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노트]고장 난 냉장고
집에 있는 냉장고가 고장이 났습니다. 10년 가까이 사용하던 냉장고였지만 냉동실의 온도가 오락가락하며, 더 이상 안전한 보관고의 역할을 못하게 된 거죠. 생일 선물로 받았던 아이스크림 케이크는 색색의 죽처럼 흘러내렸고, 아껴 먹던 조기는 상한 냄새가 심해져 곧바로 음식물쓰레기 봉투로 향했습니다.

냉장고의 이상 징후가 알려지자마자 집 안은 비상상태로 변했습니다. 냉장고의 음식들은 모두 꺼내져 버려지거나 밥상에 긴급 투입이 됐죠. 집 안 곳곳에 요상한 냄새가 진동하자 한여름의 스트레스는 정지선을 넘어 버리기도 했습니다.

2022년 자산관리 시장의 상황도 ‘고장 난 냉장고’와 다르지 않습니다. 코로나19의 유동성 잔치가 끝나고 40년 만에 사상 최악의 인플레이션 위기가 고조되자 자산관리 냉장고에서도 위기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냉장고에 보관해 두었던 주식, 부동산, 가상자산 등 재테크 상품들에서 폴폴 상한 냄새가 나는 겁니다. 유통기한이 명시돼 있지만 더 이상 의미는 없죠.

코스피 지수는 지난해 고점(3305.21)에서 3분의 2 토막으로 줄었고, 불패신화를 이어가던 부동산도 금리 인상의 직격탄을 맞으며 맥없이 주저앉고 있습니다. 가상자산도 지난해 역대급 호황기를 지나 끝없는 추락을 보이고 있습니다. 암호화폐의 대장 격인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경우 70% 이상 가격 하락을 맞았는데 당분간 반등도 쉽지 않아 보입니다.

재테크의 혹한기로 불리는 최근의 자산관리 시장. 원자재와 환율, 물가 등 월급만 빼고 다 오른다는 현재의 상황에서 과연 자산관리의 출구가 있긴 한 걸까요. 한경 머니는 금융권을 주목했습니다.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자산관리의 중요성은 더욱 강조될 수밖에 없고, 결국 자산관리 시장의 파이를 키워야 현재와 같은 재테크 혹한기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법.

금융권에서는 현재와 같이 초고액자산가를 대상으로 한 제한적인 오프라인 서비스는 답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고객 다변화와 초개인화 서비스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플랫폼 구축이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것도 말이죠. 한경 머니는 이러한 금융권의 부산한 움직임을 8월호 빅 스토리 ‘디지털 플랫폼, 자산관리 체인저 되나’에 담았습니다.

얼어붙은 자산관리 시장에서 ‘고장 난 냉장고’를 고쳐야 할지 아니면 새 음식들을 ‘새로운 냉장고’에 담을지, 디지털 플랫폼 구축에 사활을 걸고 있는 금융권의 상황을 액면 그대로 전하고자 한 것이죠.

여기에 덧붙여 스페셜 ‘카드 빅데이터로 본 엔데믹 소비 패턴은’에서는 엔데믹 시기에 업종별로 희비가 교차되고 있는 소비심리의 변화와 행태를 분석했고, ‘암호화폐, 잔치는 끝났나’에서는 비관론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가상자산의 냉정한 미래 전망을 ‘여름휴가 보너스’처럼 제시해보았습니다.

글 한용섭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