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g story] 기지개 편 청약 시장…분양가·입지별 양극화 뚜렷
지난해 최악의 성적표를 냈던 분양 시장이 다시 활활 타오를지에 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최근 주택 가격이 반등하면서 분양 시장에도 온기가 퍼지고 있는 것. 특히 올해 상반기 전국 아파트의 분양권·입주권 거래가 급증하면서 청약 경쟁률과 분양가 역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부동산R114 자료에 따르면 9월 전국의 분양 예정 물량은 3만3477가구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올해 월간 기준으로 가장 많은 물량이며 지난해 1만4793가구와 비교해도 2배 이상 많은 수준이다.

9월 한 달을 기준으로 보면 수도권에서만 전체 분양 예정 물량이 총 1만9519가구에 이르는데 이는 지난해(5326가구)보다 3배 이상 많은 수준이다. 부동산시장 분석업체인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내달(10월) 전국 54곳에서 4만9066개가 분양에 나설 예정이다. 실제 지역별 분양 물량을 지난해와 비교하면 서울이 0가구에서 1만95가구로 증가했고, 경기는 3227가구에서 6251가구, 인천은 2099가구에서 3173가구로 늘어나는 등 모든 지역에서 분양 물량이 늘었다. 실제 서울에 대부분의 분양 예정 물량이 집중된 것으로 나타난다.

이 같은 분양 물량 규모로 볼 때 9월을 기점으로 수도권과 지방의 분양 시장이 침체기를 벗어나 다시 활기를 띠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하지만 분양 예정 물량과 다르게 9월 입주 물량은 2021년 9월 이후 가장 적다.

9월 기준 전국 아파트 입주 물량은 2만4986가구로 전년 동기 3만4097가구보다 27%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가운데 수도권이 8431가구로 전년 동기 대비 48%가 감소하고 물량 면에서도 2021년 9월(7776가구) 이후 가장 적은 수준이다. 이처럼 입주 물량이 크게 줄어든 배경에는 서울과 경기도에서 물량이 줄었기 때문이다.
[big story] 기지개 편 청약 시장…분양가·입지별 양극화 뚜렷
주택 공급난 우려 커지나…고분양·입지별 양극화 심화

전문가들은 향후 2~3년 뒤에 공급 부족으로 인한 주택난이 발생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실제 주택 공급의 선행 지표인 인허가와 착공 실적이 올 상반기에 크게 감소하면서 향후 2~3년 뒤에 주택 공급난이 재연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올 상반기 전국 아파트 분양 물량은 총 3만3706가구가 일반 분양됐는데 이는 2010년 하반기 이후 약 12년 만에 가장 적은 수치다. 9월을 기점으로 증가세를 보였지만 지난해보다 역부족이다.

특히 고금리와 인플레이션 장기화 등 대내외 상황 악화로 주택 공급 부족 가능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 때문에 정부에서는 새로운 주택 공급 대책으로 3기 신도시 공급 일정을 기존보다 앞당기고, 물량을 일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올 상반기 전국 건축 인허가 현황을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인허가 면적과 착공 면적이 전년 대비 각각 22.6%와 38.5% 감소했다. 다만 준공 면적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3.3% 증가했다.

올해 1~6월 기준 전국 허가 면적은 7202만9000㎡로 전년 대비 22.6% 감소했다. 이는 다세대주택과 다가구주택 등의 허가 면적 감소로 전년 같은 기간 9303만8000㎡보다 2100만9000㎡ 줄었다. 동수도 전년 같은 기간 10만5626동보다 2만8125동이 감소한 7만7501동으로 조사됐다.

올 상반기 전국 착공 면적은 3592만㎡로 연립주택, 다세대주택 등의 착공 면적 감소에 따라 전년 5845만3000㎡ 대비 2253만3000㎡ 줄었다. 동수는 5만8475동으로 전년 8만2036동 대비 2만3561동이 감소했다.
[big story] 기지개 편 청약 시장…분양가·입지별 양극화 뚜렷
앞으로 고분양가 현상이 지속되고 입지별 양극화는 더욱 심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부동산R114 자료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3.3㎡당 평균 분양가는 올 1분기 1682만 원에서 올 2분기에는 1730만 원으로 2.9% 올랐다. 특히 서울은 이 기간 2593만 원에서 3017만 원으로 16.4% 상승했다. 3분기 들어 서울은 3700만 원을 넘어섰다.

고분양가 흐름과 함께 분양 시장에서도 입지와 상품성, 브랜드에 따라 청약 시장 양극화가 본격화됐다. 서울의 인기 단지는 높은 경쟁률과 고득점자들이 몰리며 흥행불패를 이어 갔지만, 지방에서 분양된 단지들은 모집 가구 수를 거의 채우지 못하는 등 상반된 분위기가 나타났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택지비와 건축비, 사업비 상승 등으로 건설사와 조합이 비용 상쇄를 위해 분양가 인상을 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원자재값 현실화로 인해 고분양 청약 주택들이 계속해서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분양 시장에 대한 규제 완화 법안 계류 등 리스크가 여전히 상존해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11월에 둔촌주공을 비롯한 서울과 경기 인기 지역의 미분양 사태가 잇따르자 정부는 2017년부터 시행된 분양권 전매 금지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등 규제지역 해제와 함께 청약 규제 완화를 적극 시행했다. 하지만 분양 아파트 실거주 의무 폐지 법안이 현재 계류된 상황에서 분양 시장이 다시 얼어붙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분양 시장의 규제 완화의 시행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한 분양 주택의 실거주 의무 개정안의 통과 여부가 관전 포인트다. 분양권상한제 실거주 의무 폐지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엔 분양권 전매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분양권과 입주권의 단기 양도세율 인하 개정안 통과 여부도 관심사다. 만약 이 개정안 역시 통과되지 않을 경우 투자자 진입 한계와 매도 물량은 감소할 수밖에 없다.

박 전문위원은 “대출이 너무 늘어서 수요자를 위한 분양 규제 완화 정책은 당분간 나오기 쉽지 않다”며 “고금리 등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더블유(W) 형태의 흐름이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경 기자 esit91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