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고(高) 현상’이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경제 펀더멘털을 흔들고 있다. 잇따라 내리막 경제 성장 경고가 쏟아지는 지금, 경색된 금융 투자는 어느 방향으로 돛을 달아야 할까.
[big story]'3高'에 성장 둔화...투자 전략 수정해야
그간 우리의 투자 환경을 지탱해 왔던 금융 환경이 최근 들어 전혀 다른 환경으로 접어들면서 기업뿐 아니라 개인들의 투자 전략도 대폭 수정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흔히 고물가·고금리·고환율 ‘3고 현상’이 바로 그것이다. 그간 우리 경제의 주요 환경이 ‘저물가·저금리·저환율’로 대변되는 뉴노멀 시대가 막을 내리고 ‘고물가·고금리·고환율’ 시대로 진입 중이라는 진단마저 나오고 있다.

먼저 고물가가 글로벌 경기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2023년 올해 들어 공급 충격 일부가 완화되고 있으며,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통과한 징후가 나타남에도 불구하고, 가격 인상이 단행되는 품목들이 더욱 넓어지고 있으며, 물가 상승을 유발하는 새로운 원인들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중국 경제가 재개방됨에 따라 글로벌 경제성장률에 대한 개선 기대감도 큰 게 사실이지만, 이와 함께 물가 상승 부작용에 대한 우려 또한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인들의 보복수요가 급증하는 동시에 소득 및 자산 가격 회복 등이 가세해 중국 내 물가가 시차를 두고 점차 상승하고 있다. 이미 지난 2022년 4분기 중국 당국의 억제 목표치 3%를 상회한 수준의 물가 상승률을 보인 바 있다.

에너지 수요에 있어 글로벌 1위를 차지하는 중국 수요가 늘어나면서 주요 에너지 가격도 불안정해질 전망이다. 미국 경제 주간지 블룸버그의 전망에 따르면, 중국의 재개방으로 인해 주요 에너지 가격이 최대 20% 가까이 상승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원자재 투기 분위기마저 추가될 경우 이러한 상승세는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또한 중국 내 서비스업 고용 등이 재개방에 따라 급증하면서 임금 상승률이 성장률을 상회하는 현상이 심화돼 물가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중국 내 물가 상승 기조는 중국 제품의 수출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중국으로부터 많은 생필품, 산업 중간재 등을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추가적인 물가 상승 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진단된다. 이상에서 열거한 일련의 현상들로 인해 기대인플레이션 또한 여전히 높은 상황이며, 고물가 기조는 상당 기간 장기화할 전망이다.

앞서 언급한 고물가 기조와 함께 고금리 기조 역시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주요 국가 기준금리는 몇 달간 추가적인 인상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러한 정책금리 인상이 현재 가장 직접적인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곳은 단연코 부동산 및 건설 시장이다. 금리 인상으로 인해 2022년 8월 이후 전국의 주택 가격이 하락세로 전환되고 가격 하락 폭이 커지면서 부동산 시장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와 같이 장기 침체 국면으로 접어든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심화되고 있다.

부동산은 국민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큰 재화다. 한국은행의 국민대차대조표에 나타난 바와 같이 정부, 기업, 가계·비영리단체가 보유한 부동산가액은 2021년 기준 건설 자산이 6193조 원, 토지 자산이 1경680조 원이다. 가계 입장에서도 부동산은 가계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2021년 기준 우리나라의 가계 자산 중 금융 자산은 35.6%인 데 비해, 부동산 등 비금융 자산은 전체의 64.4%에 달한다. 정부 입장에서도 부동산을 기반으로 하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조세 수입이 연간 부과액 기준으로 국세 57.7조 원(2021년 기준), 지방세 44.7조 원(2021년 기준) 등으로 국가 운영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 부동산 가격의 변동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처럼 부동산 시장이 국내 내수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다. 이 때문에 정부가 부동산 시장의 급격한 침체로 인한 경제적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부동산 시장 연착륙 정책을 발표해 시행하고 있으나 시장 반응은 아직 미온적인 수준이다.

고금리가 내수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고금리 현상은 가계 부채에도 많은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가계 부채는 1870조6000억 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106%에 달하고 있다. 개인사업자 대출 및 임대보증금을 가계 부채에 포함시킬 경우 GDP의 170%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가계 부채는 금리 인상에 취약한 부채 구조다. 즉, 가계 대출이 변동금리에 기반해 이루어지고, 원리금 상환보다는 이자 상환 중심의 대출 구조라는 점이다. 이러한 대출 구조 역시 향후 우리 경제의 투자 환경을 어둡게 전망하도록 만드는 요인이다.

마지막으로 고환율 부분이다. 세계적인 물가 상승세와 이에 대응하기 위한 주요국의 긴축 움직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 달러 강세 배경이 대부분 단기간에 해소될 수 없는 요인이라 당분간 높은 환율이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현재 환율 수준은 지난해 1450원을 고점으로 한 뒤 1200원대에서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이러한 수준의 환율도 향후 계속해서 유지되기 어렵다는 의견도 많은 상황이다.

