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잠도 아까운 취향저격 여행지
이것은 마치 단맛과 짠맛을, 온탕과 냉탕을, 과거와 미래를, 자연과 도시를 순간 이동하는 것
같은 여행이지 않은가.

Made in Singapore
새벽 5시 30분. 여행지에서의 첫날, 알람이 울리지 않았는데도 그만 일찍 눈을 뜨고 말았다. 다시 누워 잠을 청할까 싶지만 그러기에는 시간이 아깝다. 도착 당일 저녁에 잠시 들른 요즘 싱가포르 핫플레이스라는 칵테일바 ‘마마 디암ʼ에서 느낀 문화적 충격이 아직 가시지 않았기 때문이다.

싱가포르가 여행지 선택에 영감을 주는 새로운 글로벌 캠페인 ‘메이드 인 싱가포르(Made in Singapore)’를 론칭하며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관광명소와 평범한 순간이 특별한 경험이 되
는 스폿을 널리 알리는 중이다. 그도 그럴 것이 2010년 싱가포르를 방문했을 때와는 거리의 풍경도, 오가는 사람의 분위기도 천양지차다. 영국령 시절부터의 빈티지한 풍경에 세계를 호
령하는 다국적 기업 사람들의 취향을 만족시키는 도시적 감성이 더해진 문화 감도는 그 어디에도 없는 싱가포르만의 색깔을 내기에 충분했다. 주룽새공원과 마리나베이샌즈, 머라이언상
만으로는 이제 더 이상 싱가포르를 이야기할 수 없다는 말이다.
싱가포르, 잠도 아까운 취향저격 여행지
싱가포르가 만들어내는 여행의 즐거움은 건물의 루프톱부터 아랍 스트리트의 좁은 골목까지 끊이지 않고 이어진다. 오후 7시 무렵 들른 마리나베이 ‘히어 이즈 SG’ 조형물 옆 덱에 직장인 대여섯 명이 모여 룰루레몬 브랜드일 것만 같은 레깅스를 입고 요가를 준비하고 있었다. 낮에는 구글이나 골드만삭스 같은 글로벌 기업 아시아지부에서 프로페셔널하게 집중력을 쏟아낸 뒤 저녁에는 마리나베이의 일렁이는 강물과 원형 애플 매장의 조명을 배경 삼아 누구의 시선도 신경 쓰지 않고 자신에게 집중하는 일상. 어느 관광명소보다 가장 싱가포르다웠고 직접 경험해보고 싶은 싱가포르의 속살은 거기에 있었다.


주룽새공원의 2배, 버드파라다이스
올해 5월 새롭게 문을 연 버드파라다이스는 주룽새공원일 때와 어떻게 달라졌을까. 주룽새공원 유명세 덕에 한국의 가족 단위 관광객들 발길이 이어진다더니 곳곳에서 한국인들 말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면적은 17만㎡(5만여 평), 남극에 사는 펭귄부터 뿔부리새와 웃음물총새 등 흔히 볼 수 없는 조류까지 400여 종, 3500마리가량의 새가 8개 테마관을 가득 채우고 있다. 테마관은 산책로로 연결되고 셔틀버스나 아이들을 위한 트램펄린과 수영장, 7개의 색다른 식음료 매장까지 무엇 하나 빠짐없이 잘 갖춰 놓아 별점 5개가 아깝지 않다. 물론 가까이에서 신비로운 조류의 세계를 탐험하는 즐거움도 대만족.

일종의 스쿠터인 베스파 사이드카를 타고 싱가포르를 질주하는 동안 마치 어린아이로 돌아간
것처럼 신이 났다. 탑승 전에는 과연 안전할까 싶어 주저했는데 숙달된 라이더와 함께 마리나베이 번화가부터 이국적인 아랍 스트리트를 질주하는 경험은 1시간이 10분 정도로 느껴질 만큼 즐겁다.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사이드웨이 사장 사이먼이 귀띔하길 영화 <어벤져스>의 조 루소 감독이 “내가 경험해본 최고의 여행”이라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는데 동감이다.
싱가포르, 잠도 아까운 취향저격 여행지
창이공항 시세이도 밸리에서 명상을
홍콩계 싱가포리언 유민이 이끄는 대로 일행은 헤드셋을 끼고 창이공항 시세이도 밸리 벤치 곳곳에 자리를 잡았다. 헤드셋으로는 유민의 말소리가 차분히 들려왔고 사람들은 눈을 감고 유민의 말에 따라 몸과 심장의 박동을 느끼면서 ‘도심 속 명상’이라는 새로운 경험에 빠져들었다. 30여 분 이어진 명상 뒤 눈을 떴을 때 이것이 싱가포르라는 생각이 스쳤다.


