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브라이스(Steve BrIce) SC그룹 CIO 인터뷰

스탠다드차타드(SC)그룹이 올해 글로벌 경제의 큰 그림으로 미국과 유럽의 경기 침체, 중국 경제 회복, 글로벌 인플레이션 둔화, 상반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 중단 및 하반기 금리 인하에 대해 전망했다. 한경 머니는 최근 한국에 방문한 스티브 브라이스 SC그룹 최고투자전략가(CIO)를 만나 급변하는 투자 환경 속에서의 자산별 투자를 위한 방법에 대해 들어봤다.
[Interview] 스티브 SC그룹 CIO "저평가된 아시아 자산 주목"
“자산관리 원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산군이 가지고 있는 포트폴리오 내에서의 역할에 따른 자산별 다각화입니다.”

스티브 브라이스 SC그룹 CIO는 경기 사이클을 잘 이겨내려면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 성향에 맞는 자산 배분 포트폴리오 구축을 통해 변동성을 낮출 수 있다고 강조한다.

브라이스 CIO는 국제 경제와 글로벌 금융 시장의 전문가로서 SC그룹의 투자 전략을 총괄하고 있다. 앞서 스탠다드차타드 은행 입행 후 남아프리카공화국 글로벌마켓 헤드, 중동 및 남 아시아 지역리서치 헤드, 동남아시아 지역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거치며 아시아 시장 전문가로 이름을 알렸다. 현재는 글로벌 투자 위원회의 핵심 멤버이자 일임형 포트폴리오 관리 부서의 자문도 함께 맡고 있다.

리버풀FC의 열성적인 광팬이기도 한 브라이스 CIO는 축구와 자산관리를 연계해 이같이 설명했다. 그는 “축구 경기를 보면 골기퍼, 스트라이커, 미드필더 등 11명이 각자 역할이 있듯이 자산관리 원칙도 하나의 포트폴리오 안에 각 자산군이 가지고 있는 역할이 전부 다르다”고 강조했다.

그는 경기 사이클을 잘 이겨내려면 투자 기회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다각화된 파운데이션을 잘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특정 테마에 대한 투자 성과에 집중하기보다 장기적인 포트폴리오를 통한다면 수익률과 손실률을 크게 움직이지 않아도 된다고 본 것이다.

그는 무엇보다 투자의 기본 철칙으로 데이터를 기반한 투자 접근 방식에 대해 거듭 강조했다.
즉, 실물경기를 반영하는 경제지표와 금융지표를 기반해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브라이스 CIO는 “최근 축구에도 데이터 분석을 통한 혁명적 변화가 이뤄지고 있는데 투자 시장 역시 경제지표에 기반한 통계와 분석을 토대로 투자 전략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투자의 다각화를 위한 투자 철칙으로 △계획을 세워라 △리뷰를 하라 △정기적인 투자를 해라 △현금을 보유해라 등 4가지를 강조했다.

브라이스 CIO는 “투자 방향성에 대해선 미국의 경기 침체와 중국 경기 회복세 사이에서 다양한 수단을 통한 투자 영역을 확장해야 한다”라며 “주식 대비 채권 비중을 늘리고, 일본을 제외한 저평가된 아시아 지역 자산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C그룹은 올해 투자 전략 및 주요 테마로 투자의 기반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S(다시 보는 인컴 매력)·A(저평가에서 찾는 기회)·F(포트폴리오의 방어력 제고)·E(투자의 영역 확장)를 제시했다.
[Interview] 스티브 SC그룹 CIO "저평가된 아시아 자산 주목"
다음은 브라이스 CIO와의 일문일답.

SC그룹의 2023년 투자 테마는 ‘S.A.F.E: 투자 기반을 강화하라’다. 올해 테마를 이렇게 잡은 이유는 무엇인가.

“앞으로 주목해야 할 부분은 미 Fed가 긴축을 너무 많이 했다는 시각이 있는데 우리는 경기 침체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우리가 보고 있는 체크리스트 중에는 기업 심리와 소비자 심리, 일드 역전을 봤을 때 경기 침체 전조가 나타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에는 성장이 어디까지 지속될 것인지에 대해 생각을 했다면 앞으로는 침체가 언제 시작될 것인지를 기다리는 것이 순서라고 본다.

이번 침체는 일반 침체보다 더 안 좋을 것으로 예상하는데 Fed가 통화정책 완화로 빠르게 전환하는 것이 쉽지 않고 이미 작동하는 통화긴축 정책이 많아서 향후 1년간 경제 상황에 악영향이 있을 수 있다. 미국의 경기 침체 가능성이 80%에 이른다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투자 관점에서 볼 때 선진국 비중 축소를 말하고 싶다. 테마 ’S.A.F.E’의 S는 수익을 확보하라는 의미다. 지금 현재 채권에 대한 투자 매력이 높기 때문에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SC그룹의 투자 전략 보고서의 CIO 서문에서 ‘2022년을 기억해야 할 해인 동시에 잊어야 할 한 해’로 회고했다. 올해는 어떤 식으로 하반기 투자 방향이 펼쳐질 것으로 보는가.

