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자산관리에 대한 부유층들의 수요가 높아지면서 자산관리 전반에서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 개인 맞춤형 자산관리에 대한 수요가 커지면서 디지털 자산관리 서비스에 대한 눈높이가 크게 높아졌다. 한경 머니는 글로벌 컨설팅 회사인 신우석 베인앤컴퍼니 파트너와의 인터뷰를 통해 금융 회사들이 디지털 자산관리 변화 트렌드에 부합하기 위해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 이야기를 들어봤다.
[Big story] 신우석 베인앤컴퍼니 파트너 “자산관리 혁신, 디지털 DNA 바꿔야”
“디지털 자산관리의 변화 흐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종합자산관리 수준에 부합하는 서비스 고도화를 달성하는 것이다.”

신우석 베인앤컴퍼니 파트너는 "지난 10여 년간 국내 주요 금융기관들을 대상으로 다수의 디지털라이제이션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는데, 단순히 기존 사업 기반 위에 디지털을 기계적으로 덧입히는 차원을 넘어 조직 구조와 인력 구성, 업무 방식 등 운영모델 전반을 디지털 친화적으로 재구축해야만 디지털 자산관리 모델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3년간 코로나19를 거치면서 글로벌 주요 선진국에서도 오프라인 채널 이용 횟수가 현저히 줄어든 대신,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제공되는 상품 및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어난 것을 이유로 들었다.

그는 “현재 국내 금융 회사들의 디지털 자산관리 고도화에 대한 공감대는 매우 높지만, 지금보다 더욱 강력한 디지털 혁신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이후에 벤처 투자와 코인을 통해 돈을 모은 영앤리치들을 포함한 대중부유층이 최근 자산관리 시장에서 주요 고객층으로 급부상한 것도 이러한 디지털 자산관리 혁신의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해 다양한 금융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바탕으로 직접투자를 결정하지만 동시에 디지털 기반의 전문화된 자문에 대한 니즈도 커지고 있다. 그는 고액자산가와 대중부유층을 모두 만족시키는 디지털 자산관리와 이에 기반한 맞춤화된 상품과 서비스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신 파트너는 “디지털 자산관리의 혁신이 본격화되려면 디지털 혁신을 주도할 경험과 역량을 갖춘 인력이 조직 내에 충분히 확보하고, 고도화된 정보기술(IT) 인프라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기존의 공급자 중심적인 마인드에서 고객 중심적인 마인드로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고액자산가 고객을 대상으로 오프라인 채널을 통해 제공되는 상담과 자문이 디지털 환경에서도 제공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신 파트너는 “글로벌 금융 회사들 중에는 메릴린치와 UBS 등이 고액자산가를 대상으로 한 디지털 자산관리 부문에서 선도적”이라며 “비대면으로도 고액자산가들의 눈높이에 맞게 자산관리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Big story] 신우석 베인앤컴퍼니 파트너 “자산관리 혁신, 디지털 DNA 바꿔야”
다음은 신 파트너와의 일문일답.


디지털 자산관리 트렌드는 과거와 어떻게 달라지고 있나.

“2000년대 이후 대다수 국내 금융기관들이 디지털라이제이션을 진행해 왔지만, 이러한 흐름을 보다 가속화한 계기는 빅테크·핀테크 업체들의 금융업 진입이 본격화되면서다. 빅테크·핀테크 업체들은 전통적 금융 회사들의 디지털라이제이션 추진 범위, 속도, 방식과는 완전히 다른 방식의 접근으로 디지털 금융 분야의 경쟁의 룰을 재정립시켰다.

이에 따라 과거에는 금융 회사들은 완성도가 높지 않고 업체 간 차별성이 크지 않은 유사한 디지털 서비스를 운영했다. 하지만 이제는 빅테크·핀테크와의 경쟁을 위해 고객 관점의 상품, 서비스 개발 및 고객경험 혁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선도 금융 회사들은 디지털 혁신의 실행력 제고를 위해 조직 구조, 업무 방식, 인력 배치 등 운영모델 고도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고객들의 디지털 자산관리에 대한 눈높이가 과거와 많이 달라지면서 금융 회사들도 이에 맞춰 끊임없는 혁신을 하고 있다. 국내 금융 회사들의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에 대한 평가를 해주신다면.

“지난 3년간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를 겪으며 한국과 마찬가지로 다른 선진국들도 금융 고객들의 디지털 서비스 이용 규모가 급증한 반면, 오프라인 채널 방문 비중은 확실히 감소했다. 최근 엔데믹으로 전환됐지만 고객들의 오프라인 이용 비중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다수 금융 회사들이 코로나19를 계기로 급성장한 디지털 금융 시장 기회를 효과적으로 선점하기에는 여전히 디지털 경험, 전문성 및 역량이 충분히 확보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정보기술(IT) 인프라 수준 역시 디지털 금융 서비스 확장의 발목을 잡는다. 사업 초기부터 고도화된 디지털 기술들을 활용해 사업모델을 설계하고 운영 중인 빅테크·핀테크 업체와 달리 기존 금융기관들은 규제 요인으로 인해 디지털 혁신이 지연돼 온 측면도 있다. 다만 최근 정부에서도 규제 완화를 위한 다양한 검토가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다.”

