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흥렬 창업 컨설턴트
“모든 조건이 잘 맞아떨어져서 지속적으로 잘 운영되는 무인매장들도 있죠. 그런데 충족해야 할 조건이 너무 많다는 게 문제입니다.”임흥렬 창업 컨설턴트는 매장 관리가 쉽고 투자 비용이 적게 들 것이라는 생각만으로 무인매장 창업에 쉽게 뛰어드는 것은 위험하다고 조언한다. 직원이 상주하지 않을 뿐 오히려 일반 매장보다 더 세심한 관리가 필요할 수 있다. 인건비가 들지 않는다는 장점에만 집중한 탓에 불과 3~6개월 만에 폐업하는 실제 사례도 적지 않다.
“창업자들이 100% 무인이라는 키워드에 지나치게 포커스를 맞추지 않았으면 합니다. 10명이 운영할 수 있는 매장을 5명이 운영하도록 만드는 것과, 5명이 운영할 수 있는 매장을 0명으로 운영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거든요.”
무인 밀키트 판매점,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 무인 렌털 스튜디오. 코로나19 시기를 기점으로 유독 늘어난 무인매장의 현주소는 어떤 모습일까. 2023년 현재 무인매장 시장의 현재와 미래를 다시 진단할 시기다. 창업 전문가인 임흥렬 컨설턴트와 함께 무인매장 모델의 리스크와 성공 조건을 알아본다.
몇 년 전부터 무인점포가 리테일의 미래로 꼽히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는데.
“사실 무인매장은 1970~1980년대에도 존재했다. 예를 들면 오락실, 길거리 자판기가 무인매장의 대표적인 예다. 과거에 아예 존재하지 않았던 사업모델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다만 최근 몇 년 사이, 특히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창업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기 시작한 시점에 굉장히 다양한 형태의 무인매장이 생겨났다. ‘혁신적인 미래 기술’이라는 포장지와 함께 무인매장이라는 키워드가 새롭게 등장한 것이다. 100% 무인 시스템은 아니더라도 대부분의 점포에 키오스크가 들어가기 시작했다. 일부 식음료 매장에서는 로봇이 치킨을 튀기는 사례도 생겼다.”
혁신적인 기술에 대해 언급했는데. 현존하는 무인매장의 혁신성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실질적으로 따져봤을 때 꼭 혁신성을 띤다고 볼 수는 없다. 무인매장은 결국 인력을 대체하려는 목적이 큰데, (현재 기술 수준에서는) 서비스 제공자가 해야 할 일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측면이 있다. 키오스크가 처음 도입됐을 때를 떠올려보자. 대중의 반응은 굉장히 부정적이었다. 고객에게 키오스크로 주문해 달라고 안내하면 클레임이 들어올 정도였다. 그러다 코로나19 시기에 비대면 트렌드를 겪으며, 소비자들이 강제로 키오스크에 익숙해져 버린 상황이 됐다.”
창업자 입장에서는 투자비가 비교적 적게 들고 관리가 쉽다는 이유로 무인매장을 선택할 것 같은데. 실제로 그런 장점이 있다.
“사실 그렇지만은 않다. 마케팅을 하지 않고도 손님이 매장에 찾아오도록 만들려면 결국은 유동인구가 많은 위치를 택해야 한다. 입지와 상권이 좋은 곳에 위치해야 된다는 뜻이다. 자연히 매장 임대료는 올라가고, 권리금, 보증금 등 부동산 관련 비용이 상승할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투자비는 오히려 더 높을 수 있다.
또 사람이 없는 매장이기 때문에 더 깔끔한 관리가 필요하다. 노포는 다소 덜 위생적이더라도 사람이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로 인해 고객에게 만족을 줄 수 있다. 반면 무인매장이 줄 수 있는 것은 결국 겉으로 보이는 이미지다. 인테리어를 하더라도 직원이 있는 매장보다 더 신경 써서 해야 한다.”
