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VACANCE

북스테이 게스트하우스 '모티프원'. (사진=모티프원)
북스테이 게스트하우스 '모티프원'. (사진=모티프원)
바다도 산도 내키지 않는 무더위라면, 시원한 실내에서 책과 함께 피서를 보내는 방법도 있다. 한여름 뙤약볕을 피해 책의 낭만 속으로 뛰어들 수 있는 북캉스(book+vacance) 공간 7곳을 모아봤다.

10월까지 열리는 한시적 공유 서재
첫서재
뙤약볕 피해서 책 속으로, 한여름의 북캉스
뙤약볕 피해서 책 속으로, 한여름의 북캉스

강원 춘천시 약사동에는 올 10월까지 문을 여는 공유 서재 ‘첫서재’가 있다. 젊은 부부가 운영하는 이곳은 60년 묵은 폐가를 서재 형태로 재탄생시킨 공간이다. 오픈 당시부터 20개월이라는 운영 기한을 못 박아두고 시작한 일종의 ‘팝업스토어’다. 커피와 차를 주문해 마실 수도 있지만, 무엇보다 독서와 사색을 즐기기 위한 공간이라는 게 우선시된다. 서재 공간은 글책방과 그림책방으로 나뉜다. 글책방의 책장은 문학과 인문학, 예술, 기초과학 등의 서적으로 채워졌다. 그림책방에는 성인과 아동을 위한 그림책이 비치돼 있다. 마당에는 재래식 화장실을 개조한 독립 서재도 존재한다.

맥주와 칵테일 그리고 책
살롱드북
뙤약볕 피해서 책 속으로, 한여름의 북캉스
뙤약볕 피해서 책 속으로, 한여름의 북캉스

술을 마시며 책을 즐길 수 있는 바(bar)이자 동네 책방. 서울 관악구 봉천동에 위치한 살롱드북은 2016년 여름에 문을 열었다. 독립 출판물을 비롯해 문학, 에세이 등의 책이 주로 진열돼 있다. ‘살롱드북(salon de book)’이라는 이름이 암시하듯 책과 함께하는 아지트 같은 분위기가 물씬 나는 아늑한 공간이다. 주인장이 직접 만들어주는 칵테일 한 잔과 천장에 매달린 샹들리에는 독서의 낭만을 극대화시킨다. 독서 모임, 북토크와 같은 책 관련 행사도 열린다.

나만의 서재에서 잠기는 사색
후암서재
뙤약볕 피해서 책 속으로, 한여름의 북캉스
뙤약볕 피해서 책 속으로, 한여름의 북캉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자기만의 서재를 꿈꾸기 마련이다. 서울 용산구 후암동 골목 한켠에 있는 ‘후암서재’는 꿈에 그리던 서재의 모습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공간이다. 벽면 나무 책장에서 손이 닿는 대로 책을 뽑아 읽어도 좋고, 준비된 찻잔에 티백을 내려 마시며 사색을 잠기기에도 적합하다. 홀로 방문해 시간을 보내는 경우도 있지만, 3~4인이 함께 예약해 카페나 회의실처럼 활용할 수도 있다.

삶의 영감을 주는 북스테이
모티프원
뙤약볕 피해서 책 속으로, 한여름의 북캉스
뙤약볕 피해서 책 속으로, 한여름의 북캉스

경기 파주 헤이리에 위치한 ‘모티프원(motif#1)’은 책과 함께 하룻밤을 머물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다. 사계절의 운치가 그대로 느껴지는 큰 유리창과 1만4000여 권의 장서가 이곳의 자랑이다. 책이 가득한 공간답게 국내외 작가와 예술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모티프원이라는 이름은 ‘나를 살아 있게 만드는 최고의 이유’ 즉, ‘삶의 제1동기’를 뜻한다. 모티프원 측은 “이 공간에 유숙하는 모든 분들이 전 생애를 걸쳐 자신의 가장 중요한 화두에 답을 얻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이름”이라고 설명한다.

이토록 완벽한 아날로그 북캉스
이후북스테이
뙤약볕 피해서 책 속으로, 한여름의 북캉스

‘이후북스테이’는 서울 독립 책방 ‘이후북스’의 세컨드 브랜드다. 이후북스의 사장과 친구 사이인 주인장이 강원도 영월 산 깊은 곳에 책과 자연이 어우러진 숙소를 만들었다. 공간 곳곳마다 주인장의 취향을 담은 독립 서적이 꽂혀 있다. 산골짜기에 위치한 만큼 인적과 소음이 드물어 오롯이 책과 나 자신에 집중할 수 있다. TV와 와이파이가 없어 완벽한 아날로그 독서 경험이 가능하다. 밤에는 LP플레이어로 분위기를 내기 좋다.

한옥의 정취 아래서, 건강책 큐레이션
일일호일
뙤약볕 피해서 책 속으로, 한여름의 북캉스
뙤약볕 피해서 책 속으로, 한여름의 북캉스

건강을 위한 휴식을 챙기고 싶다면 큐레이션 건강책방을 콘셉트로 하는 ‘일일호일’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서울 종로구 서촌에 있는 일일호일은 북카페 겸 한옥 책방이다. 매년 새롭게 선정한 100권의 건강책과 건강백서를 소개한다. 각자에게 꼭 맞는 건강차를 마시며 독서를 즐길 수 있다. 딱딱하고 어려운 건강책만 있는 것은 아니다. 소설부터 시, 그림책은 물론이고 환경과 동물 이야기가 담긴 다양한 주제의 책이 진열돼 있다. 최근 일일호일이 방문객들에게 소개한 스티브 잡스의 말은 이 공간의 목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사람들은 수술실에 들어갈 때가 돼서야, 자신이 다 읽지 못한 하나의 책을 발견하게 된다. 그것은 다름 아닌 건강한 삶을 위한 책이다.”

옛 한의원 자리에 들어선 책의 공간
동성 문화상점
뙤약볕 피해서 책 속으로, 한여름의 북캉스
건물 외관만 보면 얼핏 한의원으로 착각하기 쉽다. 인천 동구 배다리에서 수십 년간 진료를 봤던 ‘동성한의원’ 자리에 나비날다책방을 비롯한 다양한 문화 공간이 들어섰다. 책방 외에도 뜨개공방, 제로웨이스트숍, 식물숍 등이 한 공간에서 운영되고 있어 책이 아니라도 구경할 거리가 쏠쏠하다. 문화상점 내부에는 공유 책장이 마련돼 있는데, 방문객이 원하는 만큼 자유롭게 책을 꺼내 읽을 수 있다.

글 정초원 기자 ccw@hankyung.com | 사진 각 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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