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레고랜드가 불러일으킨 채권 시장 위기로 금융 및 부동산 시장 경색이 가속화하고 있는 가운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주택, 오피스, 물류센터 등 부동산이라는 상품을 신규 건설하는데 필요한 자금을 금융기관으로부터 조달하는 방법)대출 시장마저 꽁꽁 얼어붙을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스페셜]박선구 대한건설정책연구위원 "자금 시장 꽁꽁...내년까지 이어지면 위기 시작"
박선구 대한건설정책연구위원은 “금융위기 이후 저축은행 사태 등에 따라 위축됐던 부동산 PF대출 시장은 부동산 시장 호황과 함께 급팽창했지만 최근 부동산 경기 하락과 금리 인상에 레고랜드발 금융경색까지 겹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며 “특히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 부동산 PF대출 잔액은 이미 112조 원이 넘어서 현재 상황에서 일부 사업장의 PF 부실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중소건설사의 지방 사업장은 이미 부실화된 곳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충남의 모 건설사는 어음을 결제하지 못해 1차 파산을 낸 상황으로, 문제는 확산 여부인데 사태가 심각해지면 경제 전반의 위기로 전이된다”고 덧붙였다.

이어 “‘돈맥경화’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유동성 공급이 필요하며, 중소기업까지 수혜가 돌아갈 수 있도록 세심한 정책이 요구된다”며 “사업별로 재건축, 재개발 등 정비사업보다 상대적으로 자체 개발사업의 부실이 우려되고 특히 부동산 시장 호황으로 우후죽순 생겨난 지역주택조합의 경우 부실화되거나 사업이 장기 표류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레고랜드발 사태로 자금 시장이 대혼란에 빠졌다. 현재 상황을 평가한다면.
“레고랜드발 사태가 PF 시장뿐만 아니라 금융 시장 전반에 충격을 준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민간기업도 아닌 지방정부가 약속한 확약 의무가 불이행된다는 것에 ‘이제 누굴 믿을 수 있겠냐’라는 의구심이 시장에 번졌기 때문이다.

다만, 현재 PF 시장의 위축과 부실 우려는 유례없이 빠른 속도의 금리 인상과 그에 따른 부동산 경기 침체가 주요인이다. 가뜩이나 위축되고 우려가 큰 시장 내에 레고랜드 사태가 결정적인 도화선 역할을 했다. 즉, 언제 터져도 터질 일이 레고랜드 사태로 미리 발생했고 단기적으로 크게 확산된 것으로 보고 있다.”

부동산 시장에서 PF대출의 의미와 중요성은 무엇인가.
“PF란 주택, 오피스, 물류센터 등 부동산이라는 상품을 신규 건설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금융기관으로부터 조달하는 방법으로 IMF 외환위기 이후 본격화됐다. 외환위기 이전에는 건설사가 직접 대출을 일으켜 토지를 매입하고 자체적으로 분양하는 방식으로 사업이 진행됐지만 외환위기를 겪으며 수많은 건설 업체가 부실에 빠지고 말았다. 이후 시행과 시공이 분리됐고 개발사업자인 시행사들은 토지 매입대금 등 개발비용을 조달하기 위한 방법으로 PF를 활용하기 시작하면서 활성화됐다.

PF가 일반적인 담보대출과 다른 점은 해당 대출의 담보 자산이 현존하는 자산이 아닌, 미래 지어질 자산 또는 미래 달성될 현금 수입을 담보로 한다는 것이다. 금융기관 입장에서 원리금 상환의 안정성을 보장하는 담보물이 현재에는 존재하지 않는 미래 완성될 자산 또는 미래 발생될 현금이므로 일반적인 담보대출에 비해 높은 금리를 요구한다. 금리 인하를 위해서는 미래 완성될 자산에 대해 신용도가 높은 건설사의 책임 준공 확약 또는 모회사의 지급 보증을 요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시행사의 자기자본 규모나 신용도가 높지 않은 경우가 많아 부동산 개발 사업에서 PF대출에 대한 의존도가 상당히 높다. 즉, PF는 부동산 개발 사업에서 가장 광범위하게 활용되는 자금조달 방법이다.”

이번 사태로 인해 경제·산업계 중 가장 타격이 심한 분야는.
“금융 시장 내에 자금경색 현상이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자금을 조달하려는 모든 기업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부동산 PF발 사태라는 점에서 PF대출 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금융기관, 시행사, 건설사가 타격이 가장 클 수밖에 없다.

위기가 찾아오면 다들 어렵겠지만, 가장 약한 고리부터 먼저 타격을 받는다. 금융기관 내에서는 자금 규모가 적은 저축은행, 캐피털사, 소형 증권사 순으로 위험이 전이될 가능성이 높고, 건설사 역시 대형 건설사보다 중소·중견건설사가 심각한 내상을 입게 된다.”

건설 시장이 금융위기 때보다 상황이 어렵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실제로 어떠한가.
“개인적으로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고 생각한다. 현재 건설 시장은 상당히 위축돼 있다. 건설투자금액은 2017년 이후 지금까지 제대로 된 반등 없이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그 사이에 업체 수는 20%가량 증가했기 때문에 시장 내 경쟁이 치열해졌다. 특히 2021년부터 이어진 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해 공사비가 크게 올랐다.

2021년 한 해 동안 건설자재 가격은 27%가 올랐고, 올해도 추가적으로 8%가량 상승했다. 공사비 상승은 수익성 저하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2022년 기업 데이터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적자 기업이 상당히 많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여기에 급격한 금리 상승과 부동산 PF 문제까지 터졌으니, 많은 기업들은 지금 상황이 외환위기나 금융위기보다 어렵다고 느낄 수 있다.

