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M Report] 경기 전망 양극화, 집중 투자보다 다각화가 유리
올 초부터 다수의 글로벌 금융기관들이 잇따라 보수적인 시장 전망을 내놓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 기조가 지속되는 가운데, 일부 주요국들의 경기 둔화 시그널이 계속해서 나타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 시장은 올 상반기 투자자들의 우려와 달리 양호한 성과를 시현했다. 미국을 포함한 주요국들이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양호한 경기 확장세를 유지하고 있는 데다 지난해 치솟던 물가도 안정화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의 경우 올 초 이후 지속적으로 경제지표가 시장 예상을 상회하는 가운데 소비 심리를 보여주는 콘퍼런스 보드 6월 소비자신뢰지수가 2022년 1월 이후 1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주식 시장의 랠리를 뒷받침했다.

반면 인플레이션 압력 완화에도 불구하고 미적지근한 근원 물가 상승률의 하락 속도는 주요 중앙은행들의 긴축 장기화를 야기하고 있다. 더욱이 긴축 부담 누적에 따른 금융 여건의 위축은 언제든 금융 시장을 뒤흔들 수 있는 뇌관으로 남아 있다. 이는 금융 시장에서 향후 글로벌 경기에 대한 극단적인 의견이 팽배하게 맞서고 있는 이유로도 작용한다.

미국이 경기 침체를 피하면서 주식으로 대표되는 위험자산의 상승세를 지속할 것이라는 낙관적 ‘노 랜딩(no landing)’ 시나리오와 심각한 경기 침체 진입을 앞두고 안전자산으로 대피해야 한다는 비관적 시나리오 사이에서 투자자들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자산 배분 전략 통한 다양한 투자 기회 포착

올 하반기에는 극단적인 시장 전망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면서 다양한 투자 기회를 포착할 수 있는 자산 배분 전략을 제안하고자 한다. 우선 포트폴리오 가운데 우량 등급 채권 비중을 확보함으로써 향후 경기 둔화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

물론 주요 중앙은행들이 성장 둔화보다 물가 상승에 대한 경계감을 높이며 매파적 기조를 지속하고 있다는 것은 채권 투자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점이 분명하다.

캐나다와 호주의 중앙은행은 각각 지난 1월과 3월 금리를 동결한 이후 5개월, 2개월 만에 재차 기준금리를 인상하며 긴축 사이클로 회귀하기도 했다.

그러나 하반기에는 그동안 누적된 긴축 영향이 더욱 가시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Fed가 기준금리를 높여 갈수록 경기 부담은 심화될 가능성이 높고, 중장기적 관점에서 우량 장기 채권은 투자자에게 매력적인 자본 차익을 가져다줄 것으로 예상한다.

또한 채권 자산 전반이 역사적 평균을 상회하는 수준의 수익률(yield)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도 우량 채권의 투자 매력을 높이는 요인으로 부각될 수 있다.

따라서 현시점은 경기 둔화로 금리가 낮아지기에 앞서 투자등급 채권을 확보함으로써 높은 수준의 인컴(수익)을 고정시킬 수 있는 매력적인 기회라고 판단한다. 그러나 금융 여건의 위축 가능성을 고려해 신용 위험에 대해서는 보수적인 시각을 견지할 필요가 있다.

하이일드 채권은 재무 구조가 상대적으로 취약한 저신용등급 기업들이 발행한 채권인 만큼 높은 금리 수준과 신용 여건 위축에 따른 부실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물론 하이일드 채권의 인컴 수준은 매력적이지만, 경기 침체 여파가 추가적으로 가격에 반영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WM Report] 경기 전망 양극화, 집중 투자보다 다각화가 유리
美·유럽은 양극단 투자로 리스크 낮춰야

주식 포트폴리오는 아시아 주식 비중을 확보하되 미국 및 유럽 주식 중에서는 업종 간 바벨 전략을 활용하기를 제안한다. 바벨 전략이란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을 바벨 모양처럼 양극단에 투자함으로써 리스크를 낮추는 동시에 수익도 추구하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경기 침체 가능성이 잔존하지만 시장은 이미 지난해부터 경기 둔화 전망을 가격에 반영해 왔고 지속적으로 양호한 고용과 소비지표가 급격한 경기 침체 진입 가능성을 낮추고 있다.

