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운 한국투자신탁운용 솔루션본부장 인터뷰

한국투자신탁운용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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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투자가도 지수를 이기지 못한다.”

박희운 한국투자신탁운용 솔루션본부장(전무·사진)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30여 년간 금융투자업계에 몸담았는데 7년 전 이 같은 사실을 깨닫고 투자 시각을 액티브(운용에 초점)에서 패시브(지수를 추종)로 전격 전향했다”며 “업계에 몸담은 지 25년 만에 액티브를 통해 추가 수익을 낼 수 있다는 믿음을 완전히 바꿔놓은 후 패시브의 길을 걷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자산운용 업계에서는 액티브형 상품을 잇달아 경쟁적으로 출시하며 액티브 붐이 일고 있지만 한투운용은 패시브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하는 새로운 형태의 타깃데이트펀드(TDF)인 ‘한국투자TDF알아서ETF포커스’로 차별화 전략을 펼치며 업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박 전무는 이번 ‘TDF알아서ETF포커스’의 설계부터 운용 전반에 이르기까지 진두지휘한 장본인이다. 지난 30여 년간 증권사(셀 사이드)와 자산운용사(바이 사이드)를 넘나들며 리서치 업계에서 오랜 경험을 쌓았던 박 전무가 한투 운용에 뒤늦게 합류하면서 업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그는 삼성자산운용에서 2번에 걸쳐 입사와 퇴사를 반복하며 전체 경력의 상당부분을 근무했다. 2000년부터 8여 년간 삼성자산운용 리서치 팀장을 맡았고, 중간에 퇴사했다가 다시 삼성에 복귀한 그는 최연소 리서치센터장으로 5년간 리서치센터장을 역임했다. 그 사이에 유진투자증권과 KTB투자증권 등 리서치본부 센터장으로 근무하기도 했다.

배재규 대표는 삼성자산에서 한투운용로 근무지를 옮긴 후 박 전무를 전격적으로 영입하는 동시에, 솔루션본부를 새로 신설했다. 상품 설계부터 운용 전반의 모든 것을 진두지휘하는 핵심 본부를 박 전무에게 전부 맡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 전무는 “지난 30년을 통틀어 모든 것을 쏟아 부어 새로운 포트폴리오를 적용한 상품을 만들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이번처럼 마음이 편했던 적이 없었다”라고 말할 정도다.

박 전무는 업계에 처음 발을 들였을때는 누구보다 액티브를 고집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당시 애널리스트는 정보의 비대칭성 우위에 있었기 때문에 액티브를 통해 추가 수익을 낼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며 "지금은 기관투자가와 개인투자자의 투자 성과 차이(갭)가 크지 않지만 성과 갭이 점차 줄어든 때는 금융위기 이후"라고 짚었다.

박 전무는 “2000년대 이후부터 개인투자자와 기관투자가의 수익률 퍼포먼스 차이가 크지 않았다”며 이러한 이유로 과거 일부 애널리스트들이 정보의 비대칭성 우위의 지위를 악용한 사건 이후에 공시 요건이 강화되면서 기관투자가의 성과가 예전만 못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30년간 포트폴리오를 수도 없이 만들었는데 이번에 출시한 TDF 펀드가 가장 자신있게 작업했던 부분”이라며 말했다.
한국투자신탁운용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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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박 전무와의 일문일답.


‘한국투자TDF알아서ETF포커스’ 출시를 주도하셨는데요. 이 상품의 특장점은 무엇인가요.

“이번 펀드는 기존 액티브 중심의 TDF와는 다르게 패시브 전략을 따른다는 점이 차별점입니다. 상승과 하락을 거듭하는 경기 변동에도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설계했습니다. 역사적으로 반복되는 시장에 대한 가정에 근거해 40년 이상의 경제지표를 분석한 후 자산 배분의 원칙이 되는 자체 장기자본시장가정(LTCMA)을 도출해서 만들었습니다. 이 상품은 낮은 위험과 회전율, 저비용으로 장기 투자의 수익률 극대화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패시브 전략을 추구하는 이유가 궁금한데요.
“30여 년 경력에서 지난 25년간 액티브만 하다가 7년 전부터 패시브로 운용 패턴을 완전히 바꿨습니다. 결국 싼 비용을 지불해서 고객에게 돌려주는 것이 펀드매니저의 역할인데요. 제 자신이 추가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생각을 버리고 고객들에게 어떻게 하면 위험 대비 높은 수익을 제공해야 하느냐에 대한 관점으로 바뀌었다고 봅니다. 실제 기관투자가의 퍼포먼스가 개인투자자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이번 TDF 상품을 통해 어떤 효과를 기대하고 있나요.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 수익을 극대화하는 효과를 기대합니다. 수익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면 리스크는 자연히 높아질 수밖에 없는데요. 오히려 수익에 대한 기대를 낮추면 시간은 좀 더 소요되지만 결국 1등을 하게 돼 있습니다. 또한 자사가 적극 추진하고 있는 글라이드패스의 경우 개인별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 기대가 큽니다.”

글라이드패스를 솔루션본부에서 자체 개발하셨는데 어떤 전략인가요.
“사회 구조의 변화와 의사, 변호사 등 특수한 직군의 특성을 반영해 글라이드패스를 맞춤화할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즉, 한국인의 휴먼캐피털을 반영한 것인데요. 나이가 들수록 인적 자본이 줄어드는데 이를 금융 자산으로 보완할 수 있도록 리스크까지 고려한 전략입니다. 개인별 맞춤형으로 최적화된 상품을 구성한다는 취지입니다.”

전무님이 30년간 업계에 계시면서 얻은 투자철학이 있다면요.
“투자하면서 나의 실질 자산의 가치가 떨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사람에 따라 리스크를 고려해 투자해야 합니다. 먼저 투자 자산과 투기 자산을 구분해야 하는데요. 리스크 측면에서 보면 금과 주식이 비슷하고, 원유와 은, 동은 투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투자는 리스크를 짊어지는 것인데 리스크를 어떻게 최소화하느냐가 관건입니다.”


esit917@hankyung.com | 사진 한국투자신탁운용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