그런 점을 감수하고도 무인매장을 선택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창업자들이 무인매장을 선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인건비 때문일 것이다. 무인매장 창업자의 대부분이 직장을 다니면서 투잡으로 오토(auto) 운영을 하려는 목적을 갖고 있다. 사장이 매장에 직접 가지 않고도 운영되는 시스템을 원하는 것이다. 인력을 고용하는 데 부담을 느끼다 보니 무인매장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무인매장은 인건비가 덜 든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임대료와 제품 원가, 관리비를 감당할 만한 매출이 나와주는지가 중요하다. 실제로는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아 폐업률이 높다.”
무인매장 운영의 또 다른 장단점을 꼽는다면.
“사실 장점과 단점이 동일하다고 표현할 수 있다. 정해진 매뉴얼에 의해 운영할 수 있다는 것은 장점이지만, 고객 개인의 니즈를 반영할 수 없다는 것은 단점이다. 카페를 예를 들면, 무인매장은 정해진 레시피대로만 음료를 제공할 수밖에 없다. 스타벅스와 같이 고객 한 명 한 명의 니즈를 반영한 커스텀 음료는 제공하지 못한다는 게 한계다.”
업종과 입지가 비슷하다고 가정했을 때, 무인매장보다는 유인매장이 매출 면에서 유리할까.
“어떤 직원이 상주하느냐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소위 말하는 ‘호객행위’ 측면에서는 무인매장이 불리하다. 추가 구매를 유도하는 것은 매뉴얼이 하기 어려운 영역이기 때문이다. 만약 (무인매장과 유인매장의) 객수가 같다고 하더라도, 객단가는 사람이 직접 응대할 때 훨씬 유동적일 수 있다.”
무인점포에서 구매하는 것을 더 편하게 생각하는 소비자도 존재하지 않을까.
“물론 비대면 구매가 익숙한 고객들이 무인점포를 선호할 수 있다. 하지만 무인점포를 대체할 수 있는 분야가 존재하지 않나. 바로 온라인 스토어와 배달 업종이다. 이들이 무인매장을 훨씬 더 경쟁력 있게 대체할 수 있기 때문에 무인매장만이 가진 장점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무인 형태로 운영할 때 경쟁력 있는 업종과 없는 업종을 나눠본다면.
“가장 경쟁력 있는 무인매장 업종으로는 시설업을 들 수 있다. 노래방이나 스크린 골프, ‘인생네컷’과 같은 셀프 스튜디오는 대체 아이템이 없다 보니 소비자의 구매 목적성이 강하다. 또 사람에 의한 서비스를 크게 기대하고 방문하는 업종이 아니기 때문에 무인 영업이 비교적 원활하다.
반면 아이스크림 무인매장의 경우 자리를 잘 잡아 운영할 수는 있겠지만 수익률이 높지 않다. 아이스크림이라는 아이템 자체의 객단가가 상당히 낮고 계절을 많이 탄다. 여름 성수기에는 어느 정도 수익이 날 수 있어도 겨울에는 수익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객단가가 낮은 만큼 운영비를 충당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코로나19 기간에는 밀키트 판매점, 돼지갈비 판매점 등 다양한 무인 판매점이 개업을 했다. 사실 이런 판매점 형태는 아무런 경쟁력이 없다고 본다. 밀키트 제조사 입장에서 온라인이라는 훨씬 큰 시장이 있는데 무인매장에만 납품을 할 이유가 전혀 없지 않겠나. 또 소비자 입장에서도 굳이 매장에서 직접 계산을 한 뒤 집까지 들고 오는 수고를 들일 바에야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쪽이 훨씬 편하다. 결국 이런 무인 판매점은 코로나19가 아니었더라면 만들어지지 않았을 사업모델이라고 생각한다.”
앞서 무인매장은 입지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언급했는데. 시설업도 입지의 영향을 크게 받나.
“판매점에 비해서는 영향이 덜하다. 무인 스크린 골프장을 예로 들면, 입지는 좀 떨어지더라도 주차 편의성과 룸의 개수, 설치된 기계의 종류 등을 보고 소비자가 찾아올 수 있다. 특히 골프를 치는 분들 중에는 장비를 차에 싣고 이동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골프장 거리가 좀 떨어져 있어도 이동이 그리 어렵지 않다. 반면 판매업은 이야기가 좀 다르다. 근처 편의점과 마트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물건을 굳이 멀리 떨어진 무인매장까지 가서 구매하지는 않는다. 소비자에게 잘 보이는 좋은 곳에 위치해 있지 않으면 당연히 객수가 떨어진다.”
