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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가 미술품 양도·상속 시 세금 문제는
[한경 머니 기고 = EY한영 세무본부 이나래 파트너·이수경 이사] 올해 9월, 국내 최대 아트페어인 한국국제아트페어(KIAF)와 세계 3대 아트페어 중 하나인 영국 프리즈(Frieze)가 공동 개최한 아트페어에 엄청난 인파가 몰리면서 국내 미술 시장의 위상이 높아졌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양한 작품이 컬렉터들의 손을 옮겨 다니면서 그 가치가 크게 재평가된다는 면도 흥미롭지만 컬렉터들의 관심이 가장 쏠리는 것은 바로 미술품을 둘러싼 세금 문제다. 특히 국내 미술 시장의 주목도와 성장이 두드러질수록 사례들도 다양해지고 이에 대한 시장의 궁금증도 높아지고 있다. 미술품 매입 후 양도하게 되는 경우 소득세 부담과 상속재산으로 미술품을 상속받는 경우 세 부담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미술품 양도 시 소득세는
미술품 컬렉터 A씨는 단색화로 유명한 박서보 작가의 작품을 1000만 원에 매입한 후 10억 원에 양도했으며, 미술품 컬렉터 B씨는 물방울 그림으로 유명한 김창열 작가의 작품을 1000만 원에 매입한 후 10억 원에 양도했다. 개인 컬렉터 A씨와 B씨의 세금 부담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일반적으로 ‘소득세법’은 일시적으로 발생하는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영리를 목적으로 계속적·반복적 활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소득을 사업소득으로 구분한다. 기타소득은 22%(지방소득세 포함)의 세율로, 개인의 사업소득은 종합소득으로 합산돼 최고 49.5%(지방소득세 포함)의 누진세율로 과세될 수 있으므로 소득의 구분은 세 부담 측면에서 상당히 중요하다.

그런데 개인 컬렉터가 작품을 양도할 때에는 사업장 등을 갖춘 경우를 제외하고서 2021년 1월 1일 이후 양도분부터는 해당 활동이 계속적이고 반복적인지 여부와 무관하게 무조건 사업소득이 아닌 기타소득으로 분리과세가 된다.

그리고 미술품 양도에 대한 기타소득 과세 방법 및 필요경비 인정금액에는 다른 소득에서는 적용되지 않는 특별한 내용이 있다. 양도일 현재 생존해 있는 국내 원작자의 작품과 양도가액 6000만 원 미만의 작품을 양도하는 경우에는 과세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미 작고한 국내 원작자의 작품 또는 양도일 현재 생존해 있더라도 해외 원작자의 작품을 양도한 경우에는 소득세가 과세된다. 이 같은 조치는 생존해 있는 국내 원작자의 작품 거래를 비과세해, 가격을 낮추고 유통을 원활하게 해 사람들이 더 많이 찾게끔 함으로써 전반적으로 미술 시장을 활성화시키겠다는 취지에서다.

다만 여기서 ‘국내 원작자’ 개념에 주의해야 한다. 원래 세법에서는 국적 개념보다는 거주자인지가 중요하기 때문에 ‘국내 원작자’에서 ‘국내’란, 거주자를 말하는 것인지 대한민국 국적자를 말하는 것인지가 모호하다. 이에 2020년 기획재정부는 유권해석을 통해 ‘국내 원작자’란 양도일 현재 △대한민국 국적자인 원작자 △국적은 외국이지만 ‘소득세법’상 거주자로서 국내에서 주로 작품 활동을 하는 자를 말한다고 해석했다. 대한민국 국적 원작자에 대해서는 주로 작품 활동을 어디에서 하는지 묻지 않지만 외국인 원작자는 국내에서 주로 작품 활동을 해야 한다는 점이 특기할 만하다. 결국 개인 컬렉터 입장에서는 미술품을 매매할 때, 작가의 국적, 주된 작품 활동 장소, 생존 여부부터 먼저 조사해야 하는 어려움에 직면하게 된다.

기타소득으로 과세되는 과세표준은 양도가액에서 취득가액을 차감한 양도차익이 과세 대상이 아니라, 미술품 양도가액의 80%(미술품 보유 기간이 10년 이상인 경우 양도가액의 90%)까지 필요경비가 인정돼 사실상 양도가액의 10% 또는 20%에 대해 과세된다. 이러한 경우라 할지라도 실제 발생한 필요경비가 상기 금액보다 크다면 실제 발생한 금액만큼 필요경비가 인정된다.
고가 미술품 양도·상속 시 세금 문제는
컬렉터 A씨와 B씨의 사례로 돌아가 각자의 세 부담을 살펴보자. A씨는 생존한 국내 원작자의 작품을 양도하는 경우이므로 양도차익에 대해 전액 비과세된다. 한편, B씨는 작고한 국내 원작자의 작품을 양도하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실제 양도가액 10억 원에 대해서 10년 이상 보유한 후 양도하는 경우에는 2200만 원, 10년 미만 보유한 후 양도하는 경우에는 약 4000만 원가량의 세금을 부담하게 된다.

