킴엥 탄 S&P 아태지역 국가신용평가팀 상무 서면인터뷰

한국의 가계부채는 전 세계적으로도 높은 수준에 속한다. 이처럼 가계부채가 높아진 상황에서는 대외 충격이 발생했을 때 가계부채와 맞물려 전반적인 경기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킴엥 탄(Kim Eng Tan)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아태지역 국가신용팀 상무는 한경 머니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부채 수준과 향후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을 진단했다.
킴엥 탄 S&P 아태지역 국가신용평가팀 상무
킴엥 탄 S&P 아태지역 국가신용평가팀 상무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한국의 가계부채는 세계에서 세 번째로 높은 수준에 속한다.”

킴엥 탄 S&P 아태지역 국가신용팀 상무는 “한국의 정부부채 수준은 오히려 낮고, 기업 부문 부채도 전반적으로 과도하게 높은 부채를 보이지 않는 것에 비해 가계부채 위험도가 크다”며 이같이 경고했다. 그는 현재 한국이 전 세계 가계부채 3위 국가로 절대적 가계부채 수준이 높은 데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도 전체적으로 악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탄 상무는 “한국의 가계 레버리지는 높지만 신용지표는 한국의 금융 안정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가계부채만으로 경기 둔화가 일어난다든지 하는 위기상황이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금리가 높은 환경에서 가계부채 수준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늘어난 이자 지급액이 가계소득에서 빠져나가 가계소비 증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또한 가계부채가 과도한 현재 상황에서 대외 충격이 발생했을 때 전반적인 경기 둔화로 나타날 가능성도 제기했다. S&P는 지난 3월 말 ‘2023년 한국의 실질 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대비 0.3%포인트 낮춘 1.1%로 제시했다.

그는 “S&P가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1%로 낮춘 것은 세계 경제 상황이 더욱 약해지고 반도체 산업의 침체가 가속화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러한 변화들은 한국의 수출과 관련된 사업 투자에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수입 에너지 가격 상승과 한국 수출에 대한 압력이 거세지면서 지난 몇 달간 경상수지 적자로 이어진 것도 원인으로 꼽았다.

그는 “다만 구조적으로, 한국의 높은 저축률이 경상수지를 거의 균형에 가깝게 유지하거나 흑자를 유지할 것”이라며 “반도체 경기가 회복되고 한국 경제가 에너지 가격 상승에 적응한다면 한국은 경상수지에서 지속적인 흑자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S&P는 한국의 장기 신용등급으로 AA(더블A)를 제시한 것은 한국의 부채 수준이 국가 신용등급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다만 가계부채 상환이 계속해서 악화된다면 신용도가 악화될 수 있다는 점은 우려할 부분으로 꼽았다.

그는 “가계부채 문제가 가장 우려 요인이지만 한국의 금융당국에서 이 부분을 철저하게 관리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금리인상기에서는 불가피하게 가계소득 부분이 상당히 줄고 경제 성장을 저하시킬 수 있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에 엄청난 경제적 외부 충격이 있을 경우 가계부채 상황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점을 예의주시하면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탄 상무와의 일문일답.

한국의 가계부채가 다른 나라에 비해 심각하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

“GDP 기준으로 한국의 가계부채는 세계에서 높은 수준에 속한다. 이는 한국과 같은 선진국들은 보통 레버리지가 높은 편에 속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가계부채가 높지만 신용지표는 금융 안정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정도는 아니다. 다만 금리가 높은 환경에서 가계부채 수준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늘어난 이자 지급액이 가계소득에서 빠져나가 가계소비 증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가계부채가 심각한 데 비해 국가부채는 어떻게 진단하는가.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각국의 특별 부채가 GDP 대비 상승세를 보였지만 다행히 한국은 포함돼 있지 않다. 한국은 국가부채가 낮고 재정수지 적자도 낮은 편이다. 다른 국가에 비해서도 한국은 국가부채 수준이 낮다.

다만 한국전력공사와 한국가스공사 등 비금융기관의 공공부채 부문은 2013년에서 2018년까지 부채가 지속적으로 낮아졌다가 최근 몇 년간 부채가 급증했다. 이유는 에너지 가격이 상승했음에도 비용들을 전체 커버할 수 있을 정도로 요금이 조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과거 2013~2015년에 정부가 글로벌 유로존 위기에 적극 대응하면서 부채 관리를 적극적으로 했던 사례가 있는데, 이번에도 한국 경제가 안정화 기로에 들어서면 정부가 과거처럼 공공부문 부채를 관리하려는 노력을 다시 반복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로서 한국의 국가신용 상태는 어떠한가. 최근에 경제성장률을 1.1%로 낮춘 이유는 무엇인가.

“한국에 대한 장기 신용등급은 AA 수준이다. 이는 전체 신용등급에서 세 번째로 높은 등급이며 글로벌 국가들 중에 신용등급이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로 꼽는다. 향후 전망도 안정적이며 앞으로 1~2년 동안 등급이 변경되지 않을 전망이다. 한국의 정책 결정, 건전한 재정 상태, 높은 통화 유연성 등이 국가 신용등급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대부분의 선진국들보다 더 강력한 성장 전망을 가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올해 한국의 실질 GDP 성장률 전망치는 올해 3월 말 1.1%로 0.3%포인트 낮췄다. 수입 에너지 가격 상승과 한국 수출에 대한 압력으로 인해 수출이 계절적으로 부진한 몇 달 동안 경상수지 적자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한국의 높은 저축률이 경상수지를 거의 균형에 가깝게 유지하거나 흑자로 유지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반도체 경기가 회복되고 한국 경제가 에너지 가격 상승에 적응할 때, 경상수지가 지속적인 흑자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

이미경 기자 esit91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