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제일은행에서 자산관리 부문을 지휘하는 사친 밤바니 전무는 “자산가들이 원하는 글로벌 투자 상품과 WM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기에 SC제일은행이 가장 좋은 위치에 있다”고 강조한다. 2025년 한국 WM 시장을 바라보는 SC제일은행의 시각을 들어본다.
[WM 리더] 사친 밤바니 SC제일은행 자산관리·브랜치사업부문장
사친 밤바니 SC제일은행 자산관리·브랜치사업부문장(전무)이 한국 WM 시장과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2022년 5월의 일이다. SC제일은행에서 자산관리 부문을 맡은 지 3년에 가까워지고 있다. 지난 1월 16일 서울 종로구 공평동 SC제일은행 본점에서 밤바니 전무를 만났다.

“한국에 부임했던 시기가 2022년이었다. 당시 다른 시장과 마찬가지로 한국도 약간의 어려움이 존재했던 상황이었다. 그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WM 산업이 성장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우선 한국의 WM 시장에는 어플루언트(자산가) 고객이 굉장히 많은 편이다. 자산가로 성장하는 과정에 있는 고객들도 많아, 곧 시장의 성장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봤다. 또 한국의 WM 산업은 전반적으로 회복력이 강하고 성장성이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일반적으로 시장이 어려울 때 두 가지 상황이 발생한다. 업계가 위축하거나, 반대로 어려움을 극복하고 산업의 전반적인 건전성이 개선되면서 성장하기도 한다. 한국은 두 가지 상황 중 후자에 속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은행의 뮤추얼펀드 운용자산(AUM)이 2019년 이후 계속해서 하락 중이었는데, 2024년에 굉장히 오랜만에 성장했다. 뮤추얼펀드는 개인투자자들이 자산관리 포트폴리오를 만들기 시작할 때 투자하기 좋은 상품이다. 이 펀드가 여러 해 동안 하락세를 보였다가 다시 늘었다는 것은 업계의 건전성이 개선되고 성장할 준비가 됐다는 신호다. 마지막으로 한국 고객들은 개인화된 자문 서비스, 더 우수한 디지털 플랫폼 경험, 글로벌화된 상품을 원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나는 현상인데, 한국 시장에도 비슷한 트렌드가 생겨나고 있다. 이 또한 한국의 금융 산업이 성장할 준비가 됐다는 근거로 보인다.”
그동안 자산관리 조직을 이끌며 가장 초점을 맞춘 부분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비전은 고객들의 신뢰를 받는 글로벌 자산관리 전문가가 되는 것이다. 첫 번째로 전 세계에 존재하는 고객들에게 일관성 있고 체계화된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SC제일은행은 글로벌 투자 전략 전문가들이 분석한 금융 시장 전망과 투자 전략을 발표하는데, 세계 각국에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여러 글로벌 현장에서 받은 피드백을 발표 내용에 반영한다. 이는 체계화된 포트폴리오 리뷰로 이어지고, 결과적으로 고객들이 건강하게 포트폴리오를 관리할 수 있게 된다. 또 업계 최고의 자산운용사 상품을 우리가 직접 선정해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차별화된 글로벌 포트폴리오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다. 특히 이런 서비스와 상품을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서도 제공해 고객 니즈를 충족시킨다.”
인공지능(AI)이 WM 업계에 미칠 영향은.
“AI와 관련한 니즈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의 경험으로는 고액자산가 고객은 여전히 개인화된 자문 서비스를 원한다고 느낀다. AI 기술을 활용할 만한 방향은 투자 자문 역할을 하는 직원들이 AI를 툴로 활용하는 쪽이다. 홍콩, 싱가포르에서는 생성형 AI를 도입해 더 나은 퀄리티의 자문을 제공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 향후 한국에서도 AI 기술을 업무에 활용하는 트렌드가 활성화되리라고 기대한다.”
치열한 국내 WM 시장 환경을 어떻게 극복할 생각인가.