해변의 칵테일과 미니 골프라니, 더 팔라완
토사 내의 ‘더 팔라완ʼ은 미니 골프장과 아이들을 위한 가족 풀장, 해변가에서 비치 칵테일
바 트웰브까지 휴식에 필요한 모든 요소를 갖췄다. 미니 골프장은 18홀이지만 특수 제작한 퍼터로 3번 안에 퍼팅에 성공하면 되는 간이 골프장이라 아이들도 즐길 수 있다. 해변을 바라보는 칵테일바 트웰브에는 작은 인피니티풀도 있어 더위 식히기에도 제격이다.


초콜릿 DIY, 미스터 버킷
유명한 보타닉가든이 있는 뎀시 거리에 문을 연 이곳은 초콜릿 카페이자 체험 시설이다. 사장
제롬이 소설 <찰리의 초콜릿 공장>에서 영감을 받아 찰리 버킷의 이름을 따 2020년 문을 열었다. 프로그램을 신청하면 수제 초콜릿을 만드는 체험을 할 수 있는데 현지 체험을 선호하는 MZ(밀레니얼+Z) 세대 여행객들에게 인기가 높다. 이곳에서 직접 만든 다양한 초콜릿 구매도 가능한데 후추 초콜릿과 얼그레이 초콜릿은 초콜릿 어워드 실버와 브론즈 수상 제품이다.


싱가포르 여행 인증샷 명소, 스카이헬릭스
인스타그램에 여행 사진 올리는 것이 대세가 된 만큼 싱가포르의 인스타그램 명소도 하나씩
둘러봤다. 그중 하나가 바로 센토사에 있는 스카이헬릭스다. 지상에서 35m 높이 위에 올라
360도 공중회전을 하는 일종의 놀이기구인데 이곳에서 ‘셀카’를 촬영해 올리는 것이 싱가
포르 방문의 필수코스가 됐다. 발밑으로 별다른 지지대가 없어 아찔한 경험을 할 수 있고 멀
리 항구부터 마천루까지 한눈에 다 보여 올라간 보람이 있다.
싱가포르, 잠도 아까운 취향저격 여행지
현지 문화 가득한 거리에서 인스타그램 워킹투어를
부기스(Bugis), 워털루(Waterloo), 캄퐁 글램(Kampong Glam)의 유명한 거리를 돌면서 가
이드의 안내에 따라 인스타그램 피드에 올릴 만한 사진 찍는 투어 프로그램인데 이게 이리
재미있을 줄이야. 거리 곳곳을 다니다 보면 2시간이 후딱 지나간다. 덕분에 현지인이 사는 아
파트에도 올라가보고 가이드 없이는 알지 못했을 뒷이야기도 들을 수 있으니 재미가 2배다.
클락 키에서 시작하는 리버 크루즈 유람선을 타고 마리나베이를 한 바퀴 돌아오는 데 강 위에서 바라보던 것과는 또 다른 싱가포르의 내면을 볼 수 있어 1시간 내내 사진 찍기 바쁘다. 시간을 내서라도 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놀라운 캐피타 스프링 빌딩
싱가포르의 새로운 랜드마크인 높이 280m, 연면적 9만3000㎡ 규모의 캐피타 스프링 빌딩은 밖에서 볼 때의 외관도 압도적이지만 안으로 들어오면 실내로 들인 정원 때문에 더 놀라운 곳이다. 무려 8만여 개 식물로 둘러싸인 실내 정원은 덴마크의 설계사무소 빅(BIG) 스튜디오와 이탈리아 설계사무소 카를로 라티(Carlo Ratti Associati)가 공동 설계해 건축 여행객들의 필수 방문 코스가 됐다. 특히 꼭대기 층인 51층 스카이가든 전망대에서 보는 싱가포르 전경이 일품이다. 그리고 이곳 루프톱에 있는 1-아든(1-Arden)은 세계 각국의 다이닝 코스를 경험할 수 있는 또 다른 명소로 뒤뜰인 푸드 포레스트에서 재배한 식재료를 쓰고 있다.


글·사진 이선정 취재협조 싱가포르관광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