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산취득세는 상속인(상속자산을 물려받는 사람) 각자 취득하는 상속재산을 기준으로 세액이 결정되는 방식을 의미하는데, 최근 정부가 상속세 개편과 관련해 유산취득세 카드를 꺼내들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유산취득세로 개편 추진...세금 셈법은
최근 정부가 상속인이 물려받는 재산만큼 세금을 내는 유산취득세 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실제로 그간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여러 차례 상속세 개편 논의를 언급해 왔다. 그는 4월 25일 인사청문회 서면 답변에서 “응능부담(납세자의 부담 능력에 맞게 과세) 원칙, 과세체계 합리화 및 국제적 동향 등을 감안할 때 현행 상속세 제도를 유산취득세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지난 7월 18일 ‘2022년 세제개편안’ 상세 브리핑에서는 “내년에 상속세 체계를 ‘유산세’에서 ‘유산취득세’로 개편하려고 한다. (개편 작업을) 올 하반기에 집중적으로 시작할 텐데, 적정한 상속세 부담 체계에 관해 전면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기획재정부도 8월 29일 ‘상속세 유산취득 과세체계 도입을 위한 법제화 방안 연구’ 용역을 공고했고, 이를 통해 유산세에서 유산취득세로 변경하는 논의를 본격 착수했다.

단, 상속세 개편은 ‘상속세 및 증여세법’으로, ‘법률 개정사항’이다. 정부와 여당이 일방적으로 추진할 수 없고, 국회 다수당인 민주당의 동의가 있어야만 한다. 민주당의 공식 입장은 아니었지만 문재인 정부 시절인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기간에 홍남기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상속세 개편을 짚어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 달 뒤 유산취득세 방식 적용을 ‘중장기적 검토 과제’로 하겠다며 입장을 유보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대선 후보 시절 공약을 통해 가업승계 원활화를 위한 상속세 개선 필요성을 밝혔지만, 이는 중소벤처기업 관련 공약이었다. 오히려 윤석열 정부의 ‘2022년 세제개편안’에 대해 민주당은 “부자 감세를 반대한다”는 원론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과연 상속세 체계를 유산세에서 유산취득세로 개편할 수 있을까. 그에 대해 민주당은 반대할까. 섣부른 예측일 수 있지만, 아마도 상속세를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개편하는 큰 틀에는 반대하지 않겠지만, 상증세법 개정이 부자 감세로 이어지지 않도록 할 가능성이 크다. 독자들은 혼란스러울 것이다. 유산취득세로 방식으로 개편되면 상속세가 줄어드는 것이어서 결국 감세가 되는 것이 아닌가. 도대체 유산세 방식과 유산취득세 방식이 무슨 차이가 있고, 앞으로 상속세가 어떻게 바뀐다는 것인가.

유산세 vs 유산취득세
상속세는 ‘① 과세표준’에 ‘② 세율’을 곱해 산정된다(세액공제 등 내용은 생략한다). 유산세와 유산취득세 방식은 ‘① 상속세 과세표준’이 얼마인지를 계산하는 데에 차이가 있다. 유산세 방식은 피상속인이 남긴 전체 재산(유산)을 하나의 과세 단위로 해 상속세 과세표준을 계산하는 반면, 유산취득세 방식은 각 상속인이 상속받은 재산을 과세 단위로 해 상속세 과세표준을 계산한다(쉽게 말하면 유산세 방식은 피상속인이 주는 돈을 기준으로, 유산취득세 방식은 각 상속인이 받는 돈을 기준으로 상속세 과세표준을 계산한다).

가령, (공제 등을 배제하고 설명하면) 피상속인이 남긴 10억 원의 상속재산을 2명의 상속인 A, B가 각각 5억 원씩 상속받을 경우, 유산세 방식에서는 10억 원을 기준으로, 유산취득세 방식에서는 5억 원+5억 원을 기준으로 상속세 과세표준이 계산된다. 그리고 상속세의 ‘② 세율’은 상속세 과세표준이 높을수록 세율도 함께 높아지는 단계적 누진세율 방식이다. 그 결과, 유산세 방식으로 산출된 10억 원의 상속세 과세표준에 대해서는 더 높은 상속세 누진세율(최고 30%)이 적용되고, 유산취득세로 산출된 5억 원+5억 원의 상속세 과세표준 각각에 대해 더 낮은 상속세 누진세율(최고 20%)이 적용되므로, 유산세 방식이 유산취득세 방식보다 상속세 부담이 더 크게 된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2021년 국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도 이러한 결론을 확인할 수 있다. 부모가 자녀에게 30억 원을 상속한다고 가정하고, 계산 편의를 위해 공제 제도와 증여재산 합산 과세제도 등은 고려하지 않을 경우 자녀가 1명이면 유산세와 유산취득세 모두 부담 세액이 10억4000만 원이다.

