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위기의 전세 시장, 쓰나미 올까
[스페셜]송승현 도시와 경제 대표 "전자상거래 매매 보호장치 필요"
전세는 우리나라가 갖고 있는 독특한 주택 임대차 계약 중 하나다. 이 계약은 임차인이 목돈을 임대인에게 예탁하고 임대 기간이 만료되면 예탁한 전세금 전액을 돌려받는다. 전세는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무이자로 목돈을 계약 기간 동안 빌려줌으로써 임차인은 임대인에게 매달 월세를 내는 부담감을 줄일 수 있다. 임대인은 임차인에게 월세는 받지 못하지만 무이자로 목돈을 운영할 수 있는 현금과 현물의 한시적인 맞교환에 따른 상호채권채무관계다.

1970년대 한국의 시중 저축금리는 약 12% 정도였다. 은행 대출금리는 약 20% 정도였다. 현재와 비교되지 않는 수준의 고금리 시절에 임대인은 전세금으로 저축을 하거나 투자로 할 수 있었다. 세입자 역시 월세 걱정이 없다. 그 시절 전세는 개인들 간 거래로 정착했다.

낮은 전세자금 대출이 전세 가격 거품 만들어
코로나19 시기 동안 저금리 유동성과 전세대출은 부동산 가격을 끌어 올렸다. 낮은 전세자금대출로 전세 수요를 키웠고 전세 가격에도 거품을 만들었다. 일곱 차례 급격한 금리 인상 이후 전세 시장은 매매 시장보다 더 큰 리스크로 우리 사회에 다가왔다. 전세제도의 문제점이 발견되기 시작했다. 아파트 가격은 하락했고 전세 가격 역시 떨어지고 있다. 돈을 돌려주고 못하는 역전세 상황이다.
최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전세제도가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해 온 역할이 있지만 이제는 수명을 다한 게 아닌가 보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와 다른 양상의 전세 시장에서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가 주의를 해야 한다. 여전히 우리 사회는 전세라는 특수성을 갖춘 임대차 시장을 활용해 투자에 임하고 있다. 전세로 투자 시 체크할 리스트들이 있다.

우선 시장 금리 추이를 확인해야 한다. 과거 이명박 정부부터 최근까지도 전세자금대출 한도를 높여 가면서 전세 시장에 가격 거품을 만들었다. 공적 기관에서도 보증 한도를 높였다. 리스크 없는 이자수익으로 금융권에서 전세자금대출을 판매하면서 전세 가격을 올렸다. 임대차 3법 도입으로 2021년 하반기에는 전세 매물이 크게 줄어들면서 가격이 급등했다. 매매 시장의 금리 리스크와 마찬가지로 전세도 이자는 이자율 변화에 따라 전세 가격 변화에 영향을 미친다. 임차인들은 보증이 되지 않고 대출이 많은 전셋집에는 위험을 회피하기 시작했다. 현재 시장금리를 고려한다면 부채 비율은 키워선 안 되며 보증보험은 필수가 돼 버렸다.
[스페셜]송승현 도시와 경제 대표 "전자상거래 매매 보호장치 필요"
전세가율 흐름 읽어야
전세가율을 관찰해야 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4월 서울시 아파트 전세지수는 83.5로 2021년 12월 103.5에 비해 20포인트 떨어졌다. KB부동산 주간 전세 증감률은 5월 8일 기준 전주 대비 0.13% 내렸다. 점차 가격 낙폭은 줄어들고 있지만 올해 내내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전세가율을 활용해 매매가와 전세가가 얼마 차이 나지 않는 갭투자를 하는 것은 특히 주의해야 한다. 전세가율만 보면 안 되며 전세가율의 흐름을 읽어야 한다. 전세가율이 상승하는 시기에 소액으로 큰 수익을 남길 수 있다. 하지만 주의할 점은 현재 시장은 매매와 전세가 같이 하락하고 있고 최근 들어서는 매매가보다 전세가의 기울기가 더 가파라지면서 전세가율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신축 프리미엄에 환상을 가져서는 안 된다. 지난 수년간 새 아파트에 대한 선호가 높아 가격 상승 폭이 워낙 컸다. 신축 아파트의 경우 시설물과 단지 등 쾌적한 환경을 주기 때문에 높은 가격대로 전세 계약이 가능했다. 높은 가격은 하락 시 더 큰 낙폭을 갖고 온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 따라서 역전세가 우려되는 올 하반기부터는 신축 주택은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지나치게 고평가됐다고 판단된다면 어느 정도 준공연수가 지난 주택이 좋다. 시세가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해당 지역과 단지 내 전세 가격의 흐름과 동향을 알 수 있는 통계도 갖췄다는 것은 투자나 거주의 리스크를 방어할 수 있는 장점이다. 아파트의 역전세 문제뿐만 아니라 최근 빌라왕, 건축왕 전세사기 문제도 시세 파악이 어렵기에 전세 입주를 유도하거나 전세를 활용한 갭투자를 유도하는 방식의 영업 활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 대규모 사기 사태의 대상 물건을 살펴보면 대부분 신축의 유형이다.