“우리는 한국 시장의 유일한 글로벌 리테일 은행으로, WM 고객이 원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일관적이고 체계적인 자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예컨대 SC제일은행은 차별화된 WM 자문 프레임워크인 ‘SC웰쓰셀렉트’를 갖고 있다. 장기 투자와 단기 투자로 나눠 고객 포트폴리오를 설정할 수 있는 콘셉트다. 투자 지역과 자산군의 다각화를 추구하며 장기적인 자산 축적을 이룰 수 있는 ‘파운데이션’, 그리고 단기적이지만 흥미로운 투자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오퍼튜니스틱’으로 구분한다. 여기에 고객의 단기적인 자금 니즈인 투데이(today), 미래의 니즈를 담은 투모로우(tomorrow), 유산 상속을 뜻하는 포에버(forever)라는 세 가지 목적을 접목해 고객 자문을 진행한다. 더불어 투자 자문을 전문으로 맡고 있는 스페셜리스트의 존재도 우리의 장점이다. 이들은 고객들이 얻을 수 있는 최선의 이익이 무엇인지 살펴보고 그에 따른 자문 서비스를 제공한다. SC제일은행만의 특별한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파운데이션과 오퍼튜니스틱의 비중은 어떻게 결정하는 것이 좋나.
“고객마다 리스크 수용도와 투자 스타일이 다르기 때문에 개인의 성향에 맞게 결정해야 한다. 그렇지만 파운데이션의 비중을 좀 더 크게 가져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퍼튜니스틱 전략은 어디까지나 단기 투자를 위한 것이기 때문에 장기적인 자산 축적을 위해서는 파운데이션 비중을 더 높여야 한다.”
프라이빗뱅킹(PB) 비즈니스를 위한 특화점포에 대한 계획도 있나.
“PB 대상의 고객군을 확장시키고자 하는 계획은 갖고 있다. PB 전용 지점이나 WM센터가 될 수도 있겠고, 원격 자문을 받길 원하는 고객들에게는 영상 통화를 통해 소통하는 모델도 생각할 수 있다. 이 모든 것을 포함해 PB 비즈니스 모델을 개선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인도 고객들은 인도 시장에 대한 투자 비중이 조금 더 높은 편이다. 이는 인도가 전 세계에서 자산 시장이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다만 인도에서도 글로벌 익스포저를 높이고자 하는 수요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자산을 다양하게 보유하는 것이 더 안전하고, 이것이 회복력 있는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때 가장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또 싱가포르 고객들은 글로벌 자산 배분을 훨씬 선호하는 면이 있다. 싱가포르의 경우 글로벌 투자 허브이기 때문에 내수 시장에 대한 뚜렷한 선호보다는 다양한 지역을 대상으로 고른 투자가 일어나는 경향이 있다. 투자의 다각화를 통해 장기적인 투자 목표를 달성하려는 움직임이 강하다.”
최근 몇 년간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서 미국 주식 투자 열풍이 불었다. 미국 중심의 투자가 이어지고 있는 최근 분위기에 대한 시각이 궁금하다.
“올해 글로벌 시장의 가장 큰 테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이라고 본다. SC제일은행도 최근 ‘트럼프 카드 활용법’을 올해의 테마로 내세운 전망 보고서를 내놨다. 이런 시장 전망에 따라 미국 주식 비중을 확대하라는 의견을 제시했는데, 그렇다고 해서 모든 포트폴리오를 미국 주식으로 구축하라는 이야기는 당연히 아니다. 미국 주식 외에도 선진 시장의 채권 비중을 늘리라는 의견을 냈다. 비중을 확대하라는 것은 지금 가지고 있는 포트폴리오 내에서 상대적으로 비중을 늘리라는 뜻이다. 다른 자산군의 비중 축소 의견도 마찬가지다. 아예 투자하지 않아야 한다는 게 아니라 상대적으로 비중을 낮추라는 의미다. 포트폴리오는 지역별, 자산군별로 다각화가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만 강한 파운데이션을 구축할 수 있고, 고객들이 장기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한국 시장에서의 목표가 있다면.
“앞으로도 한국 시장에 더 오래 머무르면서 성장 엔진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싶다. 모기업인 스탠다드차타드는 글로벌 은행인 만큼 세계적인 수준의 WM 역량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글로벌 시장의 선진화된 WM 경험을 한국 시장에 꾸준히 도입해 고객들에게 제공하고 싶다. 특히 지난해 한국은 SC그룹 내에서 웰스(자산관리 분야 실적) 성장이 가장 컸던 시장이다. 지금과 같은 높은 성장세를 유지해 나가는 게 목표다. 수익뿐만 아니라 고객 관련 지표도 함께 성장시키고자 한다.”
대담 장승규 편집장 | 정리 정초원 기자 | 사진 서범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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