2024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이는 미·중 갈등 국면 속에서 현재 각국 화폐 가치가 재평가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의 중국산 물건의 국제적 공급망 배제 기조 속에서 홍콩을 거점으로 활동했던 다국적 기업들 중 적지 않은 수가 싱가포르로 이전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향후 홍콩 달러가 국제 교역에서 차지하던 역할 중 일부를 싱가포르 달러가 이어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분위기와 함께 싱가포르 환율 역시 여타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견실한 흐름을 이어 가고 있다.

베트남 ‘동’ 역시 마찬가지다. 중국 본토에 위치한 제조업체들이 대거 베트남으로 이전하기 시작하면서 베트남 경제의 수출 전망은 향후에도 긍정적일 것으로 평가된다. 2023년 현재에도 베트남은 미국의 8번째 교역국이며, 2030년 이후에는 5번째 교역국으로 그 규모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과정에서 베트남 화폐인 동의 가치 역시 여타 아세안 국가의 화폐 가치의 흐름과 달리 상대적으로 낙폭이 적은 상황이다.

하지만 국내 원화의 상황은 싱가포르와 베트남의 화폐 가치와는 다른 분위기다. 먼저 최근 이어지고 있는 수출 실적 악화와 무역수지 적자로 인해 원화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진 상태다. 뿐만 아니라 미·중 간 갈등은 중국 의존도가 아직까지 높은 우리 경제 상황에서 향후 대중국 수출 악화를 비롯해 중국의 저가 부품 내지 원자재에 의존한 제3세계 수출 기조 역시 변화가 예상된다. 이러한 수출 악화와 중국 경제와의 탈동조화 현상은 국제 외환 시장에서 우리 원화에 대한 관심을 더욱 줄어들게 만드는 요인으로 평가된다.
[big story]'3高'에 성장 둔화...투자 전략 수정해야
주식·코인보다 중장기 채권 투자 견고

3고 현상으로 인한 부동산, 주가 하락 기조 속에서 현재 전개되고 있는 투자 흐름은 크게 2가지 방식으로 전개되는 듯하다.

먼저 불안한 경제 상황에 많은 투자자는 과감한 투자가 아닌 안정적인 투자로 전환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표적으로 채권 등을 통해 고정적이고 안정된 투자 구조를 선호하는 움직임이다. 최근에는 주식 내지 코인과 같은 변동성 높은 투자보다 오히려 중장기 채권의 수요가 견고한 상황이다.

만기가 긴 채권은 금리에 대한 가격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이자수익뿐만 아니라 매매차익까지 기대할 수 있다. 국고채 장기물은 거래량이 많고 유동성이 풍부해 원하는 시기에 매도가 가능한 장점도 있어 개인투자자의 수요가 중장기 채권에 대한 선호로 이어지고 있다. 추가적으로 하반기 내지 내년 상반기 금리 인하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금리가 낮아지기 전에 고쿠폰 채권에 장기 투자를 하려는 수요도 확인된다.

고정적이고 안정적인 수익을 위한 흐름은 부동산과 주식 시장에서도 목격된다. 부동산 역시 실거주가 아닌 수익 창출의 목적인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주식 시장 역시 최근 행동주의 펀드 등에 힘입어 현금 유보율이 높은 기업들의 배당 성향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추어 주가 흐름이 안정적이지만 고배당을 기대해볼 만한 회사들에 대한 투자 성향이 높아지는 추세다.

고수익을 추구하려는 움직임도 여전하다. 우리 경제가 선진국형 고금리·고물가·고환율 기조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과거 우리나라와 유사한 환경에 진입하기 시작한 해외 개발도상국에 직접 투자하거나 고성장·고수익이 기대되는 미국 투자 종목에서 대안을 모색하는 움직임도 높아지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확대된 미국 주식 투자 열풍과 함께 해외 투자에 대한 일정 부분 학습이 이루어진 투자자들의 경우 미국 나스닥을 비롯해 향후 신성장 산업으로 주목되는 회사들에 대한 투자 성향이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베트남, 인도 등 이머징 시장에 대해 상장지수펀드(ETF) 등의 형태로 간접투자를 지향하는 투자자들도 많은 상황이다.

현재 우리 경제는 이전에는 좀처럼 접하지 못한 3고 현상에 직면해 있다. 이 과정에서 전통적으로 선호도가 높은 투자 방식인 부동산, 주식에 대한 흥미도가 낮아진 상태다. 뿐만 아니라 러·우 전쟁은 아직도 진행 중이며, 2024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미·중 간 갈등은 더욱 커질 것으로 기대되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앞서 언급한 2가지 부류의 투자 흐름 중 과연 어느 쪽에서 더 높은 성과를 가져갈지 지켜볼 일이다.

글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