다만, 연초 이후 미 증시가 인공지능(AI) 테마와 메가캡(초대형주) 종목들 위주로 좁은 폭(breadth)의 랠리를 이어 왔다는 점은 부담 요인으로 작용한다. 소수 성장주의 가파른 반등에는 Fed의 긴축이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며 할인율 상승이 제한될 것이라는 믿음이 자리 잡고 있다.

Fed의 긴축이 계속되면 주가 반등 폭이 컸던 업종의 상승 모멘텀을 위축시킬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미국 주식 가운데 가장 강한 이익 모멘텀을 보이는 커뮤니케이션 서비스 업종과 AI 기술 수요 증가의 수혜가 가능한 반도체 및 소프트웨어 산업 중심의 정보기술(IT) 업종은 추가 상승 여력이 남아 있다고 판단한다.

특히 미국 기술주는 경기 침체 구간에서는 다른 업종과 마찬가지로 부진한 성과를 보이지만, 침체 전후의 성과는 이를 만회하고도 남을 정도로 양호한 모습을 보인 바 있다. 이를 바탕으로 바벨의 한쪽에는 IT 및 커뮤니케이션 서비스 업종을 확보해 두고 반대쪽에는 경기 둔화 국면에 방어적 특성을 보이는 헬스케어 업종을 배치한다는 생각으로 투자 자산을 배분한다면 매우 적절할 것이라고 판단한다.

유럽 주식의 경우, 밸류에이션 매력이 높고 기업 이익이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음에도 유럽중앙은행(ECB)의 매파적 기조로 인한 부정적 영향이 상존한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다만, 유럽 IT 업종에서 50% 이상을 차지하는 반도체 부문의 경우, AI 투자 수요 확대에 따른 수혜가 가능하다. 럭셔리 브랜드 및 자동차에 대한 견조한 수요와 중국의 경기 회복 가능성에 대한 수혜가 가능한 경기소비재 업종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 긴축 환경에서 오히려 견조한 이익 성장이 기대되는 금융 업종을 더함으로써 유럽 주식 포트폴리오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다.
[WM Report] 경기 전망 양극화, 집중 투자보다 다각화가 유리
투자 매력 높은 아시아 주식 비중 확보해야

마지막으로 상대적인 관점에서 투자 매력이 높은 아시아 주식 비중을 일부 확보하기를 제안한다. 주요 선진국의 경제지표가 둔화되고 중앙은행의 매파적 기조가 지속될 경우, 상대적으로 양호한 경기와 완화적인 통화정책이 유지되고 있는 아시아 지역의 주식에 대한 투자 매력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이에 일본, 중국, 인도, 한국을 비롯한 주요 아시아 국가의 주식 전반에 대해 다각화된 접근을 권한다. 특히 지난해까지 ‘제로(0) 성장’에 가까웠던 일본은 올해 1분기 0.7%(전분기 대비)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기록하며 주요 8개국(G8) 평균 성장률 전망치를 웃도는 성장을 시현할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지난해 8월 이후 9개월 연속 3% 이상 유지되며 만성적 디플레이션(물가 하락)이 개선되고 있다. 이렇듯 양호한 경기 여건, 매력적인 밸류에이션, 주식 시장의 구조적 개선 등에 힘입어 일본 증시는 상승 모멘텀을 유지할 것으로 판단한다.

자산 배분의 기초가 되는 주식과 채권 외에도 금을 포함한 원자재, 주식 롱숏 전략 등의 대안 투자 전략을 활용하면 투자의 영역을 확장할 수 있다. 비관과 낙관이 팽팽하게 맞붙는 환경에서는 집중 투자보다 분산을 통한 다각화가 유리할 것으로 판단한다.

다각화된 포트폴리오는 뚜렷한 방향성이 부재한 글로벌 시장에서 투자자가 특정한 편향 없이 머물 수 있는 단단한 기반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시장참여자들과 경제지표들이 경기 전망을 놓고 각기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는 지금, 자산 배분을 통한 균형 잡힌 대응으로 흔들리지 않고 시장에 머물며 투자의 기회를 확보하기 바란다.


글 변효정 SC제일은행 투자전략상품부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