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밀레니얼+Z) 세대를 중심으로 한 레트로 열풍과 함께 올드카에 대한 관심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20년이 훌쩍 넘은 자동차를 데일리카로 사용하는 4명의 남자에게 올드카의 매력이 무엇인지를 물었다.
대체 불가, 올드카의 매력
CHEVROLET Camaro Z 28(1993~2002)
가구 디자이너 김비 씨는 1995년식 쉐보레 ‘서버번’을 탄다. 그러다 얼마 전 4세대 ‘카마로 Z 28’을 1대 더 구입했다. “미국 올드카만 수리해주는 곳이 있어요. 거기서 알게 된 분이 카마로를 판다고 하시더라고요. 관심이 갔죠.” 그가 카마로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애지중지하는 서버번과 같은 회사(쉐보레), 같은 연식(1995년식) 그리고 같은 배기량(5700cc) 등의 연결고리 때문. “사실 올드 포르쉐를 알아보고 있었는데, 저한테는 미국 차가 더 잘 맞는 것 같더라고요. 1990년대 미국 차는 투박하고 거칠잖아요. 저는 그게 좋더라고요. 모터사이클을 모는 느낌이거든요.” 서버번을 타며 1990년대 미국 자동차 특유의 투박함에 매료됐다는 그는 카마로 역시 묵직한 주행감과 고출력 특유의 엔진음을 최고의 매력으로 꼽는다. “지금 자동차 시장이 전기자동차로 급변하고 있잖아요. 앞으로 쭉 전기차만 타야 한다면, 지금은 그와 정반대의 차를 타고 싶어요. 카마로 Z 28처럼요.”
대체 불가, 올드카의 매력
BMW 540i(1995~2003)
이재욱 씨는 올드카 마니아다. 올드카 동호회인 ‘팀 클러치’에서 운영진으로 활동할 정도다. 현재 메르세데스-벤츠 ‘300E(W124)’와 사브 ‘9-5 에어로’ 등 5대의 올드카를 보유하고 있다. 그중 가장 애착하는 자동차는 1998년식 BMW ‘540i(E39)’다. 다른 차는 길어야 2년 정도 탔지만 유독 이 차와는 8년째 함께하고 있다. 특히 골드 색상(캐시미어 베이지)은 국내 단 2대만 남았을 정도로 희귀한 모델이다. “당시만 해도 메르세데스-벤츠와 BMW의 색채가 극명했거든요. BMW가 추구하는 펀 드라이빙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차죠. 무엇보다 요즘엔 자연흡기 8기통 엔진을 단 세단을 잘 만나볼 수 없잖아요.” 그는 이 차의 장점으로 넘치는 출력과 다양한 옵션, 고급스러운 실내를 꼽는다. 특히 내장재는 요즘 출시되는 차와 견주어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라고. “이 차의 출시 가격이 1억2000만 원 정도였어요. 은마아파트 가격이 2억 원이 좀 안 되던 시절이었으니까 정말 부자만 타던 차였죠. 당시 이 차를 타던 사람들이 느꼈던 ‘감동’을, 늦게나마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느낄 수 있다는 게 올드카의 또 다른 매력 같아요.”
대체 불가, 올드카의 매력
MERCEDES-BENZ CLK(1998~2003)
포토그래퍼 이건호 씨는 20년째 메르세데스-벤츠 ‘CLK(A280)’를 탄다. 가족들과 함께하는 차는 몇 번 바꾸었지만, CLK만은 여전히 보유 중이다. 아직 대안이 될 만한 차를 찾지 못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운동화가 스포츠카, 구두가 세단이라고 한다면 이 차는 꼭 스니커즈 같아요. 힘이 넘치지도, 모자르지도 않죠. 잔고장도 없고 승차감이나 안정감도 좋아요. 컨버터블인데 4명이 탈 수 있고, 골프백도 하나 실릴 만큼 수납도 괜찮은 편입니다.” CLK는 출시 당시 디자인으로 센세이션을 일으킨 모델이었다. 이 씨는 특히 위에서 바라볼 때 가장 아름답다고 한다. “요즘 자동차들과 달리 위에서 보면 차가 네모나게 생겼어요. 저는 그 부분이 마음에 들더라고요. 동그란 4개의 헤드램프도 요즘 자동차들에선 볼 수 없는 감성이죠.” 그가 꼽은 올드카의 매력은 세월의 흔적이다. “고치면서 점점 더 정이 든 것 같아요. 아마도 저의 가장 마지막 내연기관 자동차 역시 이 차가 될 것 같습니다.”
대체 불가, 올드카의 매력
HYUNDAI Dynasty(1996~2005)
모터그래프 박홍준 기자는 올봄, 그의 첫 차로 현대자동차 다이너스티를 구입했다. “저는 직업상 신차를 다 타볼 수 있잖아요. 그러다 보니 오히려 올드카에 관심이 생기더라고요.” 그중에서도 다이너스티를 선택한 건, 어렸을 때부터 선망의 대상이었기 때문. “1998년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소떼를 끌고 판문점을 넘을 때, 선봉에 서 있던 다이너스티를 또렷하게 기억해요. 어린 나이였지만 정말 멋져 보였죠.” 그렇게 20여 년이 지나 다이너스티의 차주가 된 그는 이 차의 강점으로 승차감을 꼽는다. “출렁출렁하는 게, 꼭 배를 모는 기분이에요. 요즘 고급차에서는 절대 느끼기 힘든 승차감이죠. 긴 오버행 등 크고 권위적으로 보이려고 애쓴 디자인도 정말 좋아요. 1990년대 우리나라 사람들의 인식이 고스란히 드러난달까요. 자동차는 그 당시의 기술이나 트렌드를 넘어 시대정신을 반영하거든요. 이런 게 바로 올드카의 ‘진정한’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승률 기자 ujh8817@hankyung.com | 사진 이수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