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뮤지엄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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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타다오가 도쿄, 파리, 밀라노, 상하이, 베이징, 대만에 이어 일곱 번째 국제 순회를 한국에서 한다. 자신이 설계한 뮤지엄 산에서의 최초 전시다.
사진=뮤지엄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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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와 20대가 청춘이 아니라, 살아 있는 동안은 모두 청춘이라고 생각합니다.”

건축가 안도 타다오가 뮤지엄 산 개관 기념 국내 개인전 <안도 타다오-청춘>을 개최하며 전한 메시지다. 전시 제목인 ‘청춘’은 그의 건축에 대한 ‘끝없는 도전’을 함축한다. 매일매일 더 나은 일상을 설계한다는 신념과 도전 의식을 담았다. 이번 개인전을 기념해 한국을 찾은 그는 기자 간담회와 강연회에서 ‘청춘’과 ‘희망’에 대한 이야기를 거듭 강조했다.

콘크리트와 빛에서 발견한 희망
안도 타다오는 모든 불필요함을 덜어낸 미니멀한 노출 콘크리트 건축을 선보여 왔다. 독학으로 만들어낸 수많은 건축물로 세계 건축계에 신선한 충격을 던졌다. 빛과 기하학이라는 근원적 주제에 천착한 것도 그가 추구하는 건축물의 특징이다.

“콘크리트는 누구든지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재료입니다. 누구나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아무나 만들 수 없는 건축을 하고 싶었습니다. 저는 빛을 희망이라고 생각하는데, 그 희망을 지탱해주는 것이 바로 콘크리트죠. 이를 위해 만든 것이 바로 푸른 사과입니다.”

그가 언급한 ‘푸른 사과’는 뮤지엄 산 전시장 입구에 설치된 오브제로, 안도 타다오가 강조하는 ‘청춘’을 표현한 조형물이다. 뮤지엄 산은 이 조형물을 영구적으로 전시하기로 했다.

“여러분 마음속에 무언가를 간직하고 있다면 그게 어떤 식으로든지 실현될 겁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오래 사셔야겠죠. 제가 만든 푸른 사과가 있습니다. 그 사과를 만지면 오래 살 수 있습니다. 한 번 만질 때마다 1년씩 더 살 수 있거든요. 많이 만지시길 바랍니다.”
사진=뮤지엄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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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에 머물지 않고 희망 찾겠다”
그의 인생은 절망과 도전의 연속이었다. 프로 권투선수와 막노동 일을 거쳐 독학으로 건축을 익혔고, 1969년에는 안도 타다오 건축연구소를 설립했다. ‘건축을 정식으로 배우지 않은 건축가’로 시작해, 1995년에는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 건축상을 수상했다.

“사실 저는 계속해서 절망적인 인생을 살아왔습니다. 대학이나 전문 학교를 가지 않았어요. 일본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학력주의 사회입니다. 학력이 없는 저 같은 사람도 이렇게 살아남을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본보기가 되고 싶어요. 누구에게나 동등한 찬스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병마도 그를 절망으로 몰아갔다. “암에 걸려 담관, 담낭, 십이지장, 췌장, 비장을 제거했습니다. 지구상에서 저처럼 장기 5개를 적출한 사람은 없을 거예요. 그래도 살아야겠다는 마음으로 지금까지 살고 있습니다. 하루에 1만 보를 걷고, 식사를 30분에 걸쳐서 합니다. 하루에 1~2시간 정도는 공부하고 있죠. 이렇게 노력하면 언젠가는 즐거운 일이 생깁니다. 저는 절망에 머물지 않고 앞으로도 계속 희망을 찾고자 합니다.”

이번 뮤지엄 산 전시에는 그의 건축 세계를 망라하는 대표작 250점이 소개됐다. 1969년부터 1990년대 중반에 이르는 전반기 건축 작품부터 30년 동안 걸쳐 완성한 나오시마 프로젝트, 1990년대 중반 이후 세계 공공장소에서의 건축 작품, 2020년 준공한 리노베이션 프로젝트에 이르기까지 그의 건축 세계를 다양하게 조명했다. 전시는 오는 7월 30일까지 이어진다.

글 정초원 기자 ccw@hankyung.com | 사진 뮤지엄 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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