“미국 채권 시장의 성적표가 지난 150년 역사상 지난해가 최악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식 시장 역시 안 좋아서 사람들이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았다. 주식이 50% 넘게 빠지고 채권 시장도 안 좋은 환경이었다. 올 하반기에 침체가 오면 Fed는 올 연말부터 금리 인하를 시작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시장에서는 두 달 내에 이런 움직임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우리 같은 경우에는 4분기에 50bp를 인하하고 내년에 지속할 것으로 보고 있다.

주식 시장은 앞으로도 안 좋을 것으로 보고 있는데 마켓에서도 주식 비중에 대한 축소가 나오고 있다. 역사적으로 봤을 때 침체가 오기 전에 주식 시장이 저점을 찍은 적이 없다. 따라서 침체가 오면 새로운 저점을 찍을 거라는 예상을 할 수 있고, 신저점을 갈 수도 있다.
오히려 Fed에서 피봇을 하게 되면 채권 시장에는 좋은 신호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인플레가 좀 완화가 되고 경제가 약간 침체기로 접어들게 되면 금리 인하가 좀 더 가속화될 수 있다.”

지난해에 채권이 좋지 않다고 했는데 올해 투자 테마에서 채권을 통해 확보할 수 있는 인컴의 매력을 강조했다. 전통적인 주식 채권의 자산 배분 방식을 좀 다르게 할 필요가 있는데 어떤 방식의 자산 배분 전략인가.

”우선 주식 비중 축소를 10% 정도 하고, 중립적인 투자자 기준으로 봤을 때 주식을 30%에서 20%로 줄이고 그만큼 채권을 늘리라고 말하고 있다. 채권 중에서도 우량 채권이 좋다. 그중 아시아 US달러 채권과 같은 투자등급 채권은 경기 둔화일 때 좀 더 성과가 좋고, 금리나 저물가에 대한 디스카운트가 들어가 있어서 앞으로 경기가 안 좋아졌을 때 수익률이 낮아질 수 있지만 채권 자체의 가격이 오를 수 있다. 아시아 US달러 채권은 85% 정도가 투자등급 채권으로 이뤄져 있고 수익률이 6.5% 정도 되기 때문에 굉장히 좋게 본다.

그리고 금은 ‘비중 확대’로 보고 있다, 금은 다각화하기 좋은 자산이고 포트폴리오나 침체기에도 잘 살아남을 수 있는 자산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은 일반적으로 투자자들이 주식 투자를 선호하는데 채권 투자도 흥미로운 투자라는 것을 말하고 싶다. 퀄리티가 안 좋은 하이일드채권은 디폴트 가능성이 있다. 예컨대 선진국 하이일드채권은 일드가 9.5% 정도로 수익률이 굉장히 높은데 이 부분은 우리가 그렇게 추천을 하지 않는다.”

내년에 미국과 유럽의 경기 침체 가능성이 예고되고 있고, 아시아 시장을 유의미하게 보시는 것 같은데 어떤 이유 때문인가.

“아시아가 선진국 시장보다 좀 더 좋을 것으로 생각하는 이유는 2가지가 있다. 일단 중국의 경기 사이클이 선진국과 다르게 움직이고 있다. 원래 리오프닝이 기대한 것보다 빠르게 진행이 됐고 정부에서도 재정정책이나 이런 걸 통해서 부양책을 준비하고 있어서 기대가 있다. 또 다른 이유는 달러가 약화될 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에 향후 6개월에서 12개월간 아시아 주식이 강세를 보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앞으로 우려되는 상황은 무엇인가.

“우려되는 것은 지정학적 갈등인데 모든 국가가 지정학적 상황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생각한다. 기업이나 정부 모두 각국이 어려운 상황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특히 미·중 양국과 모두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기업과 정부에 더 유리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한국의 중요한 업종인 반도체가 지정학적 갈등의 중심에 놓여 있다. 어떤 결정이 내려질지는 모르겠지만 2020년보다는 지금 사회의 글로벌화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상황이 좀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SC그룹의 투자전략총괄자로서 투자적 관점에서 한국 시장에 대해 어떻게 진단하고 있나. 한국 시장이 글로벌 시장과 어떤 차이가 있다고 보는가.

“주식 시장의 구조를 보면 한국 시장 규모가 상당한 큰 편이지만 특정 섹터에 편중돼 있다. 한국에 대한 비중 축소나 비중 확대를 이야기할 때 특정 기업이나 특정 섹터에 대한 뷰가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사실 주식 시장은 현재 이미 디스카운트가 많이 돼 있는 상태다.

자산관리 관점에서 봤을 때 선진국 주식은 비중을 축소했고, 중국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 주식 비중을 확대한다. 중국이 처음에 경제 성장과 관련해 집중했던 분야가 내수 서비스랑 소비 부문이고 이는 한국 수출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았다. 중국이 반도체 기술을 직접 확보를 하려면 파트너가 필요한데 미국이 이를 방해하는 측면이 있었다.

이는 지금 상황이 2009년과 유사하다고 생각한다. 2009년에도 미국은 침체기였고 중국은 경기가 회복되면서 부양책을 많이 쓰던 상황. 지금은 중국이 리오프닝을 하면서 이런 비슷한 상황이 재연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한국에 대해선 중립적 시각을 가지고 있다. 미국이 침체기에 있기 때문에 한국 주식 시장이 미국보다는 수익률이 아웃퍼폼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하반기나 향후 1년간 한국 주식 시장이 좀 긍정적일 것이라고 평가한다.”


이미경 기자 esit917@hankyung.com | 사진 이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