상속·증여받은 미술품의 세금은
지난해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미술품 컬렉션 상속이 보도되면서 미술품 상속·증여에 대한 관심이 증가했다. 하지만 미술품 투자와 달리 상속·증여에 있어 미술품에 대한 비과세 등 혜택 규정이 없다는 점은 아쉽다. 원칙적으로 미술품 상속·증여도 다른 재산과 동일하게 증여일 현재의 시가를 기준으로 상속세와 증여세를 신고·납부해야 한다.

다만, 시가 산정에 있어 미술품은 그 고유의 감정평가가 어려운 자산이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상속개시일 또는 증여일, 즉 평가기준일 전후 6개월(증여는 전 6개월, 후 3개월) 안에 그 자산을 특수관계인이 아닌 자와 매매계약을 체결한 사실이 있을 경우에 그 가격을 시가로 인정한다.
만약 해당 기간 동안 시가가 존재하지 않는 경우라면 동일 기간 내에 둘 이상의 감정평가법인의 감정가액의 평균액을 시가로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감정평가법인은 통상 자체적으로 미술품을 감정할 수 있는 전문성을 갖추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그에 대한 보충적 평가 방법으로 전문 분야별 2인 이상의 전문가가 감정한 가액의 평균액을 적용하도록 하고 있다.

추가로 납세자가 신고한 감정가액이 과세관청에서 재감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경우에는 국세청장이 위촉한 3인 이상의 전문가로 구성된 감정평가심의회에 감정을 의뢰할 수 있다. 이때 납세자의 신고가액이 감정평가심의회에서 감정한 감정가액에 미달하는 경우에는 그 감정가액을 적용하게 된다.
고가 미술품 양도·상속 시 세금 문제는
미술품의 특성상 부동산이나 금융자산과 같이 실명 거래가 이루어지는 다른 자산들과 달리 거래 이력이나 소유주를 파악하는 데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미술품의 양도는 편법 상속·증여 수단으로 남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존재한다.

그러나 미술품의 상속·증여 사실을 과세관청에서 파악하면, 파악한 시점부터 1년 이내에 언제든지 과세할 수 있도록 돼 있으며 과세관청에서 미술품 상속·증여 사실을 인지하고도 부과권을 행사하지 않을 가능성은 낮으므로 실질적으로 부과권의 제척기간은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또한 재산가액이 50억 원 초과인 경우, 미술품을 상속이나 증여로 취득하면 언제든지 과세할 수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부모로부터 현금성 재산이 아닌 미술품을 상속받았으나 상속세를 납부할 재원이 없는 경우에는 상속인 입장에서는 고민에 처할 수도 있다. 상속받은 미술품을 시세로 매각해 상속 재원을 마련하고자 하더라도 원하는 가격으로 거래가 이뤄지지 않거나, 실제 시세에도 못 미치는 가격으로 거래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이때에 알아두어야 할 제도가 상속받은 재산으로 직접 상속세를 납부하도록 하는 물납제도다.

특히 미술품에 대한 물납의 필요성에 대한 문제 제기는 지속적으로 있었으나 허용되지 않다가 지난해 작고한 고 이건희 회장의 컬렉션으로 인해 화두가 됐다. 이에 따라 2021년 12월 세법이 개정돼, 2023년 1월 1일 이후 상속 개시분부터 문화재 및 미술품에 대한 물납이 가능하게 됐다.

다만, 모든 미술품에 대해 물납이 가능해진 것은 아니다. 상속세 납부세액이 2000만 원을 초과하고 상속재산 중 금융재산가액으로 상속세를 납부할 수 없는 경우에 한해 미술품 물납이 가능한 것이며, 역사적·학술적·예술적 가치가 있어 국가에서 인정하는 문화재 및 미술품에 대해 물납을 허용하도록 개정된 것이다. 또한 역사적·학술적·문화적 가치가 있는 문화재와 미술품에 한해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요청이 있는 경우여야 물납이 가능하게끔 개정됐다.

아직 구체적인 적용에 대한 시행령이 완비되지 않았지만, 올해 말에는 구체적인 규정이 마련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미술품에 대한 세법 개정 방향에 대해서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

글 EY한영 세무본부 이나래 파트너·이수경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