해외 금융 회사들의 디지털 자산관리 부문 서비스 역량이나 기술력에 대해 평가해주신다면.

“전 세계 금융기관 중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성공의 대표적 사례로 언급되는 싱가포르 DBS의 경우, 디지털 자산관리를 이용하는 대중부유층 고객들을 대상으로 오프라인과 마찬가지로 비대면 전담 프라이빗뱅커(PB)들이 배정된다. 이들은 약 250~300명 정도의 비대면 고객들을 전담 관리하고 있는데, 전담 고객 대상 효과적 밀착 관리를 위해 개발된 디지털 툴이 이들의 핵심 경쟁력이다.

각 PB들은 디지털 툴을 활용하고 본인의 전담 고객이 디지털 자산관리 플랫폼상에서 어떠한 활동들을 수행했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각 고객별 자산 포트폴리오, 투자 수익률 현황은 물론, 고객이 어떤 상품, 서비스를 검색했는지, 어떤 콘텐츠를 이용했는지 등도 알 수 있다. 전담 고객별 투자 성향, 투자 실적, 주요 니즈 등을 충분히 파악하고 이에 맞는 상담 및 자문을 제공할 수 있는 체계가 갖춰져 있다는 의미다.”

고액자산가를 위한 자산관리 비즈니스가 금융 회사들의 주요 사업으로 대두되면서 이에 맞춰 디지털 자산관리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국내 금융 회사들이 고액자산가를 위한 디지털 자산관리 비즈니스로 어떤 준비가 필요하다고 보는가.

“최근 금융기관들이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고객에게 제공 중인 상품, 서비스 및 콘텐츠의 수준이 과거 대비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고액자산가 고객들을 충분히 만족시키기에는 개선과 보완의 여지가 크다고 본다.

자산관리업의 핵심은 상담 및 자문임을 고려할 때 디지털에서 제공되는 상품, 서비스 고도화와 병행해 ‘비대면 휴먼채널’의 역량 및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필요하다. 국내에서도 다수 금융기관들이 비대면 PB채널을 초기 운영하고 있는데, 디지털을 통해 제공되는 서비스와 긴밀하게 연계되는 ‘비대면 휴먼터치’ 강화를 통해 기존 오프라인 WM센터에서 제공되는 수준의 자산관리 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어야 한다.”

국내 금융 회사들이 디지털 자산관리 부문에서 어떤 부분이 개선돼야 한다고 생각하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문자 그대로 사업모델이 디지털 관점에서 근본적으로 재정의돼야 한다는 의미다. 기존의 비즈니스 형태, 조직 구조, 업무 방식의 근간은 그대로 남겨둔 상태에서 부분적으로 디지털을 덧입히는 방식은 진정한 의미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라고 볼 수 없다.

디지털 자산관리 또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관점에서 사업모델 전체를 근본적으로 혁신하는 방향을 지향해야 한다. 단순 나열식 서비스 구성, 복잡한 이동 경로, 분산된 기능 등을 방치한 채로는 고객이 원하는 탁월한 수준의 디지털 자산관리 고객경험을 제공할 수 없다. 또한 현재 도입 초기 단계에 있는 개인화된 맞춤형 자문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고도화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효과적인 디지털 자산관리를 위해 금융 회사들이 무엇을 갖춰야 한다고 보는가.

“디지털 전문 인력 확보는 성공적 디지털 전환을 위한 핵심적 선결요건이다. 디지털 서비스 기획자, 디지털 마케터, 사용자경험(UX)/사용자인터페이스(UI) 디자이너, 데이터 분석 전문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등을 포함해 디지털 관련 핵심 직군별 전문 인력들이 균형적으로 확보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디지털 고객경험을 총괄적으로 설계하는 서비스 기획 역량 및 디지털 마케팅 역량의 확충이 시급하다. 이를 통해 타깃 고객들을 가장 효율적인 방식으로 발굴해 우리 플랫폼에 유입시키고, 이들이 원하는 맞춤형 상품 및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고객경험 전반에 걸친 경쟁력 강화를 도모할 수 있다.”

금융 회사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위해 조언을 해주신다면.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진정한 의미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사업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들이 디지털이라는 ‘새로운 시대의 문법’에 맞게 근본적으로 재설계, 재구축되는 과정이다. 모든 것이 바뀌어야 하기 때문에 당연히 하루아침에 이뤄질 수 없고, 경영진만의 노력으로도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회사의 현황, 전략 및 지향점을 고려해 최적의 범위, 순서, 속도를 결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실행 로드맵과 각 단계별 핵심 과제를 명확히 정의하는 것이 필요하다. 성공의 관건은 이를 얼마나 제대로 실행해낼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이미경 기자 esit917@hankyung.com | 사진 이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