잡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생애주기 단계별 금융교육이 그 대안으로 지목되고 있다.
[Special] 생애주기별 금융교육이 필요한 이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비대면 경제 활동이 증가함에 따라 주식시장에 참여하는 개인투자자 규모가 큰 폭으로 늘었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블록체인, 메타버스, 바이오, 우주 개발 등 새로운 혁신 산업이 출현하고, 증시 변동성이 확대된 것도 개인투자자 참여 증가의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2022년 2월 현재 주식 거래 활동계좌수는 대한민국 인구수를 상회한 5940만 개로 코로나19 이전 2900만 계좌(2019년 말) 대비 약 2배 증가했다. 코로나19 직전과 직후를 비교하면 연령별로는 30대 이하의 청년 참여 비중이 31%에서 54%로 늘고, 1000원 이하로 투자하는 소액투자자 비중이 47%에서 77%로 증가했다.

20~30대를 중심으로 한 소액 개인투자자의 급격한 참여 증가는 ‘동학개미운동’으로 불리며 주목을 받았다. 아쉽게도 코로나19 이후 주식시장에 신규로 참여한 개인투자자들은 대부분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본시장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2020년 에 신규 투자자는 평균적으로 약 1.3%의 투자 손실을, 주가지수 대비로는 17.6%의 투자 손실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기존 투자자는 15%의 수익률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동학개미운동을 주도한 신규 개인투자자의 투자 성과는 매우 저조하다.
[Special] 생애주기별 금융교육이 필요한 이유
금융 교육으로 잘못된 투자 습관 바로잡아야
개인투자자의 손실 이유는 잘못된 투자 습관에서 비롯된다. 최근 주식시장에 참여한 개인투자자들은 여러 종목에 나누어 투자하기보다 1~2종목에 집중 투자를 하는 경향이 많았으며, 거래 빈도수가 매우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재무 연구에 따르면 보유 종목 수가 적을수록 분산효과가 낮아 투자수익률이 저조하며, 거래를 빈번히 수행할수록 거래비용이 증가해 투자 성과가 낮다. 개인투자자는 손실 회피 성향이 커서 이익이 난 종목은 일찍 매도를 하지만, 손실이 난 종목은 오랫동안 보유하는 매매 행태를 가지는 것도 개인투자자 성과가 부진한 이유다.

그뿐 아니라 국내 개인투자자는 레버리지 투자를 선호해 신용 거래나 고위험 파생상품을 거래하는 비중이 높은데, 이와 같은 레버리지 투자는 거래비용이 높고 반대 매매 위험이 커서 대규모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정보 열위에 있고 비이성적 판단을 빈번히 수행하는 개인투자자가 주식시장에서 우수한 성과를 거둘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비대면 채널의 증가로 유튜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투자 조언을 얻을 기회가 늘었지만 불공정거래 또는 불법 유사 자문에 노출되기 쉽다.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은 청소년, 청년, 장년, 노년 시기에 걸쳐 체계적인 금융교육을 제공하는 것이다.

금융교육 실태조사에 따르면 중고등 학생들은 기업, 가계, 금융기관 등 주요 경제주체 간 돈의 흐름, 주식과 채권의 개념, 주식과 펀드 투자 등 실생활에 도움을 주는 금융교육을 체계적으로 받기 원한다.

아쉽게도 중고교 과정에서 금융교육이 의무화돼 있지 않고, 금융교육을 수행할 수 있는 전문 교사가 부족하기 때문에 중고생들은 일회성으로 금융교육을 제공받거나 일부 학생들은 최소한의 금융교육 기회조차 제공받지 못한다.

중장년층 역시 제대로 된 금융교육을 제공받지 못하고 있다. 부동산 가격 상승 등의 이유로 가계부채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상당수 가계는 이자를 납부하기에 급급해 주식에 투자할 여유조차 없다.

저출산과 고령화로 은퇴 이후 안정적인 노후 소득을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퇴직연금·개인연금 등 3층 연금을 충실히 준비하고 있는 가계 또한 많지 않았다. 생애주기 기간에서 건전한 자산관리 습관이 이루어지지 않음에 따라 빈곤에 처한 노령인구도 크게 늘고 있다.
[Special] 생애주기별 금융교육이 필요한 이유
선진국 금융 교육 시스템 주목...생애주기 시스템 도입해야
미국, 영국 등 주요 선진국은 금융교육 강화를 주요 국가 전략으로 수립해 생애주기 전 단계에서 금융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미국은 금융교육 강화를 연방정부의 국가 전략 중 하나로 세우고 학교, 가계, 기업, 지역사회에 걸쳐 평생 금융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미국 내 대부분의 주정부는 초중고 학생을 대상으로 실생활에 활용되는 금융교육을 의무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영국 역시 2000년대 초 금융교육 국가 전략을 발표했으며, 2012년에는 금융교육 전담기구인 머니 어드바이스 서비스(Money Advice Service, MAS)를 설립했다.

현재 MAS의 주도하에 영국의 모든 공립 중고등학교는 만 11~16세를 대상으로 금융교육을 의무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선진국 사례를 참고해 한국도 가계의 재산 증식을 돕고, 생애주기에 걸쳐 건전한 투자 습관을 제공하기 위해 금융교육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청소년기에는 금융교육을 의무화하고 금융기관 은퇴자들 중 금융교육 강사를 선별해 중고생 학생들에게 체계적인 금융교육을 제공해야 한다. 청·장년의 금융 습관을 개선하기 위해 한국은행, 한국거래소(KRX), 금융투자협회 등 공적 금융기관들이 보다 많은 온·오프라인 금융교육을 제공해야 한다. 민간 증권사들은 고객들의 투자 습관을 정기적으로 분석해 잘못된 투자 습관을 가진 고객들을 대상으로 금융주치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특정 종목에 집중해서 투자하고, 거래가 빈번하며, 레버리지 투자를 선호하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무료로 금융교육을 제공하고, 투자 습관 변화를 유도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 및 민간 금융사들은 장년, 노년을 대상으로 안정적인 노후소득 마련의 중요성을 깨우치기 위해 정례적으로 3층 연금제도의 준비 필요성 등 자산관리 중심의 금융교육을 확대해야 할 것이다.

글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