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금리 상향 vs 인하, 금융 시장 안정화 해법은
지난 몇 년간 꽁꽁 묶여 있던 부동산 대출 규제 족쇄가 풀렸지만 금융 시장에서는 여전히 온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리스크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고, 경기 침체 가능성까지 대두되는 작금의 상황에서 규제 완화만으로 이전의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경기 둔화 흐름이 뚜렷한 만큼 금융 시스템 부실화로 가지 않기 위한 시장 안정화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경 머니는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박종훈 SC제일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전무)를 만나 금리상승기와 경기 둔화 흐름이 맞물린 현재 경제 상황을 타개할 대응 방안에 대해 의견을 물었다.


Q. 현재 국내 경제 상황에서 우려되는 부분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이하 성 교수) 부동산 시장이 가장 심각한 상황이라고 봐야 할 것 같다. 부동산에 연계되거나 투자된 자금들을 중심으로 신용도가 떨어지는 금융 회사들의 문제가 악화될 수 있다.

부동산 시장과 금융 시장의 연계는 그만큼 매우 높다. 앞서 부동산 문제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야기했던 것처럼 그러한 위험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실제 대부분의 국가들이 부동산 자산은 대출을 통해 구입하기 때문에 부동산 자산이 금리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

실제 지난해 하반기부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전반적으로 상당히 리스크가 컸지만 금융 당국과 대형 금융사들을 중심으로 지원 체계를 만들어서 상황을 넘겼다. 현재는 안정화됐지만 언제든지 위험이 증폭될 수 있다. 이는 앞으로 추가적인 금리 인상 압력이 강하게 생긴다면 언제든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고 본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하 신 연구위원) 최근 도급 순위 83위인 대우조선해양건설이 법원 회생절차에 들어가고, 대형 건설사인 대우건설도 사업 구조조정 차원에서 일부 사업장에서 철수하는 등 부동산 PF 관련 리스크가 확대되는 모습이다.

특히 미분양이 확대되면 PF 부실 가능성은 더욱 커질 수 있는데 은행이나 보험사보다 증권사, 저축은행, 캐피털사 등 제2금융권의 리스크가 훨씬 높다. 왜냐하면 자기자본 규모가 낮은 데다,

사업성이 떨어져 상대적으로 부실화 위험이 높은 비주택·상업용 소규모 사업장, 중후순위 브리지론 대출 비중이 크게 높기 때문이다. 사업장별로 공사 중단, 미분양 증대, 사업 철수 등의 사태가 증가한다면 이들 제2금융권 금융사들의 신용 리스크 증가가 우려된다.

박종훈 SC제일은행 이코노미스트(전무)(이하 박 전무)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리고 있는 상태에서 은행들이 유동성을 제공했을 때 버블이 만들어질 수 있고, 좀비기업이 늘어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은행들의 시장금리를 인위적으로 눌러서 대출을 제공하는 것에 대한 리스크가 있을 수 있다고 봐야 한다. 최근 금리가 내려왔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높은 상태이고 버블을 만들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 부동산 PF의 수익성이 안 좋아진 것은 정부 차원의 대처가 필요하다.
[Special] 금리 상향 vs 인하, 금융 시장 안정화 해법은
Q. 경기가 좋지 않아서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한 목소리도 있다.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성 교수 현재는 금리를 내릴 만한 상황이 전혀 아니다. 여전히 물가 압력이 존재하고 있고 물가가 충분히 제어되지 않은 상태에서 갑자기 경기부양책을 활용했을 때 물가를 더 이상 못 잡게 될 수 있다. 금리 인하라는 시그널 자체가 기대인플레이션을 높이고 결국 물가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신 연구위원 경기가 둔화되는 상황에서 은행 대출 금리 인하는 우선 고금리로 인해 원리금 상환 부담이 급증한 자영업자, 취약차주에게 우선 도움이 되고, 나아가 가계 전반과 기업들의 자금조달도 용이하게 할 것이다.

가계 소비와 기업 투자 증가에도 기여할 것이고, 주식 시장 등 자본시장 활성화에도 일부 기여할 것으로 본다. 다만 고물가 상황이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있어 금리 인하의 효과를 상당 수준 상쇄할 것으로 예상한다.

