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광제 교보증권 수석연구원

[big story] "향후 2~3년 고금리 불가피...올 하반기 주택 가격 하락"
백광제 교보증권 수석연구원은 최근 몇 년 새 가파르게 오른 주택 가격 수준을 회복하려면 아직 안심하기엔 이르다는 입장이다. 그는 “기준금리 동결, 정책금리에 따른 낮은 대출금리, 규제 완화, 하반기 이후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에도 국채와 은행채 발행 증가에 따른 시장금리 상승, 중심지 입주 물량 증가에 따른 연쇄 이주, 역전세난 위험 확대를 이유로 하반기 가격 하락을 전망한다”고 진단했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최근 전국 아파트 전세 가격이 오르고 있습니다. 전세 시장은 어떻게 전망하시나요.
“최근 3개월간 연속으로 전셋값이 올랐다는 지표는 팩트입니다. 하지만 전셋값 상승을 월 단위로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부동산 매매도 마찬가지지만 전세도 계약 기간이라는 게 있잖아요. 보통은 2년이 기본 단위죠. 기억하시겠지만 딱 2년 전인 2021년 9월 전국 부동산 매매가, 전셋값 모두 고점을 찍었습니다. 그 재계약 시점이 지금인 셈이죠. 그런데 실제 가격을 비교해봅시다.

서울의 핵심 지역인 반포의 경우만 봐도 10년 된 아파트들의 전세가가 당시 30평(99m2) 기준 22억 원 수준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14억 원 수준이에요. 물론 올 초에 약 12억 원이었던 시세를 감안하면 10%가량 오른 가격이지만 2년 전과 비교했을 때는 못 미치는 금액이죠. 최근 정부에서 ‘임대인 대출 규제 완화’로 역전세 위험이 당장 누그러든 것은 맞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어요. 현재 전셋값 상승의 또 다른 이면에는 전세 물건 증가, 임차권 등기 신청 급증, 전세 보증 사고 등 다양한 이슈들이 동시에 일어났던 부분들도 분명히 기억하셔야 합니다. 현재 전셋값 상승에 너무 현혹될 필요는 없습니다.”

상반기 이후에 부동산 시장의 가격이 상승한 반면, 7월부터 거래량은 다시 줄었습니다. 배경이 뭘까요.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 이후 상반기 서울 실거래가지수가 반등한 것은 초급매 소진에 의한 거래가 상승과 시중금리 하락에 따른 투자 수요 증가에 따른 것으로 보입니다. 대출 규제 완화 등 정부의 적극적인 부동산 부양책으로 초기 미분양 물량은 서서히 감소하고 있으나, 준공 후 미분양 증가세는 수도권에서도 확산하고 있죠. 현재의 지수 상승이 실수요 때문인지, 전매제한 해제에 따른 투자 수요 증가 때문인지 주택 가격의 방향성에 대한 상식적인 판단이 필요한 때입니다. 사실 부동산 시장이 지금 많이 회복됐다고 하지만 실제로 그 절반도 안 되는 수요가 거래되고 있거든요.”

시장 전망도 엇갈리는 상황입니다. 향후 집값 전망은 어떻게 보시나요.
“하락할 것으로 보입니다. 여러 이유들이 있는데 우선 고금리 기조를 간과할 수 없습니다. 현재 시장에서 나오고 있는 금리들은 상당수 정책적 지원들이 많이 포함된 금리이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기준금리가 하락한다고 하더라도 시장금리는 더 오를 수 있는 상황입니다.

저는 향후 2년간 이런 고금리 시대가 지속이 될 것으로 보여요. 여기에 세수 부족, 수출 감소, 유가 상승 등 현 경제지표들을 감안했을 때 (단기 내) 저금리로 돌아가는 시나리오는 경제위기 외에는 어려워 보일 정도입니다. 저금리 시대 투자를 통해서 상승한 자산 가격은 하락할 수밖에 없는 구조예요. 부동산 수익률만 봐도 그래요. 현재 고금리 시대에 안전자산이 위험자산의 수익률을 추월하고 있어요. 오피스, 상가 등 상업용 부동산의 임대 수익률이 1%가 안 돼요. 보통 상업용을 할 때는 수익률 4% 정도는 돼야 하거든요. 주택도 상황은 마찬가지입니다. 장기적으로 예상되는 금리 상승은 대출 부담 증가와 임대수익률 등 내재 수익률 하락을 유발하고 공급 증가와 더불어 기존 주택 가격 하락에 힘을 보탤 것입니다. 부동산 가격은 절대 빠지지 않는다는 믿음만으로 투자하는 것은 금물입니다. 상식적인 투자 관점이 필요해요.”

향후 공급 부족으로 인한 주택난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는데 어떤가요.
“저는 2020년 하반기를 기점으로 공급 부족은 끝났다고 생각합니다. 생각해보세요. 최근 10년 새 우리나라 집값이 언제부터 올랐습니까. 2013년 바닥을 찍은 이후였죠. 그때 최대 이슈는 ‘재건축 연한 완화’였어요. 재건축이 활성화되면 멸실이 먼저 일어나요. 따라서 그때는 공급 부족이 맞습니다. 여기에 2019년 연말에 민간 분양가상한제가 시행됐어요. 이 제도가 시행되면 분양가를 더 높이기 어려우니 민간 건설사들이 그해 말까지 관리처분 인가를 마무리하고, 이듬해 상반기 전까지 공급을 목표로 서울 서초, 강남을 중심으로 재건축이 진행됐죠. 이제는 본격적으로 입주만 남았어요. 여기에 서울, 경기도 인구가 줄고 있죠. 저는 공급 부족은 아니라고 봅니다.”

분양 시장이 전국 지역별로 차이가 존재하는 것 같다. 현 상황을 진단한다면.
“분양 시장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것도 주목해야 합니다. 서울과 달리 지방 상황은 낙관적이지 못합니다. 정부 대책 이후 초기 미분양 증가세는 멈췄지만 수요 증가 요인보다 분양 축소(지연)의 영향이 더 큽니다. 하반기 분양 공급이 확대되면 서울 외 지역을 중심으로 초기 미분양은 확대될 여지가 있습니다.”

실수요자 입장에서 매수 시기 및 전략은.
“거듭 말씀드리지만 상식적인 투자를 하셔야 합니다. 물론, 여윳돈이 많은 자산가라면 언제든 매매하면 되죠. 부담이 없으니까요. 문제는 2030세대 중에 ‘투기’로 이 시장을 접근하는 경우가 많다는 거예요. 나날이 소득은 줄고, 대출로 부동산을 떠받드는 가계의 부담은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어요. 이런 상황에서 수도권 내 아파트만 고집한다는 것은 리스크가 막대하죠. 실수요자 기준 적정 매수 시점은 입주 사이클과 역전세난을 고려해 수도권은 최소 올해 10월 이후 하락 시점이, 서울은 내년 6월의 상당 기간 이후가 각각 적정하다고 판단됩니다. 투자자 매수 진입 시점은 오는 2025년 이후가 적정할 것으로 보입니다.”

글 김수정 기자 | 사진 이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