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우태 세컨신드롬 대표

“부동산 영역에서 호텔, 상가, 오피스, 주거 등은 경기를 타지만, 오히려 셀프 스토리지는 가장 경기를 타지 않는 업종으로 분류된다.” 셀프 스토리지 산업에 대한 홍우태 세컨신드롬 대표의 진단이다. 그가 이 산업에 주목하는 배경을 들어본다.

[special] 셀프 스토리지, 불황 속 성장…시장의 미래와 투자 포인트는
“공간도 물건처럼 ‘필요한 순간’에 사용할 수 있다면, 주거 공간을 더욱 유연하고 넓게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외국계 증권 애널리스트 출신인 홍우태 세컨신드롬 대표가 만든 도심형 보관 편의 서비스 ‘다락’은 이런 고민에서 출발했다. 다락이 국내 시장에 등장한 시점은 2016년 무렵이다. 홍 대표는 셀프 스토리지 산업이 보편적으로 자리 잡으려면 비즈니스 출발 시점으로부터 약 10년 정도가 걸린다고 봤다. 그의 예상대로라면 국내 셀프 스토리지 시장이 본격적으로 꽃을 피울 시점도 머지않은 셈이다. 홍 대표에게 국내 셀프 스토리지의 미래 가능성과 투자 포인트를 물어봤다.

셀프 스토리지 산업에서 가능성을 본 이유는.
“부동산 가격은 도심을 중심으로 장기 우상향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모든 사람이 내 집 마련을 원하지만, 개인이 주택을 소유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 페인 포인트(pain point)를 봤다. 이사를 가지 않아도, 큰 집에 살지 않아도 주거 생활을 쾌적하게 만들 수 있는 선택지를 넓히고 싶다고 생각했다. 집 안에 있는 무언가를 바깥으로 아웃소싱을 할 수 있다면 집을 재구성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침실, 화장실, 부엌은 집에서 빼낼 수 없는 공간이지만 옷장, 서랍장, 베란다, 다용도실 등 물건을 수납하는 공간은 아웃소싱을 할 수 있겠다고 봤다. 필요에 따라 집에 둘 수도, 떼어낼 수도 있는 개념을 만들어주면 사람들이 집에 대해 얻는 만족도가 높아질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또 이런 아웃소싱 공간은 창고와 유사한 형태가 되겠다고 생각했다. 여기까지 생각이 흐른 뒤 알고 보니, 해외에서는 셀프 스토리지라는 이름으로 거대 산업이 형성돼 있더라. 이미 60조~70조 원 정도의 시장이 있었고, 일본만 하더라도 1조 원 정도의 시장이 존재했다. 해외에서도 어느 정도 검증된 산업이라는 점에서 가능성을 봤다.”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 창고 대여 비용을 지출하려는 일반 소비자 수요가 많을까.
“셀프 스토리지를 추가적인 비용으로 인식한다면 경기가 안 좋을 때 관련 지출을 줄이려고 하는 게 당연할 것이다. 그런데 해외 사례를 보면 셀프 스토리지는 추가적인 비용의 개념이 아니라 오히려 코스트 세이빙(cost saving: 비용 절감)의 개념으로 자리 잡았다. 결국 가장 큰 부담이 되는 것은 주거 비용이다. 좀 더 저렴한 집으로 가서 집에 대한 코스트를 줄이는 것이 훨씬 많은 경제적 혜택을 가져올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셀프 스토리지를 하나의 선택지로 생각해볼 수 있지 않을까. 작은 집으로 이사할 때는 셀프 스토리지에 짐을 보관해 뒀다가 나중에 큰 집으로 옮기면 짐을 다시 가져오는 것도 가능하다. 특히 최근 국내 월세 비중이 전세를 초과했다. 공간을 대하는 인식이 매월 비용을 지출하는 쪽으로 자리를 잡아 가고 있다. 매일 거주하는 ‘메인 공간’과 셀프 스토리지라는 ‘서브 공간’으로 나눠, 두 선택지를 개인 상황에 최적화시킬 수 있다.”

경기민감 업종과는 거리가 있나.
“경기를 타는 업종은 전혀 아니다. 2020년에 코로나19를 겪었고, 2022년 말에 금리 인상기를 겪었는데 다락은 경기와 무관하게 꾸준히 우상향했다. 다락뿐만 아니라 해외 셀프 스토리지 업체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경기 방어적인 섹터로 인식되고 있다. 부동산 영역에서 호텔, 상가, 오피스, 주거 등은 경기를 타는 반면 셀프 스토리지는 경기를 가장 타지 않는 업종으로 분류된다. 경기가 부진했던 시기에 해외 셀프 스토리지 업체의 주가는 오히려 올라가는 경향을 보였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경기가 안 좋을 때 비용을 줄이려는 목적으로 셀프 스토리지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공간당 비용을 생각했을 때 셀프 스토리지는 주거보다 저렴하기 때문에 오히려 경기 방어적인 업종이다.”

