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비만 치료제, 新골드러시 되다](https://img.hankyung.com/photo/202309/AD.34637388.1.jpg)
비만 치료제 주사인 위고비는 그렇게 ‘셀럽들의 다이어트 비법’으로 화제에 오르기 시작했다. 미국 기준으로 월 1349달러의 높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값비싼 치료제임에도 불구하고, 품귀 현상까지 빚어질 정도로 찾는 이가 많다. 이 때문에 위고비를 거론할 때면 ‘없어서 못 파는 비만 치료제’라는 설명이 필연적으로 뒤따르곤 한다.
최근 시장에서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은 위고비뿐만이 아니다. 또 다른 글로벌 제약사 일라이릴리가 비만 치료용으로 출시 예정인 ‘마운자로’가 강력한 경쟁자로 거론된다. 이들 치료제가 다이어트 시장의 게임 체인저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일찌감치 감돌고 있다. 최근 거론되는 새로운 비만 치료제 성분에는 어떤 특별한 점이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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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비만 치료제 시장을 뒤흔드는 핵심은 인크레틴 유사체다. 인크레틴은 음식을 먹을 때 소장에서 나오는 호르몬으로, 우리 몸의 혈당, 식욕과 연관돼 있다. 위고비의 주요 성분인 세마글루타이드는 바로 이 인크레틴 호르몬의 한 계열인 글루카곤 유사펩타이드(GLP-1)를 본떠 만든 약물이다.
처음에는 당뇨병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한 목적으로 약물을 만들었지만, 여러 임상을 거치는 과정에서 뜻하지 않은 효과를 발견했다. 이 약물이 사람의 뇌에 특정한 영향을 끼쳐, 포만감을 느끼도록 만들고 결과적으로 체중을 줄인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노보노디스크는 세마글루타이드를 바탕으로 2017년 ‘오젬픽’이라는 당뇨 치료제를 출시했고, 이후 같은 성분의 약물을 비만 치료제용으로도 승인받았다. 그것이 바로 2021년 승인된 위고비다. 물론 과거에도 체중을 감량해주는 비만 치료제는 다수 존재했다. 그럼에도 위고비가 전에 없었던 반향을 일으키는 이유는 감량 효과가 과거 시중에 풀렸던 그 어떤 치료제보다 크다는 데 있다.
앞서 노보노디스크가 2014년 내놓은 ‘삭센다(리라글루타이드 기반)’를 예로 들 수 있다. 삭센다는 매일 주사를 놓는 방식으로 체중을 12개월 동안 9%가량 감량시키는 효과를 보여, 대표적인 비만 치료제로 꼽혔다. 반면 위고비는 주사를 맞는 주기가 일주일에 한 번으로 줄어든 데다, 체중 감량 정도는 16% 수준으로 대폭 늘었다. 단순하게 계산하면 삭센다에 비해 77.8%가량 높은 효과를 보이는 셈이다.
더군다나 위고비의 효과가 단순한 체중 감량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심장마비, 뇌졸중 등 심혈관계 질병 치료에도 적용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것. 노보노디스크에 따르면 위고비가 심혈관계 질환 발생 위험을 20%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나, 심혈관 질병 치료용으로 확대하기 위한 승인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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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시장에서는 비만 치료제 시장이 천문학적으로 확장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인 아이큐비아(IQVIA)는 글로벌 비만 치료제 시장은 오는 2030년 1000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미 올 2분기 위고비의 매출액은 7억35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6배 급성장했고, 마운자로의 매출액은 9억8000만 달러로 40% 가까이 증가했다.
권해순 유진투자증권 제약·바이오 연구원은 “인크레틴 유사체 비만 치료제들이 높은 체중 감량 효과를 보이면서 향후 글로벌 의약품 시장에서 고성장할 치료제군으로 부상 중”이라면서 “현재까지 GLP-1 수용체 작용제의 시장 침투율이 낮고 신규 제품들이 아직 미국 이외 지역에서는 출시되지 않았다는 점, 기하급수적인 수요 증가에 대응하고 있지 못하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매출 고성장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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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고비 등의 돌풍으로 비만 치료제 시장의 흐름이 바뀌기 시작했으나 아직 시장의 향방이 완전히 굳어졌다고 보기엔 이르다. 지금은 주사형 비만 치료제가 대세를 이루고 있지만, 결국 빅파머들의 종착점은 환자들의 투약 불편을 최소화한 경구형 비만 치료제 개발이다. 노보노디스크와 일라이릴리도 경구형 GLP-1 효능제 개발을 순조롭게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구형 비만 치료제의 출시 상황에 따라 앞으로의 시장 분위기도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아울러 국내 제약사를 비롯한 후발주자들도 비만 치료제 개발 흐름에 동참하는 분위기다. 국내 대표적인 기업으로는 한미약품이 꼽힌다. 한미약품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GLP-1 작용제 후보물질 ‘에페글레나타이드’의 비만 대상 임상 3상 시험계획서(IND)를 제출한 바 있다. 한미약품은 오는 2030년까지 적어도 3개 이상의 새로운 비만약을 내놓고, 한국 시장을 정조준하겠다는 목표다.
비만 치료제를 향한 관심이 뜨거워지면서 투자자들의 투자 관심도 높아졌다. 일라이릴리와 노보노디스크는 올 2분기 실적 발표일 전후로 각각 14.9%, 17.2% 상승하기도 했다. 다만 국내 제약사의 경우 GLP-1 기반의 비만 치료제를 아직 정식으로 출시한 곳이 없는 만큼, 간접적인 테마 연관성만으로 투자하는 것에 주의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실제 비만 치료 테마로 묶인 몇몇 국내 제약사들은 8~9월 들어 주가가 며칠 사이 급등락하며 널뛰는 모습을 보였다.
권 연구원은 “글로벌 기업들의 비만 치료제 매출 증가와 신약 파이프라인들의 유효한 임상 결과 발표가 지속될 예정이라, 비만 치료제 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테마주 투자 관점에서 공격적 투자가 확산되고 있다”면서도 “국내 기업들의 연구·개발 단계는 초기인 만큼 단기간 내 펀더멘털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판단된다”고 했다.
글 정초원 기자 cc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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