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CK POINT 1
가업상속공제
[big story]가업상속공제 '찬반 논쟁'...특단의 묘책은
이번 상속세제 개편안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는 단연 ‘가업상속공제’일 것이다. 그간 ‘부의 대물림’ 대 ‘기업 옥죄기’로 팽팽히 대립했던 이 난제는 어떤 방향으로 합의를 봐야 할까.

CASE 1 A씨는 돌아가신 아버지가 운영하던 중견 제조업을 물려받으면서 가업상속공제 제도 덕분에 세금을 아낄 수 있었다. 대표가 된 A씨는 부침을 겪었지만 어릴 때부터 보고 배운 아버지를 떠올리며 사업에 매진했다. 그러나 급작스러운 코로나19의 유행으로 모든 상황이 바뀌고 말았다. 매출이 급격히 감소하고 인건비가 상승하자, 어쩔 수 없이 가족 같은 회사 식구들을 떠나 보낼 수밖에 없었다. A씨는 상황이 더 나빠지면 다른 업종으로 변경하는 방안도 고민 중이다. A씨는 가업상속공제 제도의 혜택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까.

CASE 2 30년 넘게 중소기업을 운영해 온 B씨는 최근 칠순을 맞아 고민이 생겼다. 회사는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막상 자식에게 회사를 물려주는 방법이 마땅하지 않기 때문이다. 생전에 증여를 하자니 50% 이상을 세금으로 빼앗기는 기분이고, 가업상속공제를 받자니 요건이 까다로워 망설여진다. 더욱이 세금을 납부할 현금을 마련하려면 보유 주식을 팔아야 할 형편이니, 사업을 하는 동안만이라도 세금 납부를 최대한 미루고 싶은 마음이다. B씨 가족은 어떤 선택이 가능할까.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을 이끌어 왔던 창업 1세대들의 시대가 저물면서 가업승계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가업승계란 말 그대로 다음 세대에게 기업을 넘겨주는 것을 말한다. 기업의 성장 사이클은 통상 창업 후 성숙기를 거쳐 다음 세대로 변화하는 시기를 맞이하는 구조다. 창업 및 성장도 중요하지만, 다음 세대로 기업을 제때 승계하지 못할 경우, 기업의 생존 자체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가업승계에 대한 법제나 제도적 지원은 우리나라의 경제 수준이나 자본주의 성숙도에 비해 상당히 뒤처져 있다. ‘부의 대물림’이라는 부정적 인식 때문에 쉽사리 세제 혜택을 부여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많은 기업들이 세금 부담을 이유로 가업승계를 포기하고 있다. 2021년 중소기업 가업승계 실태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 경영자의 98%가 가업승계의 어려움으로 조세 부담을 지적했다.

가업승계의 포기는 다시 기업 내부에 축적된 기술, 노하우의 일실(逸失) 및 일자리의 감소로 이어져 국가 산업 경쟁력 유지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직된 가업상속공제 제도가 투자 및 일자리 창출을 저해한다는 지적이 계속되자, 정부는 최근 가업상속공제 제도를 대폭 확대하는 세제개편안을 발표했다. 가장 큰 변화는 가업상속공제 적용 대상 범위를 확대하고 공제 한도를 높인 부분이다.

현행 세법에서는 최대 500억 원을 한도로 중소기업과 매출액 4000억 원 미만의 중견기업에 대해서만 가업상속공제를 적용하고 있다. 반면, 개편안에서는 공제액을 최대 1000억 원으로 늘리고, 매출액 1조 원 미만의 중견기업까지 세제 혜택을 받도록 했다.

사후관리 의무에도 변화가 있다. 상속한 가업의 사후관리 기간은 기존 7년에서 5년으로 낮추고, 업종 변경 허용 범위를 기존 표준산업분류 ‘중분류’ 내에서 ‘대분류’ 내로 확대했다. 고용 유지 의무도 매년 유지 의무는 폐지하고, 5년 통산으로 정규직 근로자 수 또는 총급여액의 90% 이상(현재는 100%)만 유지하면 된다. 처분이 허용되는 자산 규모도 20%에서 40%로 상향해 자산 유지 의무를 완화했다.

이와 같은 내용을 바탕으로 CASE 1을 살펴보면, 현행 세법상 A씨는 가업 상속 후 7년간 고용을 100%(또는 임금총액100%) 유지해야만 비로소 사후 추징을 피할 수 있다. 극단적으로 가업승계 후 7년간 직원을 1명이라도 줄이면 세금 혜택을 반환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 개편안에 따르면 A씨는 5년 통산으로 정규직 근로자 수 또는 총급여액의 90% 이상만 유지하면, 사후관리 요건을 충족하게 된다.

특히 업종 유지 범위가 넓어져 A씨는 대분류인 제조업 범위 내에서라면 5년간 다른 업종(식료품 제조업, 음료 제조업 등)으로 변경하더라도 가업상속공제 제도의 혜택을 계속 유지할 수 있다. 가업 승계 시 상속세 납부유예 제도가 도입된 것도 주목할 만하다. 이 제도는 상속인이 승계받은 가업을 영위하는 기간 동안 상속세 납부 부담 없이 가업을 경영할 수 있도록 상속인이 양도·상속·증여하는 시점까지 상속세 납부기한을 유예하는 것이다. 실효성을 보장하기 위해 상속인이 그의 상속인에게 재차 가업승계(상속·증여)하는 경우에도 계속 납부유예가 적용된다.

