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실버 요양 산업의 길을 찾다

올해는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를 대표하는 1958년 개띠가 노인 기준 연령인 65세에 진입한 해다. 2020년부터 베이비붐 세대가 노인 기준 연령에 진입하면서 고령자 비율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2025년이 되면 우리나라도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를 넘는 초고령사회가 된다.
[스페셜]김도연 KB경영연구소, 고령화 속도 비해 요양시설 턱없이 부족
2025년에는 베이비붐 세대가 70대에 진입함에 따라 돌봄이 필요한 인구도 크게 늘어나게 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고령화 속도에 비해 요양시설 공급은 턱없이 부족하다. 요양원 병상 수는 2019년 기준 인구 1000명당 24.8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하위권이다. 비교적 우수한 시설로 평가를 받는 30인 이상 요양시설이나 국공립 요양시설은 대기자가 넘쳐나 원하는 시기에 입소를 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요양시설이용자 증가에 따라 기업들의 요양 사업 진출 활발
노인장기요양보험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요양시설 이용자는 23만 4280명에 달한다. 2014년 대비 10만 명이 증가했는데 일상생활에서 부분적으로 주변 도움이 필요한 장기요양 3~4등급 인정자가 이용자의 70%를 차지한다. 가족 돌봄이 어려워지는 사회 환경 변화로 요양시설을 이용하는 사람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요양시설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많은 기업이 요양업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올해 10월 KB라이프생명의 자회사로 편입된 요양 서비스 업체 KB골든라이프케어는 위례빌리지, 서초빌리지 등 도심형 요양시설 2곳을 운영하고 있다.
12월에는 서울 평창동에 실버타운을 열고, 2025년까지 은평·광교·강동에 차례로 도심형 요양시설을 개소하며 요양 인프라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서울 장지동과 서초동에서 운영 중인 KB골든라이프케어의 위례빌리지와 서초빌리지는 요양시설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바꾸고 있다. 위례빌리지와 서초빌리지에서는 내 집에서 사용하던 물품으로 나만의 독립된 공간을 꾸밀 수 있다.
평소 생활하던 내 집과 같이 편안한 공간을 조성해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하는 것이다. 또한 맞춤형 식단, 재활 운동과 취미 활동 프로그램을 제공해 입소자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활력 있는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도심에 위치하기 때문에 가족이나 지인들과 만나기도 용이하다. 이들 요양시설 입소 대기자가 5000여 명에 달한다는 점은 새로운 도심형 요양시설에 대한 대중의 기대를 보여준다.

토지 관련 규제로 초기비용 부담 막대해 진입장벽 높아
많은 기업이 요양업을 눈여겨보고 있지만 요양업 진출에는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토지 및 건물에 대한 임차 규제로 요양시설을 짓는 데 필요한 부지 매입 비용, 건축 비용 등 초기 비용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현행 '노인복지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요양시설 사업자가 10인 이상의 요양시설을 설립하기 위해서는 토지와 건물을 소유해야 한다. 비용 부담을 차치하더라도 도심에서 요양시설에 적합한 부지를 찾는 것도 만만치 않은 일이다.
우리보다 앞서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은 민간 기업을 중심으로 요양업이 크게 발달했다. 고령 인구가 증가하면서 보험사를 비롯한 민간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요양업에 진출했다.
대표적인 요양 서비스 업체인 솜포케어는 인수·합병(M&A)을 통해 업계 1위로 도약했다. 솜포케어는 2만7000호실 규모의 요양시설을 운영하고, 디지털 기술과 데이터에 기반한 양질의 요양 서비스를 제공하며 요양 인프라를 확대하고 있다.
[스페셜]김도연 KB경영연구소, 고령화 속도 비해 요양시설 턱없이 부족
日, 정부 차원에서 과학적 요양 정보 시스템 구축
일본 정부도 과학적 요양 정보 시스템 구축, 노쇠(frailty) 예방 프로그램 마련 등 건강 증진과 자립 측면에서 고령자의 행동, 식습관, 건강 상태 등을 고려한 맞춤형 케어를 제공하기 위한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2021년 도입된 과학적 요양 정보 시스템은 요양시설에서 입소자의 영양·구강·치매상태 등 일상생활 수행 능력 정보를 등록하면 이를 분석해 피드백을 제공함으로써 체계적인 요양 서비스 제공을 지원한다. 늙어서 쇠약하고 심신 기능이 저하되는 노쇠는 사전에 적절하게 개입함으로써 신체 기능을 유지하고 향상시켜 노쇠해지는 위험을 줄일 수 있다.

국내 요양시설 대부분 개인사업자가 운영, 정부 및 지자체 지원 절실
일본과 달리 우리나라는 요양시설의 약 76%를 개인사업자가 운영하고 30인 이하 소규모 시설 비중이 높다. 체계적인 요양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려운 이유다. 고령자 친화적인 요양시설을 확충하기 위해서는 기업 진출을 위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이 필요하다.
입소자 건강 개선과 자립 생활, 고령자의 노쇠를 예방하기 위한 정부 주도의 데이터 기반 케어 프로그램 도입과 제반 인프라 구축이 검토돼야 한다. 요양시설 운영의 기반이 되는 요양보호사, 영양사 등 종사자의 처우 개선과 요양 인력의 전문직화 등 요양 인력 확보를 위한 방안도 함께 고려돼야 할 것이다.
글 김도연 KB경영연구소 보험연구센터장