그러나 현재 건설 시장이 금융위기 시기보다 심각하다는 말에 동의하지 못하는 측면도 있다. 금융위기 시기에도 부동산 PF가 문제였는데, 미분양주택이 시발점이 됐다. 미분양으로 인해 시행사가 무너지고, 시행사에 PF 보증을 제공한 건설사들이 동반 부실화됐다.

결과적으로 시공능력평가 100위권 내 건설사 중 절반 정도가 부실화됐고 건설 경기는 6년 이상 장기 침체를 겪었다. 다행스러운 것은 최근 건설사 PF 보증이 과거에 비해서 줄었다는 점이다. 또한 금융위기 이후 미분양주택은 16만 호에 달했지만 지금은 증가 추세에 있으며 아직은 5만 호 이하다.”

건설사들의 줄도산 우려가 있다는데, 현 상황은 어떤가.
“금융은 인체로 보면 혈관과 같은 역할을 한다. 혈관이 막히면 몸에 문제가 생기는 건 자명하다. 현재 대다수의 건설사들이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에서 분명 심각한 상황이다. 대형 건설사조차 자금조달이 원활치 못해 계열사 등을 통해 급한 불을 끄고 있다. 일부 중소·중견 건설사는 법정 최고금리로 자금을 조달하거나, 이마저도 어려운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건설은 네트워크 산업으로 중층 하도급 방식을 통해 목적물을 완성한다. 주문생산이다 보니 고정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어떤 산업보다 분업이 촘촘하다. 종합건설사 하나가 도산하면 수십 개의 전문건설업이 동시에 위기로 빠져든다.

우려는 상당한 수준이나, 아직은 견디는 수준으로 판단된다. 문제는 현재와 같은 자금 시장의 경색이 내년 상반기까지 지속된다면 견디던 건설사 가운데 하나둘씩 쓰러질 가능성이 상당하다. 규모별로는 중소·중견 건설사부터, 지역별로는 지방 건설사부터 위기가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
[스페셜]박선구 대한건설정책연구위원 "자금 시장 꽁꽁...내년까지 이어지면 위기 시작"
부동산 시장이 부진한 상황에 재건축 사업에도 빨간불이 켜졌다는데 어떻게 보는가.
“부동산 경기가 하락하면서 개발 사업은 물론 그간 비교적 안전하다고 여겼던 재건축 등 정비 사업까지 위험이 감지되고 있다. 최근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었던 둔촌주공 사태가 이러한 우려를 키우기도 했다.

그러나 수요가 비교적 탄탄한 서울과 수도권의 경우 어려움을 겪더라도 사업은 진행될 것으로 판단한다. 다만, 부동산 경기가 부진한 상황에서 분양가가 주변 시세에 비해 과도하게 높다면 입지와 상관없이 안전한 곳은 없다고 본다.”

내년 시장은 어떻게 전망하는가.
“경제 전망 기관들의 내년도 건설 투자 전망치를 보면 대다수가 플러스 성장세를 예상하고 있다. 올해 건설 투자가 –3% 정도로 예상됨을 감안하면 내년에는 개선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개인적으로 이는 베스트 시나리오가 작동할 경우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건설 경기 선행지표라 할 수 있는 건설수주와 인허가 면적이 증가했고, 정부의 주택 공급 의지 역시 상당하다는 측면에서 내년도 건설 경기의 회복세를 예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공사비와 자금조달 비용 상승으로 많은 사업들이 취소되거나 보류될 가능성이 상당하다는 점이다. 이렇게 될 경우 내년도 건설 경기는 올해와 마찬가지로 하향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내년 부동산 시장은 어떻게 전망하는가.
“부동산 시장에 대한 언급은 늘 조심스럽다. 가격 측면에서는 하향세가 불가피하다. 누적된 정부 규제의 영향도 있으나, 결국 예상보다 높은 금리가 결정적이다. 여기에 위축된 심리도 크게 영향을 미친다. 주택 가격이 오를 거라는 믿음이 옅어졌으며, 이는 단기간에 개선되기 쉽지 않아 보인다. 보수적으로 보더라도 최소 2년간 주택 시장 하향세가 예상된다.

그럼에도 최근 일각에서 우려하는 부동산 가격 대폭락 사태는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정부의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위한 대책이 주기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크며, 주택 가격 상승에 대한 학습효과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2024년쯤에는 금리 역시 내려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근 몇 년에 걸친 부동산 가격의 상승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현상은 아니었다. 전 세계적으로 주택 가격이 크게 올랐다. 최근 들어 미국, 호주 등의 주택 가격 역시 하락 폭을 확대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들의 주택 가격 변동도 체크할 필요가 있다.”


현 정부의 역할은 무엇이라 보는가.
“미국발 금리 인상, 글로벌 원자재 수급 악화 등으로 인해 건설 및 부동산 시장은 어느 때보다 미래 변동성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와 비교하면 국내 경제의 기초체력은 나쁘지 않은 상황으로 평가되고 있으나 레고랜드 사태와 같이 단기 변동성으로 인한 위기에는 순발력 있는 대응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상황이라고 판단된다.

레고랜드 사태 이후 정부는 ‘50조 원’ 대책을 통해 단기적으로 시장 안정화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한다. 제2의 레고랜드 사태에 대비해 금융당국의 수시 모니터링 기능을 강화하고 풍부한 단기 유동성 지원 방안이 추가로 마련된다면, 기업의 흑자 부도 사태는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글 정유진 기자 사진 이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