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국전도. 사진=예천군
만국전도. 사진=예천군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서양식 세계지도인 '만국전도(萬國全圖)'가 도난당한지 약 30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왔다.

예천박물관은 대전광역시 소재 국립문화재연구원 보존과학센터에 임시 보관하고 있던 보물 ‘만국전도(萬國全圖)’ 1점과 나암 박주대(朴周大)와 그의 현손인 박정로가 소장하고 있던 고전적 116점을 함양박씨 미산고택 현 소유주 박재문씨로부터 기탁받았다.

1989년 8월 1일 보물로 지정된 만국전도는 1993년 9월 서울 동대문구 휘경동에서 도난당한 후 2018년 11월 골동품업자 아내가 운영하는 안동의 한 식당 벽지 안에 숨겨져 있던 것을 경찰과 문화재청 사범단속팀이 공조로 회수해 국립문화재연구원 보존과학센터에서 보존처리 후 보관하고 있었다.

만국전도는 용문면 상금곡리 출신으로 승정원 승지를 지낸 돈우당 박정설(朴廷薛, 1612~1693)이 이탈리아 선교사 줄리오 알레니(Giulio Aleni, 1582~1649)가 만든 한문판 세계지리서 ‘직방외기(職方外紀)’에 실린 만국전도를 1661년 채색·필사해 만든 지도다.

특히, 만국전도는 국내 현존하는 서양식 세계지도 가운데 가장 이른 시기에 제작된 것으로 알레니의 만국전도에는 없는 울릉도, 백두산이 표시돼 있어 조선시대 지성계의 영토인식을 엿볼 수 있다.

보물 이외의 고전적 유물로는 1732년 금속활자(교서관인서체자)로 간행한 ‘명재선생유고(明齋先生遺稿)’와 소산 이광정의 ‘소산선생문집(小山先生文集)’ 등 문학, 역사, 의학, 법률 등 다양한 주제를 담고 있는 중요한 자료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김학동 예천군수는 “도난당한 문화재가 30년 만에 제 자리로 돌아오게 돼 매우 기쁘고 문화재 환수 기념식과 기획전시 등을 개최해 군민들의 문화 향유권을 확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예천박물관은 보물 268점을 포함한 총 2만2000여점 유물을 확보해 국내 공립박물관 중 가장 많은 보물을 소장한 곳으로 오는 10월 독도의 달에 새롭게 기탁된 ‘만국전도’를 일반인들에게 공개할 예정이다.

정초원 기자 cc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