무인 스튜디오 등 시설업의 리스크는 없나.
“셀프 스튜디오, 노래방 등은 이미 경쟁이 포화상태다. 현재 레드오션을 찍은 시점이라, 지금 창업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이다. 또 이런 업종의 특성상 지속적으로 돈이 들어간다. 기기 파손, 분실 등의 문제로 수익성이 점점 낮아진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매출이 떨어져 있는 무인매장은 다른 사업자가 인수한다고 해도 매출이 오를 여지가 전혀 없다. 예를 들어 음식점은 폐업을 하더라도 다른 사업자가 매장과 설비를 인수해 다른 메뉴를 팔 수 있다. 반면 무인 스튜디오는 음식점처럼 메뉴를 바꿀 수 없다. 특수성을 가진 업종이기 때문에 매출이 떨어지는 순간 투자금은 다 날리는 것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엔데믹의 영향으로 무인매장의 수익성이 떨어진 측면도 있나.
“정확하게는 코로나19가 아니었다면 만들어지지 않았을 무인매장이 많이 생겼고, 그 후 약 2년의 시간이 흘러 자연스럽게 매출이 떨어질 시기가 된 것에 가깝다. 엔데믹의 영향을 떠나서 지금쯤이면 매출이 떨어질 시기다. 거듭 말씀드린 것처럼 무인매장은 경쟁력을 꾸준히 유지하기가 어렵다.” 무인점포를 폐점하는 사례가 꽤 많은데. 실제 사례를 듣고 싶다.
“빠르면 3~6개월 만에 폐점하기도 한다. 매출이 제로(0)인 경우도 있었다. 임대차 계약을 빠르게 종료해야 보증금이라도 회수할 수 있기 때문에 권리금을 포기하고 매장을 매물로 내놓는 경우도 많다.
특히 무인 판매점은 유행을 탈 수밖에 없는 구조다. 2000년대 초반에 인형 뽑기 매장이 엄청나게 성행했다가 약 5년 전쯤 다시 유행이 돌아왔다. 2030세대 젊은이들이 많이 다니는 유흥상권에 무인 인형 뽑기 가게가 굉장히 많이 생겼다. 그 당시 생겼던 가게들이 지금은 거의 사라졌다. 아이템의 유행이 끝나면서 매장도 사라진 것이다. 셀프 스튜디오도 마찬가지다. 1990년대 후반에 길거리에 스티커 사진기가 굉장히 많았다가 15년이 흐른 지금 무인 셀프 스튜디오 형태로 재유행하고 있다. 이 아이템도 다시 유행이 끝나 버릴 시점이 온다고 생각한다.
결국 예비 창업자들이 주의해야 할 점은 ‘유행’에는 반드시 끝이 있다는 사실이다. 당장 인기가 있어야 매출이 잘 나오다 보니 유행 아이템 위주로 고르려고 하는데, 사실 그런 아이템은 선택해서는 안 된다. 나중에 가보면 ‘저 아이템을 도대체 왜 했지’라는 의문이 생기는 케이스가 더 많다.”
유행하는 아이템이라고 할지라도 몇 년간 무인매장으로 잘 운영하다가 적절한 시기에 엑시트(exit: 투자금 회수)를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창업자도 있을 것 같다.
“그 전략이 유효하려면 아이템의 유행이 아직 끝나지 않았을 때 빠져나와야 하다. 그러나 누구도 그 아이템의 수명을 알 수 없다. 권리금을 받고 업장을 넘겨줄 새로운 사람을 찾아야 하는데, 앞으로 수익을 얼마나 더 낼 수 있는 사업인지 타이밍을 재기 쉽지 않다. 사업 아이템의 수명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짧다.”
무인 판매점은 도난이나 분실 이슈도 적지 않다고 들었는데.
“아무래도 직원이 없다 보니 도난 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난다. 모든 제품에 무선주파수인식(RFID)칩을 달아 놓는다거나 도난방지탭을 부착한다면 근본적으로 도난 이슈를 막을 수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그렇게까지 투자하기는 힘들다. 무인매장은 매장에 사람이 상주하지 않는다는 뜻이지 사람의 손을 전혀 타지 않고 관리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바쁜 직업을 가진 직장인들이 매장 관리에 큰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될 것이라는 생각으로 무인매장을 오픈했다가, 생각보다 신경 쓸 일이 많아 곤란을 겪는 경우가 많다.”
