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콩고기’로 대표되던 대체육은 고기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 맛과 질감 등을 이유로 일부 채식주의자를 제외한 소비자들에게 외면을 받아 왔다. 하지만 최근 기술 발전과 함께 실제 고기와 유사한 맛과 질감의 대체육이 대거 등장하며 소비자들의 평가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더욱이 MZ(밀레니얼+Z) 세대를 중심으로 한 가치소비와 윤리소비 트렌드에 따라 환경보호와 동물보호 등을 이유로 대체육을 선택하는 비중이 점차 늘고 있다. 이제는 레스토랑이나 마트, 심지어 편의점과 카페에서도 대체육 제품을 쉽게 만나볼 수 있을 정도다. 또 하나 주목할 만한 사실은, 전 세계 대체육 시장이 패티와 소시지 중심인 것에 반해 우리나라에서는 한식과 어울리는 다양한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 어느덧 우리 생활 가까이 성큼 다가온 대체육 시장을 상세히 소개한다. 바야흐로 ‘비건 전성시대’다. 비건이란 육류는 물론 달걀과 우유 등의 유제품을 포함한 모든 동물성 재료를 섭취하지 않는 완전 채식주의자를 말한다.
한국채식비건협회에 따르면 국내 비건 인구는 2008년 15만 명에서 2018년 150만 명으로 10배 수준으로 늘었고, 지난해 말에는 250만 명까지 급증했다. 비건뿐 아니라 때때로 채식을 하는 간헐적 채식주의자와 채식을 선호하는 소비자까지 합하면 그 비중은 더욱 높아진다.
갑자기 불어 닥친 비건 열풍의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이전에도 국내에서 채식 선호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경제적 여유가 생긴 1990년대 이후부터 ‘채식이 건강에 좋다’라는 인식이 생겼고, 2000년대 초반에는 흔히 녹즙으로 대표되는 ‘웰빙 열풍’이 불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의 비건 트렌드를 보면 이전의 유행과는 조금 다르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단순히 건강을 위해서가 아니라 윤리적 소비나 생명 보호, 자원 절약 등의 이유로 비건을 선택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흐름에 따라 비건 식품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그중에서 가장 주목받는 건 대체육이다. 축산업이 유발하는 환경오염과 생명의 존엄성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대체육을 찾는 사람이 증가하고 있다.
대체육이란 말 그대로 ‘고기를 대체한다’고 해서 붙은 이름. 크게 식물성 대체육과 균류 단백질 식품, 배양육과 곤충 단백질 식품, 해조류 단백질 식품 등으로 분류되는데, 현재 가장 각광받는 건 콩과 밀, 버섯, 호박 등의 식물에서 추출한 단백질을 이용해 만든 식물성 대체육이다. 물론 이전에도 콩고기라는 것이 존재했지만 과거 콩고기의 식감과 맛이 일반 고기의 육질을 따라가지 못했다면 요즘의 식물성 대체육들은 지속적인 연구·개발(R&D)로 맛과 질감이 크게 발전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전 세계 식물성 대체육 시장 규모는 2019년 47억4100만 달러에서 2023년에는 60억3600만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한국무역협회(KITA) 국제무역통상연구원에 따르면 2030년에는 대체육이 전 세계 육류 시장의 30%, 2040년에는 60% 이상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우리나라의 대체육 시장 규모는 약 200억 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그 어느 분야보다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한국에서도 MZ(밀레니얼+Z) 세대를 중심으로 가치소비와 윤리소비가 트렌드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특히 코로나19를 겪으면서 건강과 환경을 생각하는 소비자가 많아지며 대체육 시장 규모도 나날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증명하듯 올해 들어 대기업들도 대체육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풀무원과 농심, 오뚜기, 신세계푸드, CJ제일제당 등 식품 기업이 줄줄이 관련 제품을 출시한 데 이어 풀무원과 농심은 레스토랑으로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또한 CU와 GS25, 이마트24 등 편의점 업계는 물론 스타벅스 등 카페에서도 대체육을 활용한 간편식 제품을 앞 다퉈 출시하고 있다.
기업들이 대체육 사업에 적극적인 건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열풍 속에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도 연관된다. 전통적 육류 생산으로 인한 환경오염 문제를 줄이기 위해 지속 가능한 해법으로 대체육이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이다.
한편 지난 6월 한국소비자원이 시중에서 유통 중인 대체육 패티의 품질과 안전성을 시험한 결과, 식물성 대체육 제품이 소고기 패티보다 단백질 함량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식물성 제품답게 열량이 소고기 패티보다 낮았으며 콜레스레롤은 전혀 검출되지 않았다. 동네 마트에서 찾아낸 대체육 식품은
전자레인지나 에어프라이만 있으면 간편하게 즐길 수 있어 더욱 좋다.
❶ 일정한 짜임새가 있는 고단백 ‘결 두부’로 만든 ‘두부텐더’. 닭고기로 착각할 만큼 ‘겉바속촉(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의 식감이 일품이다. 풀무원식품
❷ 호주의 대체육 전문 기업 ‘v2food’의 식물성 고기를 활용한 ‘v2 치폴레 찹스테이크’. 바로 조리해 먹을 수 있는 밀키트 형태로 대체육과 먹기 좋게 손질한 채소, 매콤한 치폴레 소스로 구성됐다. 프레시지
❸ 매콤하면서도 달콤한 제육볶음의 풍미는 그대로 살리면서도 식물성 대체육으로 만들어 콜레스트롤과 트랜스지방은 전혀 없는 ‘고기 대신 비건 제육볶음’. 알티스트
❹ 식물성 원료로 만든 어니언 머스터드 소스가 함께 동봉된 ‘제로미트 베지 너겟’은 튀김옷을 옥수수로 만들어 고소한 풍미가 일품이다. 롯데푸드
❺ 대체육 불고기에 생강을 더한 양조간장과 레몬·라임·파인애플로 만든 소스, 새송이버섯·당근·표고버섯 건더기 등을 넣어 만든 ‘식물성 직화불고기 간장 덮밥 소스’. 전자레인지에 데워 밥 위에 뿌리기만 하면 든든한 한 끼 식사가 완성된다. 풀무원식품
❻ 8가지 신선한 채소와 식물성 재료로 비비고 만두 특유의 풍미 가득한 만두소를 그대로 구현한 ‘비비고 오리지널 왕교자’. CJ제일제당
❼ 미국을 대표하는 식물성 대체육 기업 비욘드 미트의 ‘비욘드 소시지’는 그냥 먹어도 좋지만 소시지 야채볶음이나 핫도그로 먹으면 더욱 맛있게 즐길 수 있다. 동원F&B
❽ 국산 배 퓨레로 은은한 단맛을 살린 ‘언리미티드 식물성 단백질 육포 갈비맛’은 식물성 식단 시 부족할 수 있는 비타민B12가 함유됐다. 참기름에 살짝 찍어 먹으면 감칠맛이 살아난다. 지구인컴퍼니
글 이승률 기자 / 사진 박원태, 풀무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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