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적 감정은 나쁜 게 아니다
[한경 머니 기고 = 윤대현 서울대학교병원 강남센터 정신의학과 교수] 두 가지 감정은 마음을 불편하게 한다. 이중적 감정이 나쁘다고 하지만 그렇지 않다. 내 마음은 여러 마음을 동시에 품을 수 있다. 결혼 전날 이 결혼이 맞나 하는 양가감정이 드는 것은 비정상이 아니다. 실제로 정도의 차이만 있지 잠깐이라도 그런 감정이 찾아와 당황했다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런데 동시에 이중적 감정을 품는 양가감정 상태를 마음은 썩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양자택일의 상황에서도 빠르게 한쪽을 택하려는 경향이 존재한다. 한쪽을 선택해 긴장감을 줄이고 감정을 안정시키고 싶은 것이다.

이전에 없던 직장인의 고민 내용을 접하고 있다. 예를 들면 엔진 엔지니어로 자긍심을 가지고 일했는데, 전기자동차로 비중이 전환되는 등 회사의 정체성 변화가 기대와 불안이라는 두 감정을 동시에 일으키고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예는 회사에서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을 강조하는데, 자신의 부서는 수익은 내지만 더러운 사업을 하는 곳이라 회사에 기여하고 있다는 긍정적인 마음과 더불어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자괴감마저 느껴진다는 것이다.

현재 직면한 코로나19 팬데믹 위기, 그리고 동시에 맞물린 사회경제적 변화의 압박은 양가감정을 강화시키는 상황이다. 그런데 양가감정은 한쪽 감정을 찍어 누르려는 경향을 만든다. 특히 리더 입장에서 보면 양가감정의 부정적인 면을 누르기 위해 확신과 자신감을 가지고 긍정적인 미래와 행복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쉽다. 그것이 조직의 발전에 도움이 되는 행동이라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이번 시기만 극복하면 코로나19가 종식되고 정상 사회로 곧 복귀할 수 있을 것이다’라는 메시지가 될 것이다. 모두가 희망하는 내용이지만 현재도 코로나19는 계속되고 있고 경제적 불안 등 새로운 사회경제적 스트레스 요인도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미래에 대한 기대와 불안이라는 양가감정이 강하게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긍정일변도식 접근이 위기상황에선 최선의 접근이 아니라는 주장이 존재한다.
이중적 감정은 나쁜 게 아니다
내 마음을 카메라의 피사체로 보듯
한 발 물러서 보는 역설적 사고방식

“성적이 오르면 스마트폰을 사주기로 자녀와 약속했는데 정말 올랐어요. 어떡하죠”라는 어느 부모의 고민을 접했다. 이런 질문은 자랑이 내포돼 있다고 느껴져, 옆에서 듣는 다른 부모들은 짜증이 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부모는 양자택일의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스마트폰을 사주면 혹시 공부에 방해가 되진 않을까’ 하는 걱정과 ‘안 사주려니 약속을 어기는 부모가 되니 어쩌나’ 하는 고민 사이에서 말이다.

양자택일의 이중적 고민이 가득하다. “직장에 있으면 아이가 걱정되고, 집에 있으면 회사 생각이 나는데 회사를 그만 두어야 할까요 말까요”, “팀원들의 의견이 둘로 갈라졌는데 어느 쪽 의견을 들어주어야 할까요” 등.

인생은 결정의 연속이고 또 결정이 내 삶의 미래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다.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큰 요인이 감정이다. 감정을 너무 무시한 결정도 문제가 될 수 있지만, 감정이 거꾸로 최선이 아닌 다른 선택으로 몰아갈 수도 있다.

양자택일로 고민될 때 ‘역설적 사고방식(paradox mindset)’을 결정 과정에 적용해볼 것을 권한다. 앞의 부모 고민에 적용해본다면 우선 양자택일(either/or)이 아닌 상생(both/and)의 포괄 전략은 없는지, 새로운 프레임으로 스스로에게 질문해보자는 것이다. ‘스마트폰을 사주어 약속도 지키면서 동시에 공부에 대한 동기부여와 몰입도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가 그 예가 될 수 있다.

우리 마음은 반대되는 생각과 감정을 동시에 품고 있는 것을 불편하게 여겨 양자택일로 몰아가는 경향이 있다. 불편한 감정에 대해 ‘불행하고 나약한 것이다’라는 프레임이 일반적으로 내재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상생의 결정이 가능한 상황에서 관점 전환에 이르지 못하고 그냥 마음 편한 쪽으로 한 가지를 선택하기 쉽다.

그래서 역설적 사고를 위해서는 관점 전환을 위해 마음과 거리를 두는, 내 마음을 한 발 물러서서 마치 카메라 안의 피사체로 바라보는 연습이 필요하다. 카메라 안의 피사체로 마음을 보기 위해서는 ‘지금 내가 느끼는 불편한 감정은 나쁘거나 나약한 것이 아닌 정상적인 감정 반응이다’라는 관점 전환과, 불편한 감정을 버티면서 오히려 그 감정을 역설적 사고의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마음의 맷집이 필요하다. 실제로 역설적 사고방식을 적용했을 때 마음의 긴장감은 증가했지만 그 긴장감이 마음의 여러 자원을 활성화시켜 혁신적인 사고를 증진시켰다는 연구 결과들이 존재한다.

자녀에게 우선 이런 역설적 접근의 질문을 해보면 어떨까 싶다. “성적이 올라 축하하고 자랑스러워. 기쁜 마음으로 스마트폰을 선물해줄게. 그런데 지나친 몰입이 좀 걱정되는 부분도 있는데, 아들은 좋은 의견 있어?”라고 말이다. 신뢰도 얻고 아들의 마음도 알 수 있다.

공감 속에 정확한 정보가 함께 존재할 때 상대방을 더 잘 도와줄 수 있다. 리더십 분야에서 공감을 연민으로 확장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단어의 사전적 의미를 떠나, 공감과 연민을 그 주장에서는 이렇게 차이를 둔다. 공감이 타인의 감정을 느끼는 것이라면, 연민은 공감에 타인을 돕기 위한 행동적 의지도 함께 포함된 것으로 설명한다. ‘잘 돕기 위한 공감’이라고 할 수 있는데 구체적으로는 먼저 정서적 거리를 한 발짝 두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야 상대방을 돕기 위한 합리적인 판단이 가능하다.

통증을 나누는 것을 넘어서 무엇을 원하는지 경청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내가 공감해서 돕기를 원하는 내용과 상대방이 원하는 것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공감하다 보니 급하게 내가 생각한 도움을 상대방에게 주고자 할 수 있는데 그전에 행동은 잠시 멈추고 잘 듣는 것 자체가 상대방을 돕고 위로하는 행동일 수 있다.

실제 내 마음을 카메라로 볼 수는 없다. 그러나 마음은 메타포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마음의 카메라를 상상하고 내 마음을 들여다보자.

글·사진 윤대현 서울대학교병원 강남센터 정신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