셀프 스토리지 비즈니스에 참여하는 방법은.
“부동산 물건을 소유한 분이라면, 다락이 해당 건물에 셀프 스토리지 시설을 만들어 위탁 형태로 운영해 드리고 있다. 운영 수익금은 매달 배당 형태로 지급된다. 건물을 갖고 있지 않은 분이라면, 임대 물건을 대신 찾아 셀프 스토리지 시설을 구축해 드리기도 한다. 본인이 직접 운영해도 되고, 다락이 운영을 대행해 수익을 배분하는 형태도 가능하다. 만약 지점 하나를 낼 만큼 큰 자본이 없다면 소액으로도 투자가 가능하다. 하나의 지점을 만드는 데 여러 명의 개인이 참여하는 일종의 공동사업 개념이다.”

투자 수익률은 어떤가.
“지점마다 다르겠지만, 내부 시뮬레이션 결과 투자 초기 수익률은 연 10% 중반에서 향후 연 20%까지 가능한 것으로 나왔다. 물론 이런 수준의 수익률을 모든 지점에서 보장한다는 뜻은 아니다.”

투자적 관점에서 이 산업만의 메리트가 있나.
“셀프 스토리지 산업을 투자 대상으로 바라보는 분들은 본업 외 현금흐름을 만들기 위해 이 시장에 진입한다. 노동력을 투입할 필요가 없는 무인 사업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안정적으로 장기 운영할 수 있다는 것도 셀프 스토리지 산업의 장점이다. 대부분의 프랜차이즈 비즈니스는 유행을 많이 타기 때문에 1~2년 이후 없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한다. 또 주기적으로 인테리어 등에 재투자를 해야 하는 점도 부담이다. 반면 셀프 스토리지는 이용자들이 1년 주기로 계약하는 경우가 많아 안정적이다. 호텔에서 객실 점유율이 확보되면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한 것처럼, 셀프 스토리지 또한 공간 점유율이 어느 정도 올라가면 꾸준히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분야다.”

미국 시장에서는 리츠(REITs)를 통한 셀프 스토리지 투자도 주목받던데. 머지않아 국내에도 그런 시장이 열릴까.
“해외 셀프 스토리지 산업의 역사를 보면 결국은 부동산 펀드 등 투자 자산의 형태로 발달해 왔다. 수익률이 통상적으로 부동산 개발에 필요한 자금에 대한 이자를 커버하고도 남는 수준이다. 따라서 해외에서는 리츠가 토지를 매입해 건물을 짓고 셀프 스토리지를 함께 운영하는 형태를 띠는 게 보편적이다. 국내 셀프 스토리지 시장은 아직 부동산 개발까지 가기에는 초기 시장이다. 다락 또한 지점 형태로 운영하며 이 산업을 알리는 데 주력해 왔다. 개인적으로는 지금 변곡점이 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 금리 인상으로 인해 부동산 개발 사업이 많이 어려워진 것으로 알고 있다. 기존 부동산 섹터에서 좋은 수익을 가져다줬던 물류센터 등의 수익성이 저하된 가운데, 셀프 스토리지 시장은 계속해서 커지고 있다. 만약 국내에서 셀프 스토리지 관련 부동산 개발 사업의 첫 사례가 생기고 트랙레코드(투자 실적)가 만들어진다면 부동산 매입, 건설부터 시작하는 형태의 셀프 스토리지가 많아질 것 같다. 이런 사례가 많아지면 주식 시장에 관련 리츠가 상장되는 일도 생길 것이라고 본다.”

국내 셀프 스토리지 산업의 앞날을 전망한다면.
“한국 셀프 스토리지 시장이 성장하기 시작한 것은 불과 6년 정도밖에 안 됐다. 그런데 국내 시장의 성장 속도는 다른 나라에 비해 굉장히 빠르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한국은 소득 대비 주택 가격이 유독 높고, 주거 면적이 33㎡ 미만으로 굉장히 작아 공간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한다는 점을 큰 배경으로 꼽을 수 있다. 이미 1인 가구가 많은 데다, 인당 주거 면적은 일본보다도 더 작다. 또 최근 부동산 경기와 지속적으로 부족한 주택 상황을 고려하면 한국 셀프 스토리지 시장의 성장 속도는 빠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현재 일본은 100가구 중 1가구가 셀프 스토리지를 이용하고 있다. 오는 2027년 정도면 우리나라도 일본과 비슷한 규모로 시장이 커질 것으로 본다.”

글 정초원 기자 ccw@hankyung.com | 사진 세컨신드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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