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박선영 동국대 교수"부동산 연착륙 유도 못하면 일본 전철 밟을 것"
부동산 시장이 역대급 거래절벽과 수요가 실종된 상황이다. 부동산 조사기관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에 주택 수는 약 300만 채, 아파트는 180만 채가 있지만 지난 9월 아파트 거래는 불과 856건이었다. 이는 서울 행정동 1개당 아파트 2채만 거래된 셈이다. 결과적으로 거래가 사실상 멈췄다는 것이다. 이는 2006년 국토교통부 아파트 데이터가 공개된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그렇다면 단기자금 시장과 회사채 시장의 상황을 보자. 지난 9월까지만 해도 회사채 시장에서 넉넉한 투자 수요를 확보할 수 있었던 AA급 우량 기업들까지 단기자금 시장으로 몰린다는 소식이 들린다.

단기 신용등급은 최상위 수준인 NH투자증권은 11월 15일 2000억 원 규모의 6개월물 기업어음(CP) 발행을 통해 자금 충당했고, 롯데케미칼 또한 CP 시장을 찾아 2주 동안 1500억 원을 조달했다. 우량 기업들의 CP 발행은 가능하지만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들은 투자자를 찾기 어려워 발행에 실패한다는 소식도 들린다.

코로나19에서 벗어난 밝은 2022년을 희망했지만…
도대체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가장 큰 요인은 40년 만에 빠른 속도로 인상되고 있는 미국 금리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글로벌 인플레이션 때문이다. 7개월 동안 3%가 올랐다.

잠시 1년 전을 상기시켜보자. 카카오페이 공모주 청약 경쟁률이 30대1이었고, 아파트 청약 경쟁률은 몇 십대일 이상이 되는 경우가 일상사였다. 백신의 보급으로 경제 활동이 정상화되고 자산 가격은 오르고 모두가 희망에 부풀어 있었다. 2021년 경제성장률은 기저효과가 존재하기는 하지만 글로벌이 6.0%, 미국은 5.7%, 유럽은 5.2%, 한국은 4.1%으로 견조했다.

우리는 1년 전만 해도 코로나19로 부터 완전히 자유로워진 더 밝은 2022년을 꿈꾸었다. 그러나 국제통화기금(IMF)의 예측에 따른 2022년 경제성장률은 글로벌이 3.2%, 미국은 1.6%, 유럽은 3.1%, 한국은 2.6%다. 내년은 더 암울하다. 2023년 경제성장률 예측치는 글로벌이 2.7%, 미국이 1.0%, 유럽은 0.5%, 한국은 2.0%로 둔화된다.


미국 금리 인상에 부동산 PF가 영향을 받는 이유
왜 미국 금리가 상승하는데 한국의 부동산 PF 시장이 타격을 받는 것일까. 금리 인상으로 부동산 시장은 급격히 냉각됐고 부동산 가격의 하락으로 미분양 소식이 들려오기 시작한다. 또한 글로벌 인플레이션으로 원자재비, 인건비가 급등하면서 사업비가 증가한다. 수익과 비용 측면이 모두 악화되는 것이다.

따라서 애초에 사업성이 좋지 않았던 지방, 상업용 부동산 프로젝트들부터 자금을 융통하기 어렵다는 소문이 들리고, 모두 살얼음판을 걸으며 눈치를 보던 와중에 지방정부가 보증한 레고랜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이 부도가 났단 소식에 모든 투자자들이 자금을 회수하기 시작한 것이다.

기존 투자자들이 자금을 회수하면 여기에 보증을 섰던 증권사들이 그 부담을 떠안게 된다. 따라서 부동산 PF 보증을 많이 섰던 증권사들도 유동성이 급격히 부족해지게 된 것이다. 이러한 단기자금 시장의 경색은 10월 23일 50조 플러스알파라는 금융 시장 안정에 대한 대응 방안이 나올 때까지 악화일로를 걸은 것으로 보인다.

이어서 10월 28일 금융시장현황점검회의에서는 채권시장안정화펀드 추가 캐피털콜 추진과 증권사 유동성 지원 프로그램이 발표됐다. 11월 4일 금융시장현황점검회의에서는 5대 금융지주가 95조 원 유동성 공급을 발표, 11월 11일에는 CP·ABCP 시장 추가 지원 방안이 발표됐다.