한편으로는 여전히 잘되는 무인매장도 존재하지 않나.
“물론 모든 조건이 잘 맞아떨어져서 지속적으로 잘 운영되는 매장들도 있다. 그런데 충족해야 할 조건이 너무 많다는 게 문제다. 좋은 위치에서 사람들이 원하는 아이템을 판매해야 한다. 그 와중에 고정비가 낮아야 하니 임대료가 저렴해야 하고, 목적성 있는 아이템을 저렴하게 소싱 받을 수 있는 업체와 협업해야 한다. 그런 조건을 현재 수도권에서 충족할 수 있느냐 하고 물어봤을 때 ‘없다’고 답할 수밖에 없다. 운 좋게 있을 수도 있겠지만 어려운 문제다.”
그럼 현시점 무인매장이 살아남기 위해 가장 중요한 점은 무엇인가.
“창업자들이 100% 무인이라는 키워드에 대해 너무 집중하지 않을 것을 권한다. 10명이 운영할 수 있는 매장을 5명이 운영하도록 만드는 것과, 5명이 운영할 수 있는 매장을 0명이 운영하도록 만드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100% 무인 운영보다는) 서비스 과정을 심플하게 만들어서 인력을 덜 쓰는 쪽에 포커스를 맞췄으면 좋겠다. 키오스크는 코로나19 이전에 제 구실을 못했지만 이제는 한 사람의 몫을 충분히 하고 있다. 음식을 제조하는 로봇도 잘 나온다. 그런 시스템을 적절히 활용해 인력을 최소한으로 쓸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
결국은 무인 시스템의 투자 대비 효용성이 얼마나 되는가의 문제 같기도 하다.
“그렇다. 서빙 로봇을 렌털 상품으로 활용하는 사례를 생각해보자. 코로나19를 기점으로 뷔페 등 대형 음식점에서 서빙 로봇을 도입하기 시작했고, 지금은 소상공인 중에서도 서빙 로봇을 사용하는 분들이 있다. 그런데 서빙 로봇이 오고가기 위한 동선을 확보하려면 그만큼 테이블 숫자를 줄여야 한다는 문제가 있다. 단순히 무인 시스템을 도입해 직원을 덜 쓴다는 목적에만 꽂혀 전반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디자인하면, 다른 중요한 것을 놓칠 우려가 더 많다. 물론 미래에 무인 시스템이 인간을 완벽하게 대체할 수 있는 순간이 올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현재 시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무인매장 창업에 관심을 갖고 있는 분들에게 조언한다면.
“창업을 하는 분들이 굉장히 네거티브하게 받아들이는 키워드 중에 대표적인 2가지가 있다. 바로 ‘인건비’와 ‘임대료’다. 자영업을 해봤던 분과 안 해본 분들이 이 두 단어를 인식하는 자세가 굉장히 다르다. 장사 경험이 있는 분들은 좋은 위치에서 장사를 하지 않으면 매출이 안 나오니 임대료를 더 많이 내더라도 좋은 입지를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대로 장사를 경험하지 못한 분들은 무조건 임대료가 싼 곳을 찾는 경향이 있다.
인건비도 마찬가지다. 적당한 직원 수를 두고 효율적인 운영을 하려는 노력을 해야 하는데, 무조건 ‘사람 안 쓰는 무인매장으로 할 것’이라고 정해 두고 창업 아이템을 찾으면 함정에 빠질 수 있다. 일부 프랜차이즈나 창업 서포트 기관은 그런 예비 창업자의 니즈를 정확하게 알고 낚시 줄을 내린다. 창업은 그런 업체들의 미끼를 무느냐 안 무느냐의 싸움이기도 하다. 낮은 인건비에 포커스를 맞추지 말고, 본인이 어떤 아이템을 잘할 수 있는지와 예비 고객층의 특성을 먼저 파악하는 게 올바른 순서다.” 글 정초원 기자 ccw@hankyung.com | 사진 김기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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