가계 및 기업 등 민간의 부채가 경계 수준 이상으로 높아진 상황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가계와 기업마다 무리한 투자를 자제하고 재무 건전성과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박 전무 최근 미국의 금리 인상이 곧 끝날 것이라고 예상해서 주식 시장이 한동안 살아났는데 오히려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금리 인상 여지가 있다는 시그널이 나온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경기 상황을 놓고 보면 금리 인상보다는 금리 인하가 맞다. 물가가 꺾이지 않은 지금 같은 상황은 오히려 금리를 내려야 하는 상황이다. SC제일은행에서 보는 시각은 우선 금리 인상으로 인해 갑자기 경기 침체로 갈 수 있는 그런 리스크가 있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올 하반기부터는 경기가 안 좋아지면서 미국 금리 인하 가능성을 예상한다. 금리가 올 상반기까지 정점을 찍고 올 하반기부터는 하향 조정되는 금리 사이클로 들어갈 수 있다. 그만큼 경기가 안 좋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Special] 금리 상향 vs 인하, 금융 시장 안정화 해법은
Q. 앞으로 금리 방향성은 어떻게 움직일 것으로 보고 있나.

성 교수 앞으로 추가 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본다. 다만 금리 인상 속도나 폭은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상승 압력은 꽤 크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상승 압력을 제어하는 작업이 실제로 매우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한미 간 금리 역전차가 발생했기 때문에 갭을 줄이는 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 또 물가도 오르기 때문에 물가 제어 차원에서도 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다. 다만 금리 인상 속도가 너무 빨라지게 되면 채권 시장에 충격이 클 수 있다는 점에서 완만한 상승이 필요하다. 또 금리가 올라가면 실물경제 둔화가 불가피하다.

신 연구위원 올해는 금리를 지금보다 더 내리지는 못하고 다시 정상화될 가능성이 높다. 정상화의 의미는 시장금리가 기준금리보다는 높아야 하는데 현재의 시장금리는 기준금리보다 낮아져 있는 상태다. 작금의 상황은 정상적이지 않은 흐름이다.

이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미국의 기준금리 초고속 인상과 레고랜드 사태 이후 시장금리 오버 슈팅(over-shooting)에 대한 반작용과 같다. 당분간 추가적인 시장금리 하락은 쉽지 않은데, 미국 경제의 연착륙과 완만한 금리 인상 기조에 따라 국내 기준금리와 시장금리가 동조화하는 과정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대출 금리도 현재 수준에서 추가적인 하락보다는 국내 기준금리와 시장금리 기조와 함께 소폭 높은 수준에서 안정을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경기 둔화나 부동산 시장 조정 심화, 원·달러 환율 변화 등의 변수들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결정과 대출 금리 변동성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박 전무 금리 인상에 대한 마이너스 영향이 올해 하반기부터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올해 하반기에는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미국 금리는 4.75%까지 올랐다가 올해 말쯤에는 4.65%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나라는 물가를 고려할 때 연내 금리가 하락하지는 않겠지만 내년 상반기에는 한은도 3.5%를 정점으로 2.5%까지 계속해서 내릴 것으로 보고 있다.


Q. 글로벌 시장이 국내 경기에 미칠 영향은 어떻게 보는가.

성 교수
코로나19 이후에도 중국 경제의 회복이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 우리나라가 빠르게 회복할 수 있었던 것은 중국 경제가 문제 없이 잘 돌아갔기 때문인데 지금의 상황은 그때와 정반대 상황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일본의 경우엔 그때나 지금이나 크게 개선되지 않았고 아베노믹스 여파로 상당히 경제가 약화돼 있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경기 는 일본보다는 중국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고 할 수 있다.

신 연구위원 글로벌 저탄소 공급망 대응으로 기업들의 비용이 많이 올라가 있는 상황에서 비용 상승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글로벌 공급망 훼손으로 비용이 상승하면 고금리에서 저금리 수준으로 내려가기 어려울 수 있다. 고금리 상태에서 부동산 시장이 잡히지 않으면 부실은 계속해서 발생할 수밖에 없다. 결국 경기 전반적으로 발목을 잡을 수 있다.