하지만 자녀가 3명이라면 유산세 방식의 경우 총 부담 세액은 10억4000만 원 그대로지만,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하면 총 부담 세액은 7억2000만 원으로 줄어든다. 결국 유산세 방식과 유산취득세 방식에서의 상속세 부담의 차이는 △상속재산을 분산해 상속세 과세표준을 낮출 수 있는지 △그 상속세 과세표준에 대해 상속세 누진세율 구간이 달라지는지 여부에 따라 결정된다.

오히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유산취득세 방식에서 상속세 부담이 증가할 가능성도 있다. 유산세 방식에서는 주는 사람이 기준이 되므로 피상속인(또는 증여자)이 다를 경우 자산을 이전할 때마다 그에 대한 상속세(또는 증여세) 부담 세액이 결정되지만, 유산취득세 방식에서는 받는 사람이 기준이 되므로 일정 기간 내 여러 차례 자산을 이전받게 되는 경우 그 금액을 더해서 부담 세액을 결정할 수도 있다.

이러한 전제에서 앞의 보고서에서는 아버지가 2015년에 10억 원을 자녀 1명에게 증여하고, 어머니가 2020년에 10억 원을 같은 자녀에게 증여할 경우 유산취득세 방식에서는 자녀가 부담할 총 세액은 6억4000만 원이지만, 유산세 방식에서는 자녀가 부담할 총 세액이 4억8000만 원으로 오히려 감소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 밖에 미성년자가 일정 기간 내 조부모와 외조부모로부터 상속 또는 증여를 받는 경우에도 유산취득세 방식에서 세 부담이 증가할 수 있다.

이처럼 유산세 방식과 유산취득세 방식에서의 상속세(또는 증여세) 부담 감소는 절대적인 것이 아니다. 유산취득세 방식으로의 개편 논의는 상속세 부담을 낮춰주는 데에 주된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유산취득세 방식으로의 개편은 유산세 방식에 대한 반성적 고려 때문일 것이다.

유산세 방식의 한계
첫째, 유산세 방식에서는 상속인들 각자가 실제 취득할 상속재산의 크기에 상관 없이 전체 상속인들에게 동일한 상속세가 과세되므로, 각 상속인이 실제 취득한 상속재산의 크기와 그에 따른 세 부담 능력 등을 고려해 공평한 과세를 하기 어렵다. 서두에서 추 장관이 ‘응능부담의 원칙’을 언급한 것은 바로 이러한 취지로 보인다.

둘째, 현 상증세법에서는 증여세는 받는 사람, 즉 수증자를 기준으로 과세(유산취득세 방식)하는 반면, 상속세에서는 상속하는 사람, 즉 피상속인을 기준으로 과세(유산세 방식)하는 방식을 택함으로써 일관성이 없고 불합리한 경우가 발생한다. 특히, 상속인 중 1인이 사전증여를 받았을 경우 그 사전증여재산이 상속세 과세표준에 합산돼 전체 세 부담이 증가됨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세 부담 증가의 효과는 나머지 상속인들이 모두 함께 부담하게 된다.

물론 특정상속인의 사전증여와 그로 인한 상속세 증가는 상속인들 간의 상속재산분할 합의에서 고려될 수 있지만, 실제 이러한 부분까지 세밀하게 고려해 상속재산분할 합의를 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상속세를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전환해 증여세와 상속세의 일관성을 갖추는 게 필요하다.

셋째, 유산세 방식에서는 전체 상속재산에 대해 일괄과세하므로 상속재산의 분산을 유도할 수 없다. 유산취득세 방식에서는 상속재산을 여러 명에게 분산시킬수록 상속세 과세표준이 낮아지고 그에 따라 낮은 상속세 누진세율을 적용받을 수 있게 되므로, 유산세 방식을 그대로 유지하는 경우보다는 상속재산의 분산을 유도할 수 있고, 이러한 측면에서 상속재산의 재분배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유산취득세 실효 얻으려면
대다수 독자들에게 이와 같은 유산취득세 방식으로의 개편 논의 또는 개편의 정당성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오히려 1999년 이후 한 번도 개정되지 않은 현행 상속세 과세표준 구간과 세율의 조정이 더욱 중요하다. 하지만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개편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상증세법 중 특히 상속세 부분에 대해 대대적인 개정이 필요하다. 예컨대, 현재의 각종 인적 또는 물적 공제를 그대로 유지할 수 없다.

공제 사유를 추가, 폐지 또는 변경해야 하고, 공제 금액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다양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적정한 과세표준 구간과 세율을 찾아야 한다. 결국 유산취득세 방식으로의 개편은 상속세 과세표준 구간과 세율 조정의 논의를 수반하게 된다. 유산취득세 방식으로의 개편은 상속세제의 전면적 재검토를 의미하는 것이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은 과연 무엇을 할 것인가. 상증세법의 개정 논의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필자 역시 상증세법의 개정을 위해 지속적인 의견을 낼 것이다. 다양한 의견 수렴과 연구를 통해 2023년 7월 말 발표될 ‘2023년 세제개편안’에서 상증세법의 합리적인 개정안이 포함되기를 기대한다.

글 이강민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