납부유예 방식은 중소기업에 한정되는 것으로서 완화된 사후관리 요건을 적용하고 별도의 한도금액 없이 운영된다. 상속인은 기업의 경영 여건에 따라 가업상속공제와 납부유예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게 됐다.

CASE 2에서 B씨의 상속인은 중소기업을 승계받았고, 사업을 영위하는 동안 세금을 최대한 미루길 바라고 있다. 개편안에 따르면, B씨의 상속인은 별도의 한도 금액이 없는 상속세 납부유예 제도를 선택할 수 있다. 당장 상속세를 납부할 현금이 없어도 안정적으로 사업을 유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한 세대에 국한된 것도 아니다. B씨가 아들에게 가업을 물려주고, 이어서 아들에게서 손자도 그 가업이 이어진다면 계속해서 상속세 납부를 유예할 수 있다.
[big story]가업상속공제 '찬반 논쟁'...특단의 묘책은
개편안에 대한 찬반 논란

현재 국회에서 검토 중인 정부의 이번 가업승계 개편안에 대해서는 찬반 의견이 나뉘고 있다. 가업상속공제 제도 개편을 비판하는 목소리는 한마디로 지나친 혜택이라는 입장이다. 종전에도 공제 대상 범위가 넓고 공제 한도가 높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이를 더 확대하는 것은 과세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극소수 자산가의 상속세를 경감해 ‘자산과 계급의 무상이전’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준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가업상속공제 제도의 위헌 여부와 관련해 ‘조세평등원칙’에 반하는 측면이 있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가업 상속 시 혜택을 주는 것은 고용 유지와 노하우 승계를 위한 것인데, 실제 혜택이 사회 전체적인 고용과 생산성 증가에 기여하는지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견해는 독일 사례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가업 상속 시 세금을 감면받는 게 헌법에 어긋난다는 위헌법률심판제청에 대해 ‘사회적 이익의 실현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 제도가 정당성을 갖는다고 판단했다. 가업승계가 기업 존속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사회적 이익에 부합할 때만 합헌적이라는 취지다.

가업상속공제 대상의 범위 및 한도가 커진 만큼 사후관리 요건은 보다 엄격해야 하는데, 개편안은 양자를 모두 완화해 지나치게 과도한 혜택을 부여한다는 지적도 있다. 혜택을 줬으면 적어도 사후 심사는 똑바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기업들은 오히려 혜택이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오랜 기간 기업을 소유·운영한 사람들에게 가업승계의 길을 열어 투자와 기술 개발에 적극 나서도록 하기 위해서는 공제 대상 범위 및 한도가 개편안보다 더 넓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가업 상속 후 업종 변경을 제한하는 규정 때문에 급변하는 기업 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많다. 가업상속공제 제도를 두고 있는 독일과 일본의 경우 업종 제한이 없으며, 특히 일본은 사업 전환을 활성화하기 위해 보조금까지 지원하고 있다. 사후관리와 관련해서도 독일 및 일본 또한 5년간의 사후관리 기간을 두고 있으므로 국제 흐름에 맞춘 이번 개편안이 과도하다고 보기 어려운 면도 있다.

가업상속공제 제도의 혜택이 지나치다는 견해는 과거에도 있었다. 최대 500억 원의 상속공제가 가능한 만큼 상속세 부담을 상당 부분 덜어주는 특례 규정의 성격을 가지는 것도 사실이다. 정부도 가업상속공제 제도의 활용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국세청은 아예 기업이 가업상속공제 제도를 활용할 수 있도록 ‘가업승계 세무 컨설팅’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막대한 제도적 지원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는 가업상속공제가 거의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사후관리 요건이 지나치게 엄격하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가업 상속 후 7년간 고용을 100% 유지하라는 고용 유지 요건이 기업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규제다.

국세청은 지난 5년간(2016~2020년) 사후관리 요건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가업상속공제 등을 받은 기업에 428억 원을 추징했는데, 그중 절반이 ‘고용 유지 요건 위반’이라고 한다. 가업상속공제의 실무상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적어도 사후관리 요건은 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가업상속공제 제도에 대한 완화 또는 확대 개정안이 해마다 국회에 제출돼 왔다. 하지만 ‘부의 대물림’ 등 세간의 부정적인 인식 때문에 통과되지 않거나 수정됐다. 이러한 인식은 타당할까.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일본에 이어 상속세율이 가장 높다. 심지어 가업승계 시 최대주주 할증평가를 적용하면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상속세는 이미 한번 소득세 과세 대상이었던 소득이 누적돼 과세 대상이 되기 때문에 상속세가 높으면 소득세가 낮거나 그 반대여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상속세 및 소득세가 모두 높아 가업승계의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두 세대 상속을 거치면 기업이 남아나지 않는다. 단순히 부의 대물림이라고 외면하기에는 세제 지원의 필요성이 절실하다. 기업의 영속성을 유지하고 경제 활력을 도모할 수 있도록 지나친 규제는 가급적 완화돼야 할 것이다.


글 이승준 법무법인 가온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