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M report] 최악의 약세장, 투자 성공 확률 높이려면
올해 상반기는 투자 관점에서 볼 때 그야말로 막막한 시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글로벌 증시가 연초 이후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였고, 반등이 아닌 급락세가 이어지면서 충격은 더 크게 느껴지고 있다.

각국 중앙은행들의 공격적인 긴축 우려로 인해 글로벌 채권 시장도 역대 최악의 약세장을 경험하고 있다. 미국 달러는 최근 20년래 가장 높은 수준의 강세를 유지하고 있다. 가장 좋은 투자 방법이 현금 보유였을 정도로 거의 모든 자산이 하락세를 보인 셈이다.

이처럼 금융 시장의 불확실성을 높인 핵심 요인으로는 단연 ‘인플레이션’을 꼽을 수 있다. 글로벌 팬데믹 이후 공급과 수요의 불균형이 주요국의 리오프닝과 함께 점차 완화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악재를 만나며 물가의 향방은 시장의 예상과 다르게 흘러갔다. 원자재 가격 상승과 함께 한층 심화된 물가에 대한 부담이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강도 높은 긴축으로 이어졌고 이로 인해 금융 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큰 어려움을 겪었다.

미 Fed 통화 긴축 강화 유지 가능성 높아
올 하반기에도 높은 물가 수준과 공격적인 긴축 스탠스에 따른 경기 우려가 이어지면서 금융 시장의 변동성이 높게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증시의 의미 있는 반등을 위해서는 통화정책 불확실성 완화 여부가 관건이지만, 물가지표의 연속적인 둔화가 명확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는 강력한 긴축 경로를 유지할 전망이다.

현재 Fed의 통화정책은 수요를 약화시켜서라도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찾게 하고, 이를 통해 인플레를 통제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시장은 인플레에 대응한 통화 긴축에 따른 실물경제지표의 둔화, 성장률 전망치의 추가 하향 조정, 기업이익 약화 가능성 등의 불안 요인들을 소화해야 하는 상황이다.

물론 현재 가격이 이미 침체를 가정한 수준까지 하락한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지금과 같은 약세 국면이 주식에 대한 장기 투자의 관점에서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기존의 주식을 보유한 투자자 역시 시장 참여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만, 시장이 반등 모멘텀을 빠르게 확보하기 어렵고, 변동성은 높게 유지될 수 있다는 점에서 추가적인 하락 리스크를 고려한 위험관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WM report] 최악의 약세장, 투자 성공 확률 높이려면
채권·멀티에셋·주식 등 자산 배분 필요
향후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게 유지되는 투자 환경에서는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비해 균형점을 능동적으로 잡아가는 자산 배분이 필수다. 채권과 멀티에셋, 선별적 주식 투자 등으로 기본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축한다면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비중 조절을 통해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포트폴리오의 가장 핵심적인 구성 요소로 채권을 하반기 내내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위험자산을 대표하는 ‘주식’과 안전자산으로 평가되는 ‘채권’은 대체로 역의 상관관계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올해는 주식과 함께 채권이 동반 약세를 지속하면서 분산에 대한 효용성 자체가 의심받고 있다. 긴축 우려에 쏠려 있던 시장의 시선이 하반기에는 점차 경기로 이동하면서 가파른 금리 상승세는 진정될 가능성이 높다. 즉, 긴축 기조가 이어지더라도 시장금리의 상단은 점차 제한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위험 대비 수익 관점에서 채권의 투자 매력이 높아졌다고 판단한다.

향후 보수적인 시나리오를 가정할 경우에도 채권은 금리 하락에 따른 성과 기여를 기대할 수 있다. 이와 함께 멀티에셋을 확보하는 전략 역시 하반기에는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멀티에셋은 주식, 채권과 같은 전통 자산뿐만 아니라 비전통 대체 자산까지 다각화가 이루어진 솔루션을 의미한다.

경기 전망의 불확실성이 높을수록 다각화된 인컴(일정한 수익 흐름 창출) 자산을 통해 리스크를 낮출 수 있다는 점에서 멀티에셋이 포트폴리오의 무게중심을 잡는 균형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멀티에셋 인컴 자산의 금리가 최근 수년래 가장 높은 수준에 달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주식에서는 중국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 시장에서 기회를 찾을 수 있다. 지난 몇 년간 지속됐던 중국 내 정치적 불확실성 및 높은 수준의 변동성은 투자자들의 중국 주식 확보를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으로도 부각된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러한 우려를 야기해 온 중국 정부의 정책 기조가 명확히 달라지고 있다. 중국의 낮은 물가 부담을 바탕으로 추가적인 통화 완화(지급준비율 및 대출우대금리 인하) 및 적극적인 재정지출(인프라 투자 및 소비 부양책)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고용 시장 개선을 위한 규제 완화 역시 병행할 것으로 기대된다.

‘제로 코로나’ 정책은 하반기에도 유지될 수 있으나, 경기 여파를 고려해 전면적 봉쇄를 재차 단행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또한 미국 경제가 확장기의 후반부를 지나고 있는 반면, 중국 경제는 사이클 초기 회복 국면에 있다는 점도 중국 주식에 우호적인 여건을 마련하고 있다.

이에 글로벌 증시 가운데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가 상대적 강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금융 시장에는 비관론이 지배적이며 현재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는 주장은 점점 설득력을 잃고 있다.

약세장에서는 부정적인 시나리오는 실현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반면, 긍정적인 요소는 지나치게 낙관적인 것으로 치부되기 마련이다. 즉, 현재 시장에 만연한 우려가 실제 일어날 가능성보다 과도하게 반영돼 있을 확률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이럴 때일수록 균형 감각이 중요하다.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를 통해 하반기 시장 환경에 대응한다면 투자의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글 홍동희 SC제일은행 투자전략상품부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