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

[big story] "집값 하락 요인 희석돼...실수요자 연내 매수 고려해야"
“실수요자라면 올해 안으로 빠르게 주택을 매수하는 편이 유리하다고 봅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부동산 시장의 분위기가 전환된 현시점 주택 매수를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간 집값 하락에 영향을 끼쳤던 요인들이 다소 힘을 잃어, 시장 분위기가 ‘올해 강보합, 내년 소폭 상승’ 쪽으로 돌아섰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부동산 시장 분위기가 많이 바뀐 것 같습니다. 상반기 이후에 부동산 시장의 가격이 상승한 반면, 7월부터 거래량은 다시 줄었습니다. 전반적인 상황을 진단해주신다면.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1년 동안 집값 조정기를 거쳤죠. 특히 급매물이 집중적으로 나오면서 가격 하락을 이끌었습니다. 정부도 종합부동산세 완화,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특례보금자리론 등을 통해 정책적 지지를 집중적으로 했다고 봅니다. 지금은 급매물이 소진됐고, 집값이 바닥에서 지지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급매물은 주로 다주택자가 내놓지, 1주택자가 내놓을 일은 잘 없거든요. 시장에 다주택자의 급매물이 사라졌습니다. 현재 시장에 나오고 있는 물건은 기존 급매물보다 윗단계의 물건이라, 매수자들이 추격 매수하기에는 버거워진 상태죠. 급매물을 얼마든지 살 용의가 있었던 실수요자라고 해도, 매수 적기는 올해 초였거든요. 예를 들어 7억5000만 원에는 살 마음이 있었던 물건이 지금은 8억6000만 원으로 오른 상황입니다. 바닥에 비하면 1억여 원이 올랐고, 고점에 비하면 불과 1억 원밖에 안 떨어진 거죠. 매수자가 망설이고 있는 이유입니다. 따라서 매수자들은 ‘잠깐 더 기다려볼까’ 하고 관망하는 분위기라고 보면 됩니다. 이런 이유로 7월부터는 부동산 거래량이 줄어들기 시작했죠. 일부에서는 비수기였다고 이야기하지만, 비수기를 떠나서 시장의 흐름 자체가 ‘급매물을 살 사람은 다 샀다’는 분위기가 된 겁니다.”

금리가 집값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시는지.
“지금은 금리가 큰 변수라고 보기에는 그 영향력이 희석됐다고 봅니다. 그동안 사람들은 금리 인상이 언제까지 될지 모른다는 불확실성에 떨었던 것이거든요. 지난해 연말에는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6~7%까지 올라갔다가, 지금은 4% 초중반으로 낮아졌습니다. 이 정도 금리는 매수자 입장에서 감당 가능한 수준이에요. 또 앞으로 미국이 기준금리를 최대한 올려봤자 한 번 정도 인상할 것으로 보이고, 우리나라 한국은행도 마찬가지 분위기거든요. 우리나라는 기준금리를 올리기가 미국보다 더 어렵죠. 금리 인상 폭에 따라 2023년 집값이 좌우된다는 이야기는 지난해 말에 나왔던 전망이고, 지금 상황에서는 금리의 끝이 보이기 때문에 더 올라봤자 감당할 수 있다는 느낌을 매수자들이 갖게 됩니다.”

시장 전망도 엇갈리는 상황입니다. 향후 집값 전망은.
“저는 지난해 가을부터 올해 상반기는 하락, 하반기는 지지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당시 전망했던 시장의 흐름이 올해 비슷하게 실현되고 있습니다. 올해 부동산 시장은 상승 변수와 하락 변수가 5대5의 비율로 작용할 것이라고 봤는데, 지금은 상승 요인이 좀 더 살아나는 분위기입니다. 시장에 매물이 줄었고, 또 매수에 부담이 됐던 금리의 영향이 많이 희석되고 있기 때문에 상승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는 거죠. 중산층의 구매력은 떨어져 있지만 자산가의 유동성은 여전히 유효한 상황이에요. 이 유동성이 현재 부동산으로 안 가고 은행에 정기예금으로 가 있거든요. 정기예금 금리에 만족하지 못하는 유동성이 다시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올 것이라고 봅니다. 큰 틀에서 부동산 시장 지표를 보면 올해 하반기 강보합, 내년 상반기 소폭 상승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다만 한 가지 고려해야 할 변수가 있습니다. 경기 침체입니다. 하반기 이후에는 경기 침체의 정도에 따라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분양 시장은 어떻게 보시나요.

“미분양은 전국 지역에 따라 문제는 있을 수 있으나, 수도권의 문제는 아닙니다. 전국에서도 모든 지역의 문제는 아니고, 특히 서울 미분양 물건은 소규모 단지, 원룸 등이라는 게 핵심이죠. 물론 지금 (건설사가) 분양 자체를 안 하기 때문에 미분양의 절대적인 양이 줄어들었다는 논리가 일부에서 통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다른 시각에서 보면, 현재 시장에서 미분양 물건의 매력이 오히려 많아요. 가격적인 매력, 최근 시장에 돌고 있는 새 아파트 선호 기류, 분양권 전매제한 완화, 수급 불균형 이슈 등이 앞으로도 분양 시장에 충분히 반영될 여지가 크다고 봅니다.”

향후 2~3년 내에 공급 부족으로 인한 주택난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데요.
“2025년에는 엄청난 아파트 입주 물량 공백기가 와요. 수도권을 중심으로 2기 신도시와 보금자리주택지구 입주가 마무리되면, 3기 신도시는 2028년에서 2030년에 입주합니다. 그때까지는 공공택지 신도시가 없어요. 통상 신도시는 발표 후 10년이 지나서 입주합니다. 2025년의 10년 전인 2014~2015년은 미국 리먼브라더스 사태 이후 경기가 극도로 침체했던 시기입니다. 그 영향으로 10년 뒤인 2025년에 입주할 공공택지 물량이 없어진 거죠.”

전국 아파트 전세 가격도 오르고 있습니다. 전세 시장은 어떻게 전망하시나요.
“내년 아파트 입주 물량이 굉장히 적고, 집값이 올라가고 있습니다. 따라서 전세 가격도 함께 상승한다고 봅니다. 전세 가격은 매매 가격이 올라가면 동행하는 패턴을 보이거든요. 최근 전세 가격이 올라가는 배경도 집값 상승에 동행하는 측면이 큽니다. 만약 내년에 주택 매매 가격이 크게 안 오른다고 하더라도, 전세 가격은 급등할 우려가 있습니다. 매매 가격은 강보합에서 소폭 상승 정도를 예상하는데, 전세가는 이보다 더 올라갈 우려가 있다는 거죠. 그렇게 오른 전세가가 자칫하면 매매가를 더 밀어 올릴 여지도 있습니다. 결국 입주 물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이 원인입니다.”

실수요자 입장에서 매수 시기 및 전략은.
“현재 급매물이 많이 줄어든 상황이지만, 시장에 나오는 급매물을 찾아보는 게 좋습니다. 사실 올해 초 바닥을 찍었을 때 집을 매수하는 게 가장 좋았을 것이라고 보지만, 매수 심리상 그 시기에 집을 사기는 쉽지 않았을 겁니다. 하락 추세일 때는 집값이 더 내려갈 것이라고 예상하게 되기 때문이죠. 상승세로 돌아선 3분기에서 연말 사이에 집을 매수하는 것을 고민해보기를 권합니다. 올해 안으로 빠르게 주택을 매수하는 편이 유리하다고 봅니다.”

글 정초원 기자 ccw@hankyung.com | 사진 서범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