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나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마음은 정말 심장에 있을까
애정을 표시하는 다양한 손가락 하트 모양이 꾸준히 유행이다. ‘하트(heart)’란 단어 안엔 우리 몸의 엔진인 심장과 감정을 느끼는 ‘마음’이란 의미가 함께 담겨 있다.
그렇다면 마음은 어디에 있을까. 이런 질문을 하면 대다수는 심장이 있는 가슴이라 답한다. 실제 가슴에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사랑의 설렘도, 이별의 슬픔도 그리고 긴장된 상황의 불안도 가슴에서 느껴질 때가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에는 뇌에 있다는 얘기도 심심찮게 들린다. 그도 그럴 것이 예를 들어보자. 뇌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불안해서 심장이 뛰는 것일까 아니면 반대로 심장 박동수가 늘어나면 뇌에 영향을 주어 불안한 감정을 일으키는 것일까. 최신 연구에 따르면 모두 가능하다. 재밌게 표현하자면 마음이 뇌에도, 심장에도 있는 셈이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심장이 뛰고 혈압이 오르는 경우를 자주 본다. 뇌가 심장에 영향을 주는 것이다. 그런데 앞서 언급한 연구에 따르면, 거꾸로 심장을 빨리 뛰게 했을 때 불안 행동이 증가했다고 한다. 심장이 뇌에 영향을 주어 불안 행동을 일으킨 것이다.
실험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빛에 반응하는 단백질을 생체 운반체를 통해 실험동물의 심장에 부착시킨 후 광원이 부착된 옷을 입혔다. 광원을 켰을 때 그 빛에 심장이 반응해 심박이 증가했을 때 불안 행동이 증가했다는 것이다. 뇌활성도를 측정하니 심박이 증가했을 때 뇌의 영역 중 몸의 감각을 수용 처리하고 불안 행동을 조절하는 특정 영역이 활성화됐다. 반면, 실험적으로 이 영역의 활성도를 떨어트리니 불안 반응이 감소했다. 심장이 뇌에 정보를 주어 불안 반응을 일으킨 것이다.
이런 시스템과 반응이 존재하는 이유는, 경우에 따라 뇌보다 심장이 먼저 위험 신호를 감지하고 힘껏 뛰어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신호를 뇌가 받아들여 불안 행동을 증가시킨다. 불안은 불편하지만 위기관리 측면에선 핵심적인 신호다. 생존을 위해 오랜 시간 뇌와 심장이 ‘협업’을 해 온 셈이다.
봄이 되니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따뜻한 봄의 기운이 우리의 마음이 담겨 있는 심장을 편하게 이완시켜 몸의 긴장과 불안을 낮춰주는 것일 수 있다. 종종 봄의 나른함을 무기력감이라 생각해 자신을 압박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러지 않았으면 한다.
마음은 정말 심장에 있을까
마음과 뇌, 몸은 연결돼 있다
마음이 뇌와 심장 모두에 있다는 것은 마음과 뇌, 몸이 서로 연결돼 있다는 것을 뜻한다. 그래서 몸과 마음을 분리해서 관리하기 어려운 것이다. 한쪽이 불편하면 다른 쪽도 불편하다. 만병의 원인이 마음의 스트레스인 것은 더 이상 연구가 필요 없는 팩트다. 또한 가벼운 운동이 몸의 건강을 넘어 최고의 항스트레스 활동인 것도 주지의 사실이다. 이렇듯 마음과 몸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고 있다. 심장이 건강해야 마음도 건강하고, 마음이 건강해야 뇌도 건강하다. 또한 뇌가 건강해야 마음도 심장도 건강할 수 있다.
우리의 몸은 환경과도 소통한다. 그래서 환경적 요인이 우리 몸과 마음에 영향을 미친다. 봄이 돼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을 기대했는데 오히려 우울하다는 이가 많다. 미세먼지 때문이다. 실제로 미세먼지가 우울증 증가와 연관이 있다는 증거들이 쌓이고 있다. 추정되는 원인으로는 미세먼지에 지속적으로 노출됐을 때 비정상적 염증 반응 등이 일어나 뇌에 구조적·기능적 문제가 생기고 그것이 우울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설명으로는 미세먼지로 인해 외부 활동 시간이나 대인관계가 줄어드는 것 또는 일조량 감소로 생체 리듬에 불균형이 찾아오는 것도 우울증 증가의 원인으로 여겨진다.
심한 미세먼지에 노출됐을 때 우울증 환자의 극단적 선택이 증가했다는 우리나라 연구 결과도 있다. 그런데 신체적 활동을 꾸준히 하는 그룹에서는 그 증가가 뚜렷하지 않았다. 신체적 활동은 ‘행동적 항우울제’라 불릴 정도로 마음 건강에 도움이 된다. 미세먼지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마음을 보호해 우울증이 극단적 행동까지 가는 것을 차단해주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미세먼지 우울’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더 걸어야 한다. 그런데 막상 미세먼지 때문에 편하게 걸을 수 있는 날이 줄어들고 있으니 참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거기에 전투 후에 피로감이 몰려오는 것처럼, 팬데믹 이후 무기력이 증가해 걷고픈 마음의 동기도 줄어든 경향이 있다. 걷기도 어렵고 걷기도 싫은 상황이다.
800km에 이르는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을 40여 일간 걷고 온, 한 유명 작가와 대담할 기회가 있었다. 만만치 않은 걷기 여행을 떠난 이유를 묻자 ‘연결, 자연, 의미’란 키워드로 답을 주었다. 빠른 변화와 지독한 경쟁 그리고 팬데믹으로 인한 단절 등 극도의 스트레스 상황에서 나와 자연 그리고 그 안에서 삶의 의미를 다시 느껴보는 시간을 갖고자 순례길로 여행을 떠났다고 한다. 상상 이상의 도전이었지만 역설적으로 힐링을 경험했다고 한다.
‘연결을 위한 단절’이란 용어가 있다. 내면과 연결을 하기 위해서는 불안, 고민이 가득한 현재와 잠깐의 이별이 필요한데 자연을 활용하면 효과가 좋다. 우리 마음에는 투사 기능이 장착돼 있어, 미세먼지가 잦아든 봄날, 물끄러미 하늘을 보고 걷다 보면 하늘에 비치는 나를 느낄 수 있다. 그 하늘에 비친 나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것이다. 그리고 골똘히 삶의 의미를 생각할 때보다 오히려 자연을 통한 나와 연결이 이루어졌을 때 삶의 의미가 더 차오르는 경향이 있다. 이런 경험이 자연스럽게 몸과 마음의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봄의 미세먼지로 힘들지만 솔루션 역시 봄이다. 날씨가 좋은 날을 만난다면, 얼마 남지 않은 봄의 자연을 꼭 느껴보자.



글·사진 윤대현 서울대학교병원 강남센터 정신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