국토부 자료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7만2104호다. ‘악성 미분양’이라는 준공 후 미분양도 8650호다. 미분양 위험선으로 보는 6만4000호를 넘어섰다. 이런 분위기라면 몇 년간 살아보고 결정하라는 문구의 전세 플랜카드가 걸리는 경우가 많아질 것이다. 건설사 전세다. 이는 건설사에서 제공하는 전세 형태로 분양하는 경우를 말한다. 사실상 환매를 조건부으로 하는 분양이다. 분양가의 약 10~20%를 납부 후 본인 명의로 등기를 받고 본인 자서가 들어간 은행 대출을 받아 입주한다. 전세 거주 기간 대출이자는 건설사에서 납부한다. 향후 거주를 희망하지 않을 경우 건설사는 재매입해주지 않기에 입주자들은 거주와 함께 분양가의 나머지에 해당하는 대출금과 함께 이자를 스스로 납입해야 한다.
투자 시 전세 수요자가 풍부해 환금성이 좋은 지역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부동산은 다른 자산과 다르계 유동성과 환금성이 가장 큰 리스크 중 하나다. 필요 시에는 언제든지 쉽게 현금화할 수 있다면 역전세나 위기에 내몰렸을 때 좀 더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 추후 이사나 내 집 마련 계획까지 고려한 실거주 겸 투자라면 더욱 환금성을 고려해야 한다. 도심과 일자리가 가까운 지역일수록 직장인과 신혼부부 수요가 많다. 유명 학군과 학원가 등도 전세 수요가 풍부하다. 주변에 교통편의시설을 갖춘 지역도 수요가 많은 지역이기 때문에 좀 더 안전한 지역으로 볼 수 있다. 지역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단지라면 수요가 풍부하다. 비슷한 면적과 층수라면 남향의 집 등이 환금성이 더 좋다.

에스크로 제도 등 안전장치 도입해야
여야가 전세 사기 피해자 지원‧예방을 위한 특별법을 5월 25일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키로 합의했다. 특별법에 포함시킬 피해 지원 대상, 지원 규모 등을 두고 아직까지 합의에 이르지 못한 상황이다. 앞으로 전세 관련 용어와 의미를 정리해 둬야 한다.
‘전세 사기’는 임대인이 전세보증금을 가로챌 목적으로 임차인을 속인 뒤 임대차 계약을 체결해 임차인이 보증금 회수가 불가능하거나 어려워진 경우다. 빌라왕, 건축왕으로 불리는 사건이 전세 사기에 해당된다. ‘깡통전세’는 전세 가격보다 매매 가격이 낮아져 보증금 미반환 가능성이 높은 주택이다. 임대인이 보증금을 채무불이행으로 주택이 경매 넘겨졌으나 선순위저당권 및 유찰로 인해 낙찰 가격이 보증금에 못 미치는 주택도 마찬가지로 ‘깡통전세’다. ‘역전세’는 전세 계약 때 보다 전세 가격이 낮아져 계약 만료 이후에 집주인이 보증금을 제때 돌려주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가 임대차 3법을 비롯해 전세제도 전반을 뜯어고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왜곡된 전세제도가 전세 문제를 키웠다. 과거보다 전세 금액은 너무 시장에 많이 풀려 있는 만큼 위험성도 커졌다. 에스크로 제도(전자상거래 매매 보호장치)를 도입해서 이런한 문제점들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

글 송승현 도시와 경제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