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술로 딱 한 가지 주종만 골라야 한다면 보드카가 아닐까. 보드카는 무색, 무취, 무향 술로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주스나 탄산음료, 심지어 커피를 섞어도 제법 괜찮은 칵테일이 완성된다. 그리고 또 하나. 보드카를 냉동실에 넣어 얼리면 놀랍게도 시럽 상태가 되는데, 차가운 잔에 말캉한 시럽을 따라 잔향을 음미하며 보내는 여름밤은 그야말로 꿀맛 같다.
Aperol
무더운 여름날 유럽, 특히 이탈리아 여행을 다녀온 사람이라면 큰 와인잔에 빨대가 꽂힌 붉은빛 음료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아페롤 스프리츠’라는 칵테일로 얼음이 가득 든 잔에 아페롤과 탄산수, 스파클링 와인을 넣어 만든 음료다. 여기에 큼직하게 썬 오렌지까지 얹으면 시원하고 탄산감도 좋을뿐더러 보기에도 예쁘다.
Reccua Ruby Port
차게 마실 때 색다른 매력이 느껴지는 레드 와인도 있다. 대표적으로 포르투갈에서는 여름이면 포트와인에 얼음을 넣어 시원하게 즐긴다. 얼음을 넣으면 맛이 희석되기 때문에 알코올 도수가 19도에 이르는 ‘레큐아 루비 포트’도 맥주처럼 꿀떡꿀떡 마실 수 있다. 또 포트와인에 보드카와 레모네이드를 섞으면 훌륭한 칵테일이 완성된다. Moet & Chandon Ice Imperial
샴페인은 종종 별에 비유된다. 잔에 따를 때 피어나는 기포가 별처럼 반짝이기 때문. 잠 못 이루는 여름밤엔 사랑하는 사람과 별을 헤아리며 별과 같은 술을 마신다. 기왕이면 ‘모엣 & 샹동 아이스 임페리얼’이 좋겠다. 세계 최초로 얼음을 넣어 시원하게 마시도록 고안한 샴페인이니까.
Butterfly Cannon Rosa
여름이 오면 생각나는 술. 한여름 태양처럼 강렬한 테킬라다. 알코올 도수가 40도를 넘나드는 독한 술이지만, 테킬라를 스트레이트로 쭉 들이켜면 더위는 물론 스트레스까지 한방에 해소되는 느낌이다. ‘버터플라이 캐논 로사’는 자몽 껍질로 물들인 핑크빛 테킬라로, 은은한 자몽 향이 특징이다. 그냥 마셔도 좋고 얼음이 가득 든 글라스에 탄산수 혹은 토닉워터와 섞어도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다.
Glenfiddich 21 years Gran Reserva
여름과 위스키는 궁합이 좋지 못한 편이다. 왠지 무겁게 느껴진달까. 하지만 ‘글렌피딕 21년 그랑 레제르바’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대표적 여름 술인 럼을 담았던 오크통에 추가 숙성했기 때문. 21년 동안 숙성한 원액을 카리브해의 럼 캐스크에서 4개월 이상 2차 숙성하는데 그 덕분에 여느 위스키에서 느낄 수 없는 토피와 무화과, 라임 향이 은은하게 퍼진다.
글 이승률 기자 | 사진 이수강
©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