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풍은 아플 때만 치료하고 끝내는 병이 아니라 치명적인 신장질환, 심장질환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평생 치료해야 한다. 또 ‘치맥(치킨+맥주)’ 같은 식습관만 개선한다고 해서 치료 효과를 보는 것도 아니다. 고혈압, 당뇨병처럼 필요에 따라 장기간 약을 복용해야 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급증하는 통풍 환자들의 주된 발병 원인은 무엇이고, 치료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급증하는 통풍...음주 잦은 중년 취약하다
통풍은 혈중 요산이 6mg/dL보다 많은 상태로, 남아도는 요산이 관절에 침착해 염증처럼 작용하는 병이다. 요산은 퓨린이라는 성분이 우리 몸 안에서 대사 과정을 거쳐서 나오는 대사산물이다. 요산은 대부분 신장을 통해 소변으로 배출되는데, 신장의 요산 배출 능력은 한계가 있다. 신장이 좋지 않거나 신장의 능력을 넘을 정도로 퓨린 함량이 높은 음식을 많이 섭취하게 되면 체내 요산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통풍은 급성 통증을 유발하는 것뿐만 아니라 신장, 심장 등의 장기에도 병을 만든다. 따라서 통풍은 아플 때만 치료하면 안 되고 평생 관리해야 할 만성 전신성 대사질환으로 이해해야 한다.

통풍 환자 급격히 증가
통풍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보건의료 빅데이터에 따르면 통풍 진료 환자 수는 2012년 26만5065명에서 2021년 49만2373명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통풍은 특히 40~50대 남성에게서 발병률이 높은데, 최근 20~30대 젊은 연령에서 서구적인 식생활이 고착화되고 음주도 많이 해 40~50대에 이르러 발병률이 급속하게 증가하는 추세다. 여성의 경우 여성호르몬이 요산 배설을 촉진하기 때문에 폐경 전 여성에게서는 통풍이 잘 발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폐경 후에는 여성호르몬이 감소하기 때문에 통풍 발생이 증가한다. 통풍은 복용 중인 약물 때문에 생기는 경우도 있다. 저용량 아스피린, 혈압약으로 쓰이는 이뇨제의 일부, 결핵약 등이 포함된다.

한편, 통풍연구회에 따르면 통풍 환자 수는 지난 20년간 폭발적으로 증가해 10년 뒤면 환자 수가 100만 명에 임박할 것으로 추정했다. 의료비도 급증하고 있다. 통풍 치료에 소요된 요양급여비 총액이 최근 10년 동안 연간 227억 원에서 616억으로 2.7배 상승했다.


관절의 병 아닌 만성 대사질환
통풍을 단순 관절질환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원인 물질인 요산은 관절에 잘 침착해 관절을 녹일 뿐 아니라 온 장기에 영향을 미친다. 통풍 환자에서 고혈압이 동반될 위험이 일반인에 비해 4.2배, 비만이나 당뇨병, 심근경색은 2.4배, 심부전은 2.7배, 3기 이상 만성신장병은 2.3배로 증가한다는 점이 이를 증명한다. 통풍에 동반된 만성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은 3배나 증가한다는 연구가 있다.

통풍 치료가 제대로 안 되고 있다. 병에 대한 잘못된 인식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통풍은 관절이 아플 때만 치료하는 급성질환이라는 잘못된 인식 때문에, 환자들이 적극적인 치료를 받지 않고 예방 가능한 통풍 발작이 재발하고 있으며 합병증으로 전신 상태가 악화되고 있다. 실제 통풍 환자 중에서 요산저하제를 복용하는 환자는 50% 미만에 불과하며, 목표 혈중 요산 수치인 6mg/dL에 도달한 환자의 비율은 34%에 불과하다는 조사가 있다.


통풍 치료의 3단계는
통풍 치료는 크게 3단계로 나뉜다. 첫 번째 단계는 혈중 요산 농도가 6mg/dL 이상이지만 증상은 없는 ‘무증상 고요산혈증’ 상태. 이때는 약은 복용하지 않아도 되지만 체중 감량을 해야 하고, 흔히 혈중 요산을 높인다고 알려진 내장탕, 곱창, 등푸른생선, 치킨, 알코올 등의 섭취를 자제해야 한다.

두 번째 단계는 급성 통풍 단계다. 이때는 가능한 빨리 항염증제를 써서 치료해야 한다. 통증을 누그러뜨려야 한다. 주로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나 스테로이드 약물, 콜키친이라는 약물을 사용한다. 발작 발생 후 빨리 투여할수록 회복도 빨라진다.

세 번째 단계는 통풍 발작을 예방하는 치료다. 통풍은 한 번 발작한 뒤 재발하기 때문에 요산저하제를 지속적으로 투여해 통풍 발작을 막아야 한다. 약물을 중단하면 거의 재발한다. 급성 통풍이 한 번이라도 온 사람은 식습관 개선만으로 병의 재발을 막지 못한다. 식습관 개선을 철저히 해봤자 요산 농도를 1mg/dL 낮추는 정도로 미미하다. 잦은 통풍 발작은 통증뿐만 아니라 합병증 위험도 높인다. 적극적인 약물 치료가 필요한 이유다.


통풍 환자의 생활수칙은
통풍 하면 맥주가 딱 떠오른다. 그런데 술 종류와 무관하게 통풍 발생 위험도를 높인다. 통풍 위험을 높이는 비율은 알코올 도수에 비례한다고 보면 된다. 알코올이 요산의 배설을 감소시키기 때문이다. 단지 맥주는 알코올 외에도 효모, 보리 같은 퓨린 함량이 높은 성분으로 맛을 내기 때문에 다른 술보다 위험도가 더 높다.

통풍을 예방·관리하기 위해서 술은 무조건 자제해야 한다. 또 적정 체중을 유지하고, 식이 조절, 규칙적인 운동, 충분한 수분 섭취가 중요하다. 간, 콩팥, 염통 같은 내장 고기를 피하고 살코기 위주로 적당량을 섭취하는 게 좋다. 정어리, 등푸른생선, 조개, 가리비 같은 퓨린 함량이 많은 어패류는 피하는 게 좋다.

통풍에 좋은 음식을 찾아 먹는 환자들도 많은데, 대부분 확실히 증명된 게 없기 때문에 모든 음식은 과하게 먹지 않는 게 좋다. 특히 유제품이 좋다고 알려져 먹는 사람 많은데, 시중에 파는 유제품에는 액상과당이 많이 함유돼 있어 주의해야 한다. 액상과당은 요산을 높이는 주범 중 하나다. 액상과당은 대사되면 바로 요산이 된다. 탄산음료, 주스를 포함해 액상과당이 든 가공식품 섭취를 꼭 줄여야 한다.
급증하는 통풍...음주 잦은 중년 취약하다
이금숙 헬스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