그동안 이어진 정부 대책을 보면 중대성을 인지하고 빠르게 대규모의 개입을 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물론 지원체계를 만들어서 발표하는 것과 실제로 집행되는 데까지는 시차가 존재하기 때문에 유동성에 목마른 금융 회사나 기업들에 당장 단비가 내리기는 어렵겠지만, 비가 내리리라는 믿음이 생긴 것이 시장을 안정시키고 있다.
[스페셜]박선영 동국대 교수"부동산 연착륙 유도 못하면 일본 전철 밟을 것"
글로벌 금융위기와의 지금은 데칼코마니?
그렇다면 이제 다 해결된 것일까. 대답은 불행히도 아니다. 오히려 정말 어려운 상황은 이제부터 시작일 수 있다. 만약 미국이 금리인상을 멈추고, 통화정책이 완화적으로 빠르게 돌아온다든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갑자기 전쟁을 중단하는 일이 생긴다면 더 이상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2022년 글로벌 금융 시장과 경제를 예상치 못한 어려움에 빠트렸던 두 사건은 우리 통제 밖의 일들이다.

따라서 현재 상황이 지속되거나 악화될 수도 있다는 가정해 대비를 하는 것이 맞다. 이러한 외부 환경이 지속되고 부동산 가격이 빠른 속도로 떨어진다면 내년도 일부 부동산사업장의 부실이 현실화되고 연관된 건설사와 증권사의 구조조정이 있을 수밖에 없다.

혹시 이러한 상황을 어디서 들어본 듯하지 않은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내 부동산 경기가 침체돼 2011년 동양건설, LIG건설 등 총 25개의 건설사와 30개의 저축은행이 구조조정 됐던 적이 있다. 당시 한국 경제에는 2가지 행운이 있었다. 하나는 중국이 연평균 7% 성장하고 글로벌 교역이 확대되면서 한국은 수출이라는 순풍을 타고 성장할 수 있었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미국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여전히 제로금리를 유지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지금은 어떠한가. 중국은 자국 내 부동산 버블 문제와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올해 3.2%라는 초유의 낮은 경제성장률을 나타낼 것으로 예측된다. 뿐만 아니라 시진핑의 중국 국가주석 3연임과 더불어 내수 중심의 경제로 재편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한국의 수출은 이미 타격을 받고 있다.

또한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입 제한 조치 등 지정학적인 갈등이 고조화되고 향후 글로벌 경제는 블록화될 것이라는 예상이 대세다. 설상가상으로 우리 모두가 잘 알다시피 현재도 미국 금리는 한국 금리보다 1% 높기 때문에, 국내 통화정책 여력은 부족한 상태다. 다시 말해 국내 경기가 악화돼도 금리를 낮춰 도와줄 수가 없는 상황이다.


현재는 복합위기, 앞으로의 전망은
2011년의 구조조정은 건강한 상태에서 외과수술을 받은 것이라면, 2023년의 구조조정은 허약한 상태에서 더 복잡한 외과수술을 받는 상황이 된 것이다. 결국 부동산 시장의 침체로 인한 연쇄적인 구조조정의 여파가 모두에게 더 아프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현 단계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부동산 시장의 연착륙을 유도함으로써 경제주체들이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다.

올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벤 버냉키는 21세기 통화정책이라는 책에서 주택 시장의 거품이 꺼지고 오는 경기 침체는 더 깊고 오래 유지된다고 말하고 있다. 주택은 가계에도 가장 큰 자산일 뿐만 아니라 주택담보대출은 은행의 가장 큰 자산이기 때문이다.

, 주택 가치의 손상은 경제의 가장 중요한 두 주체의 자산을 손상시켜, 소비를 감소시키고, 대출을 감소시키고, 이는 다시 추가적으로 부동산 가격을 하락시켜 총체적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더군다나 한국의 가계부채 비중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100%가 넘고,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중이 206%로 금리 인상으로 인한 가계 부담이 급증하고 있다. 그야말로 ‘복합위기’다.

따라서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 부동산 시장의 연착륙을 유도하지 못하면 고령화까지 겹쳐 한국은 일본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할 것이다.
박선영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