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INTERVIEW]"최고는 항상 옳아 그라프처럼...한국서 톱 플레이어 될 것"

아르노 바스티앙 그라프 다이아몬드 아시아 CEO

1960년 영국 런던에서 탄생한 이후 독보적 입지를 유지하고 있는 세계적 하이엔드 주얼리 브랜드 그라프(GRAFF)의 한국 세 번째 살롱이 현대백화점 판교점에 문을 연다. 이에 한국을 찾은 아르노 바스티앙(Arnaud Bastien) 그라프 다이아몬드 아시아 CEO을 만나 그라프의 새로운 목표와 한국 주얼리 시장의 전망을 살폈다.

| 그라프를 처음 만나는 고객을 위해 브랜드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 달라.
“그라프는 1960년 ‘다이아몬드의 왕’이라 불리는 로렌스 그라프가 창립한 영국의 주얼리 브랜드다. 그의 아들 프랑소와가 현재 최고경영자로, 지금도 가족경영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주얼리 제작의 모든 과정에 관여하며 수직 통합 구조를 갖춘, 업계에서 독보적 위치를 자랑하는 럭셔리 다이아몬드 회사이기도 하다. 이 정도 규모에서 가족경영 체제는 꽤나 독특한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예나 지금이나 하이엔드 주얼리에 집중해 왔지만, 15년 전부터는 엔트리 레벨을 확장해 고객군을 성공적으로 넓혀 나가고 있기도 하다.”

| 유럽에서는 이미 인지도가 높은데 아시아에서는 어떤 마케팅을 펼칠 예정인지 궁금하다.
“사실 그라프가 극소수의 초부유층에게 잘 알려진 것에 비해, 대중에게는 그렇지 않다. 그래서 2가지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먼저 리테일 쪽 네트워크를 확대해 나가는 것. 그리고 아시아 지역의 마케팅과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하는 것. 이 모든 전략을 함께 진행해야 한다. 한국 시장에서는 이미 유통 네크워크를 늘렸고, 살롱을 확대하는 중이다. 앞으로도 6~7개 정도의 살롱을 단기간에 구축할 예정이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마케팅에 활용하려 한다.”

| 최근 글로벌 명품 브랜드는 홍보대사에 집중하는 추세다. 특히 한국의 유명 연예인들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다. 이런 현상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굉장히 흥미롭긴 하다. 럭셔리 브랜드의 홍보대사로서 활동하는 유명 K-팝 아이돌을 보면 참 대단하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한국에서의 그라프는 아직 초기 단계다. 현재로서 한국 연예인 홍보대사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 홍보대사 같은 역할을 어떻게 우리만의 방식대로 풀어 나갈지 고민하고 있지만 그 결과가 다른 브랜드와 비슷하지는 않을 것 같다.”

| 세 번째 그라프 살롱의 보금자리로 현대백화점 판교점을 선택한 사실이 흥미롭다.
“신라호텔,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 EAST에 이은 한국의 세 번째 살롱이다. 현대백화점 판교점은 퀄리티가 아주 뛰어나고 고객층 역시 우리와 잘 맞는다고 생각했는데 마침 좋은 기회가 왔다. 게다가 백화점 안에서 살롱의 위치가 아주 마음에 든다. 까르띠에, 티파니, 에르메스, 불가리, 반클리프 아펠 등이 함께 자리하는 백화점 1층의 달걀 노른자위 같은 곳이다. 한국에서는 최초로 프랑스 디자이너 그웨나엘 니콜라의 그라프 오리지널 콘셉트를 적용했다. 프라이빗 VIP 룸은 물론, 새롭게 선보이는 그라프 향수를 위한 갤러리도 마련했다. 기대해도 좋다.”

| 신라호텔에 첫 살롱을 오픈한 2013년과 지금을 비교해보자. 한국에서의 비즈니스가 얼마나 만족스러운가.
“그라프에게 한국은 3위 안에 드는 중요한 시장이다. 할 수 있는 모든 것에 시간과 노력을 들였다. 덕분에 하이엔드 주얼리 브랜드 중에서도 높은 위치에 성공적으로 자리 잡았다고 생각한다. 굉장히 중요한 작업이었고 당연히 쉽지 않았다. 이제는 좀 더 접근 가능한 영역에서도 발전해야 할 시기가 왔다. 앞서 말한 엔트리 레벨과 살롱의 확장이 그것이다. 지난 10년간 그라프뿐 아니라 한국 시장 자체도 굉장히 많은 변화를 거듭하며 발전해 왔다. 그 시장에서 최고라고 인정받았다는 사실 자체가 앞으로 그라프의 활동에 훌륭한 자양분이 되지 않을까.”

