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나 출산, 주택 구입 등등 살다 보면 부모로부터 거액의 돈을 빌리거나 도움받는 경우가 적잖다. 이 과정에서 자칫 증여세 폭탄을 받지 않기 위해서는 어떤 것들을 유의해야 할까.
부모로부터 빌린 돈, 증여세 폭탄 막으려면
CASE
올해 초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마련했는데, 갑자기 증여세 세무조사 통지서를 받았습니다. 금융기관 대출이 많지 않아 부모님으로부터 큰돈을 빌렸던 부분이 문제가 되는 것 같은데, 계약서도 공증했으니 괜찮을까요.

이미 잘 알려진 것처럼 과세관청은 가족 간 자금 흐름을 쉽게 파악할 수 있고, 편법증여 가능성이 있는 거래들을 적극적으로 조사해 증여세를 과세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20대 후반의 직장 초년생이 고가의 부동산을 구입하는 경우, 그 구입자금을 금융기관 등으로부터 대출받았다고 하더라도 과세관청의 입장에서는 그 원리금을 부모가 대신 갚고 있는 것은 아닌지 검증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수 있는 것입니다.

실제로 세법은, 개인의 직업이나 연령, 소득 및 재산 상태에 비추어볼 때 어떤 재산을 취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평가될 경우 그 재산의 취득자금을 증여받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증여 사실이 추정되기 때문에 가족 간 증여가 이루어진 사실에 대해서 과세관청이 입증해야 하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실제 증여받은 것이 아니라는 점에 대해 납세자가 별도로 입증해야 과세를 피할 수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따라서 억울한 사례도 종종 발생하곤 합니다. 예를 들어 자녀가 부모로부터 송금받은 금액과 관련해 추후 다시 갚을 돈이라는 점을 증명하기 위해서 금전소비대차 계약서나 차용증을 작성하고 별도로 공증까지 받아 두었음에도, 과세관청이 그 계약 내용을 믿어주지 않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계약서 이외에도 부모와 자녀 간 담보를 설정한 내역이나 원리금이 상환된 내역, 해당 자금 대여와 별도의 다른 금융거래내역 등을 참고해 과세관청의 판단이 달라질 수 있는 것입니다.

가상의 사례로서, 자녀가 부동산 구입을 위해 부모로부터 10억 원을 빌리고 이를 증명하기 위해 차용증을 작성했다고 하더라도, 부모가 환갑을 넘긴 상황에서 그 계약 기간이 30년으로 책정돼 있고 원금 상환 없이 이자만 매우 적은 금액으로 지급되거나 이자가 지급되지 않는 경우라면, 과세관청으로서는 원금 상환 의사가 없다는 전제에서 위 10억 원 자체가 증여된 것으로 보아 과세를 시도하려 할 수 있습니다.

그에 대한 세무조사가 시작된 이후, 자녀가 그간 누적된 이자 상당액을 부모에게 일시 지급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설령 원금 자체가 증여된 것으로 보지 않더라도 이자 부분이 증여된 것으로 볼 수 있는데, 구체적으로는 현행 세법에서 정한 연 4.6%의 이자율을 적용한 이자금액과 실제 수취한 이자금액을 비교해 그 차액만큼 증여세를 과세할 수 있는 것입니다.
아울러 자녀가 부모에게 매달 상당한 이자를 이체한 은행 기록이 있는 경우에도 부모 계좌에서 매번 그 금액만큼 곧바로 현금으로 출금돼 온 경우라면, 자녀에게 돌려준 것으로 보아 문제가 될 소지가 있습니다.

따라서 결혼이나 출산, 주택 구입 등의 시점에 부모로부터 큰 금액을 지원받는 경우 그 성격 및 소명 방법에 대해 미리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자녀가 부모로부터 큰돈을 빌리는 경우라면, 구체적인 이자율 및 이자 지급 시기, 원금 상환 시점에 대해 적정한 수준으로 약정된 계약서를 마련하고, 그에 따라 당사자 간에 이자 지급 및 원금 상환을 실제로 진행하는 것이 향후 불필요한 오해나 과세를 예방하는 차원에서 바람직하겠습니다.

이은총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