박 전무 글로벌 시장에서 환율 변동성에 주목해야 한다. 미국은 금리를 올리고 있는데 일본은 저금리 상태를 유지하고 있고 중국은 금리를 내리고 있다. 즉, 우리나라와 중국은 역방향이라고 봐야 한다. 올해는 지난해만큼 금리 인상을 하지 못할 것을 감안하면 엔화 약세, 위안화 약세보다는 금리 때문에 오히려 위안화 강세, 엔화 강세로 전환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Special] 금리 상향 vs 인하, 금융 시장 안정화 해법은
Q. 현재 상황에서 정부가 해야 하는 정책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성 교수
금리 인상을 통해 유동성이 확대되는 것을 막고 기존 대출자의 부담을완화하기 위한 정책을 펼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예금 금리와 대출 금리의 스프레드가 벌어지게 되면 대출을 받은 사람들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예대 스프레드를 줄이는 작업을 해야 한다. 또한 소득 대비 부담하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형태의 규제는 계속 유지하면서 대출 위험도 관리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물가를 안정화시키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 물가 압력은 이어지는데 공공요금을 제어하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소득이 낮은 취약계층에게 선별적 지원을 하는 방식도 필요하다. 물가를 잡으려면 에너지 사용을 줄이도록 하고, 정부가 나서서 왜곡된 시장을 정상화시키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 정부는 위기 관리 차원에서 인수·합병(M&A)과 같은 시장에서의 구조조정도 적절히 이뤄져야 한다.

신 연구위원 기준금리를 조정하는 통화정책의 효과는 물가와 경기 측면에서 분명하다. 더불어 가장 실효성이 클 것으로 보는 가계금융 정책으로는 DSR 제도와 특례보금자리론이 있다. 기업금융 측면에서는 부동산 PF 관련 전 금융권 대주단협의회 운영이 PF 부실 관련 선제적 차원의 위기 확산 방지와 질서 있는 구조조정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가계 부채 관리 차원에서 상환 능력 범위 내의 대출 관행 정착을 목표로 도입된 DSR 제도만 잘 정착이 되면 나머지 규제는 부수적이라는 생각을 한다. 다만 DSR 규제에서 제외되는 부채 항목을 확대하거나 비율 자체를 완화하는 것에 대해서는 강한 우려가 있다.

박 전무 금융당국의 이번 위기 대응이 신속하면서 목표가 정확했다. 과거 위기 경험에 기초해 유동성 지원이 필요한 곳과 시장 활성화를 위해 규제 완화가 필요한 곳에 안정화 조치가 이뤄지고 있다고 평가한다.

다만 경쟁력과 생존 가능성을 담보로 한 식별이 전제되지 않고 진행되는 지원와 규제 완화는 단기 위기 극복과 시장 회복에는 도움이 되지만 도태돼야 할 좀비기업과 금융사들을 시장에 존속시켜 시장의 합리적 자원 배분을 왜곡시키게 된다는 점은 주의해야 한다.

또한 리스크를 미래로 이연시켜 경제 내에 잠재 부실을 누적시킬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결국 단기 위기 극복에는 도움이 되지만 가계와 기업의 채무 및 사업 구조조정이 수반되지 않으면 누적된 잠재 부실이 차후 다시 우리 경제의 부담으로 작동할 수 있다.


Q. 앞으로 경제 전반에 대해 어떻게 전망하나.

성 교수 국내 산업의 주축이 되는 반도체를 포함한 기업들이 상당히 악화되고 있다. 일례로 무역수지가 상당히 안 좋다. 경상수지도 간신히 흑자이지만 무역수지 추세를 보면 경상수지도 사실상 어려워질 가능성이 커보인다. 수출 기업들이 어렵기 때문에 향후 상황을 낙관하기 힘들다. 환율 요인도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음을 반증한다. 원화 가치가 하락할수록 수출이 잘 되는데 수출 회복이 좋지 않은 상황이다.

신 연구위원 앞으로 경기가 나빠질 것으로 생각하면 단기 금리보다 장기 금리가 낮아지는데 현재 그렇게 작동하고 있다. 장기로 갈수록 불확실성이 커지기 때문에 금리가 높아야 하는데 지금 내려가고 있다는 것은 경기 침체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앞으로 미국이 금리를 또 올리면 환율에 영향을 주고 경기 침체로 나타날 수 있다.

박 전무 올해는 글로벌 경제 성장의 불확실성이 높아 한국 경제도 지난해 대비 1%포인트 낮은 1% 중반의 성장을 할 것으로 전망한다.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을 하회하는 수치로 한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판단한다.

실제 지난 분기가 마이너스 성장이었는데 이번 분기도 마이너스가 나오면 두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있는 셈이다. 중국 경제가 코로나19 위기에서 얼마나 빨리 강하게 회복하느냐가 한국 경제 반등의 주요 요인이 될 것으로 보고, 올 하반기 정부의 추경을 통한 재정 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미경 기자 esit917@hankyung.comㅣ사진 서범세·이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