지난 5월 8일 현대백화점 판교점 1층에 오픈한 그라프 살롱

| 전 세계적 경기침체기에도 아시아, 특히 한국 시장에서의 발전을 긍정적으로 보는지.
“현재의 상황은 경기 침체까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물론 지금처럼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는 모두가 대비를 해야 한다. 다행히 아시아는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훨씬 더 긍정적인 위치에 있다. 그리고 그라프는 한창 성장하고 있는 브랜드다. 성장이란 환경적으로 어려움이 있다 해도 멈추지 않는 것이다. 시장에서 가장 높은 위치에 있을 때가 오히려 성장하기에 가장 좋은 기회다. 또한 브랜드 주얼리에 대한 한국 소비자의 욕구와 수용도 역시 우리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하리라 본다.”

| 중국, 일본의 시장과 비교했을 때 한국 하이엔드 주얼리 소비자의 특징은 무엇인가.
“규모를 따지자면 한국 하이엔드 주얼리 시장이 중국이나 일본에 비해서 조금 작다. 이 또한 그라프 하이엔드 주얼리에 있어서 하나의 도전으로 여겨진다. 일본의 하이엔드 주얼리 소비자는 크기보다 품질을 중요시한다. 중국은 그 반대다. 일단 눈에 띌 정도로 커야 한다. 한국은 중간이다. 경험상 스톤 자체에 굉장히 집중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커다란 주얼리를 착용할 만한 기회가 자주 찾아오지 않는 한국 사회의 특성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브랜드의 컬렉션 주얼리의 경우는 세 나라 모두 큰 차이점이 없었다. 본인이 좋아하는 브랜드라면 높은 충성도를 보였다.”

| 이제 막 성숙해진 보석 시장을 맞은 한국 소비자에게 보석 구매에 대한 조언을 해준다면.
“특히 하이엔드 주얼리의 경우, 여러 브랜드를 살펴보며 눈을 교육시키는 과정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내가 줄 수 있는 최고의 조언은 최고는 항상 옳다는 것이다. 그라프 같은.”

| 한국 시장을 겨냥하거나 특별히 추천하는 컬렉션이 있다면.
“지금까지는 예물 분야의 성과가 굉장히 좋았다. 예물 자체가 그라프의 전통과 잘 어울리는 영역이기 때문에 그 분야에서도 ‘톱 플레이어’를 목표로 삼고 있다. 그라프의 솔리테어 링 약혼반지나 웨딩밴드는 실제로도 굉장히 탁월하다. 결혼을 앞둔 예비 부부라면 반드시 시도해보길 권한다. 예물 외에는 버터플라이 컬렉션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는 중이다. 하이엔드 주얼리에 비해 크기는 작지만 누가 봐도 그라프임을 알 수 있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가격대도 접근성이 높다.”

| 다른 주얼리 하우스와 차별화되는 그라프만의 강점은.
“가족경영 체제와 수직 통합 구조를 꼽을 수 있다. 그라프의 모든 주얼리에는 창립자의 손길이 닿아 있으며, 그만큼 품질에 대한 요건이 높다. 내가 알기로, 그라프는 업계에서 유일하게 수직 통합을 이룬 기업이다. 보석 커팅, 폴리싱, 디자인, 세팅 그리고 리테일에 이르기까지 모든 단계를 관리한다. 크고 중요한 보석은 물론, 엔트리 레벨에 해당하는 컬렉션도 마찬가지다. 굉장히 유명한 주얼리 브랜드임에도 마지막 두 단계만 처리하거나 그마저도 생략하는 경우가 있음을 생각하면 굉장한 일이 아닐 수 없다.”

| 가족경영에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
“어느 기업이든 어려운 점은 다 있다.(웃음) 가족경영 체제는 긍정적인 면이 훨씬 더 많다. 경영의 유연성과 신속한 의사결정은 엄청난 강점이다. 불필요한 절차 없이 전화 한 통화만으로도 원하는 답을 얻을 수 있다. 단, 가족경영 체제에서 일하려면 열정이 굉장히 많아야 한다. 모든 일이 쉬지 않고 돌아가기 때문이다.”

| 그라프의 궁극적 경쟁자는.
“하이엔드 주얼리 분야에서 그라프는 독보적이다. 예를 들어 원석이 1109캐럿에 달했던 ‘레세디 라 로나’ 다이아몬드는 다른 주얼리 하우스가 쉽게 손에 넣을 수도, 가공할 수도, 판매할 수도 없다. 그라프의 강점을 고스란히 지닌 컬렉션 주얼리도 곧 그렇게 되리라 믿는다.”

| 그라프에 관심이 있는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는.
“과거의 그라프는 그냥 보석이 아니라 보물을 다루는 하우스였다. 현재 그라프는 정말 아름답고 특별한 주얼리를 제안하는 브랜드로 나아가는 중이다. 사실 진입장벽이 높다는 오해를 많이 받는데, 실제로 살롱에 방문해보면 다양한 레벨의 주얼리를 만날 수 있다. 한경 머니 독자들도 그라프 살롱을 한번쯤은 꼭 경험해봤으면 좋겠다. 정말 잊지 못할 시간이 될 것이라 약속한다.”



진행 양정원 기자 | 글 유현선 시계 칼럼니스트
사진 강건호 | 장소협조 가나아트 나인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